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황에게 쳐맞으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난 왜 여기서 이렇게 얻어터지고 있는 거지?

룬을 벌어서 어디다 쓰려고?

이놈을 설사 잡는다 해도 그래서 결국 난 무엇을 얻지?

난 왜 뼈빠지게 달리고 있는 걸까.

나의 이상을 알아차린 건지 철황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젠 그냥 쉬고 싶다.

다음에 날아올 검격을 예상하고 들고 있던 대검과 방패를 내려 놓았다.


“뭐하는 거지?”

철황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맙소사, 이 새끼 말도 함?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그렇게 서 있는데 철황이 다시 말했다.

“자세를 잡아라. 기사라면, 해야할 일을 해라.”

나는 그 어처구니 없는 말에 나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이제 지쳤어. 그냥 포기할래.”

철황 역시 당황한듯 보였다. 그는 벌겋게 빛나는 검을 천천히 내린 후 나에게 다가왔다.

“싸워라. 기사답게 싸우다 죽어라.”

“싫어. 이제 지쳤어. 죽는 것도, 살려고 발버둥 치는 거도 전부 지겨워. 끝내줘.“

철황은 대답이 없다. 투구에 가려져 있지만 아마 다음에 할 말을 고르고 있는 거겠지.

그는 검을 내려놓더니 내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나는 그 모습에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주지.”

그 말에 놈에게 향해있던 일말의 경계심이 전부 사라졌다.

나를 동정하고 있는 걸까? 


“그래. 여동생을 위해서 인가.”

그는 묵묵히 내 이야기를 전부 들은 후 말했다.

“그렇다면 여동생을 위해서 더욱 힘내야 하지 않나?”

“알고 있어. 하지만… 이제는 나도 좀 쉬고 싶어. 매일 살이 찢기고 갑옷에 피가 눌러붙고… 육체는 재생이 되지만 정신은…”

그 말에 철황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있다. 나 역시 그렇지. 이 땅에 묶인 몸으로써 너희 밤을 건너는 자들을 사냥해왔다. 나 또한 항상 이기는 건 아니지. 근성있는 놈들도 있었고 제법 기량이 뛰어난 녀석도 있었다.”

그 말에, 난 나도 모르게 이 녀석을 동정하게 되었다. 이놈도 결국 저주에 묶여있는 것이다. 나와 같이, 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밤 속에서.

철황이 무릎을 털며 일어섰다.

“잘들었다. 이제 죽어라.”

“…? 어?”


정신을 차렸을 땐 내 머리는 땅 위를 뒹굴고 있었다.

철황은 머리 없는 나의 몸에 다가오더니 이윽고 내 바지를 벗기며 말했다.

“좋아, 안쪼그라들었군.”

이런 씨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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