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스러져가는 대왕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꼈다.
-불의 시대를 연 신들의 왕, 최초의 용 사냥꾼. 태양빛의 왕.
대왕 그윈.
그를 수식하는 위대한 칭호를 곱씹으면서 착잡함이 내 몸을 감쌌다.
그는 태양이었다. 내가 동경하던.
***
신화시대의 끝자락, 사라진 신들과 더불어 멸망해가는 인간들은 불의 시대의 마지막에 서 있었다.
불사자가 된 나는 '나의 태양'을 찾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동경하는 신들의 자취와 고대의 흔적을 따라.
신들의 땅에는 많은 고난과 역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시간과 육체, 정신을 깎아가며 쌓아온 수행들이
나의 길을 펼쳐주었고, 이따금씩 만나는 다른 불사자들을 도와주거나 도움을 받거나하며 한걸음 씩 나아갔다.
가끔은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었다. 고통과 괴로움에 젖어 신음할 때도 있었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 채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난이 나의 가장 큰 적인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적은 태양의 행방에 대한 모호함이었다.
나의 태양은 어디에 있는가.
나의 태양이란 무엇인가.
서늘한 어둠 속에서 조용히 타오르는 화톳불 앞에서, 언제나 나는 스스로 그려넣은 태양의 상징을 바라보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확연한 구심점도 없이 낙관적인 심정으로 그려놓은 태양을 보면서. 그래, 돌이켜 보면
그것이 내 여정의 시련의 첫소절이었다. 스스로도 명확히 결정하지 못한 모호한 인식 속에서 마구잡이로 헤매는 여로.
‘다음에는, 다음에는,’ 하고 외치는 말을 비집고 피어나는 의구심이 나의 가장 큰 적이었다.
-나의 태양은 어디에 있는가.
가장 미천한 자들이 사는 병자의 마을에도
거룩하고 신성한 신들의 도시 아노르 론도에도
멸망한 폐허도시 이자리스, 죽음의 왕의 무덤에서도
태양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절망하고 말았다. 마음이 시들어가 손 끝하나 까닥할 수 없는, 형언할 수 없는 좌절감 속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하나의 사명감이었다. 아니, 죽을 수도 없었기에 억지로 부여한 의미인가.
망자로서 남을 해칠 수 없다는 일말의 정의감이었을까.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었다. 어찌됐던 찾아 헤매던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한 멍청이니까.
***
‘그’는 불사의 사명을 걷는 이였다.
선량하고 강건하며, 신을 섬기며 무엇보다 강한 정신을 가진 자였다.
은인에 대한 보답으로 시련의 여정을 견디며 다른 이의 생명을 보호하고, 부당한 살생에 슬퍼할 줄 아는 이였다.
마지막으로 나를 지탱하는 것은 그런 그의 힘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꺾여버린 나의 마음의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린 그 소망이 나를 심연의 바로 앞에서 붙잡아 주고 있었다.
그를 돕고 싶었다. 실패한 자신과 다르게, 그가 사명을 이루기를 바랐다.
최초의 화로 앞에서 그와 마주했을 때 나는 왠지 모를 감동과, 부끄러움을 함께 느꼈다.
올곧게 사명의 길을 걷는 그와는 다르게 나는 이미 꺾여있었다. 좌절감과 절망에 짓눌려 길을 찾지 못했다.
선뜻 반가움을 표하는 그에게 나는 어색한 제스처만 취해볼 따름이었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조금 자리를 물러나 재정비를 하고 화로에 들어서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장비를 점검한 그는 납석으로 바닥에 무언가를 적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너무 지쳐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최초의 화로에 들어섰을 때.
-그때, 진정한 절망이 나를 찾아왔다.
***
아니 글자제한...상상도 못햇는데...나눠올리면 집계가 안되잖아 망햇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