24b1dc33f6c607f73dee84ec4084706f0f0dfa0af1199fd3606e68e44430e0e9bd2e082e04ee723130bbe03a52ec7bb0dc

갸날픈 체구의, 금이 간 흔적이 곳곳에 띄는 인형의 소녀가 어처구니 없다는듯 옆에 앉아있는 사내에게 물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 난 새로운 밤의 왕이 될 거다."



추적자. 밤의 왕의 흔적을 쫓아 이 원탁까지 들어온 이 청년은 유독 밤의 왕을 향한 집념이 강했다.

밤의 왕을 반드시 찾아내서 없애버리겠다. 그 무서우면서도 단순한 목적은 인형의 소녀도 마찬가지였기에 소녀는 그를 내심 동류라 여겨왔다.

하지만 그는 뜬금없이, 아니 잘못 들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바보같은 말을 감히 그 입 밖으로 내뱉는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다는 자세로 소녀를 응시한다.



"원탁의 모두가 무슨 목적으로 밤을 끝내기로 한 것을 잊은거냐? 잘도 그딴 병신 같은..."



평소 들고있는 하프조차 땅에 떨어뜨린 채, 작은 체구로 사내의 멱살을 잡은 소녀는 지금 즉시 사내를 죽여버릴 것만 같은 살기를 띄운다.

배신. 그렇다, 이건 동료들만이 아니라 소녀를 향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이전에 보였던 그 꺼질듯한 양초와 같은 생명력에 의해서 머리가 돌아버린 것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이 사내는 위험하다.

그러나 사내는 조용하면서도 굳센 완력으로 소녀의 팔을 천천히 떼어낸다.



"내가 왕이 되려는 것은 재앙을 불러 일으키는게 목적이 아니야. 그저... 무녀 녀석을 살리고 싶을 뿐이다."

"왕을 죽이고... 밤이 끝나버리면 원탁은 소멸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원탁에 얽매인 무녀도 소멸해버리고 말지. 내가 바라는 건 그런게 아니야."

"그렇기에 나는 왕이 되면... 이 땅을 떠나 먼 곳으로 갈 거다."



그제서야 소녀는 희미하게 눈치챈다. 어째서 무녀가 얼이 빠졌던 것인지, 어째서 이 사내가 무녀를 위해서 안달 났는지.

하늘 아래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존재하고, 그립고, 지켜내고 싶은 소중한 개념.

기괴한 과거로 인해 복수에 미쳐버린 이에게도 있다고 믿었던 그것. 소녀는 생각이 많아지기만 한다.



"...죽고 싶은 놈들 소원을 들어주는게 내 장기이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특별히 눈 감아 주도록 하지."


"갑자기 자비로워졌네. 평소엔 대검이나 자비롭게 양도할 것이지..."


"무녀가, 그 아주 잘난 여동생이 너같은 놈 때문에 슬퍼할게 분명해."


"...그러니 녀석에겐 지금 있었던 일은 말하지 말아줘. 들켜도 최대한 뒤늦게 들켰으면 좋겠어."



추적자라 불리우는 사내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옷을 털며 자리를 일어난다.



"이런 풀숲에서 혼자 연주도 못하는 악기만 들고있지 말고 가끔 주방으로 와. 추억 가득한 빵을 만들자."



사내는 그렇게 원탁의 내부로 돌아간다.

혼자 남겨진 소녀는 그런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만 본다.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