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나는 문득 화방녀에게 손의 화상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내 손을 떨쳐내며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고, 양손을 자신의 치마폭 속으로 감췄다.


하지만 화방녀가 자신의 피부를 감추려 하면 할수록 짐승같은 욕망이 내 안에서 커져갔고, 그녀가 숨긴 손을 찾아 나는 검은 옷자락 너머로 다리부터, 허벅지, 그리고 계곡 사이까지 손을 쓸어올리며 화방녀의 피부를 느꼈다.


'귀인... 왜 이러시나요?'


화방녀는 그런 손길에 처음은 놀란듯이 몸을 버둥거리며 저항했지만, 장난같은 몸싸움이 몇분간 계속되며 나의 몸과 그녀의 몸이 밀착되자 점차 잦아들고, 그녀의 얼굴에 미묘한 홍조와 허덕이는 거친 숨결이 나의 이성을 한층 더 마모시켰다.


내가 그녀의 손을 붙들고 내 눈가 까지 들어올렸을때, 내 다리는 화방녀의 다리와 뒤엉켜 있었고 주변에 들리는건 우리 두사람의 허덕이는 숨소리 뿐이었다.


그녀의 손에 둘러진 붕대와 손목까지 걷어올려진 옷을 걷어내자, 얽어진 분홍빛 자국들이 마치 굵은 동맥처럼 손으로부터 시작되어 화방녀의 팔과 겨드랑이, 그리고 더 깊은곳 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화방녀의 손끝을 입에넣고 혀로 조심스럽게 이 자국들을 훑어올라가기 시작했다. 통증과 간지러운듯한 감미로움, 그리고 조금의 부끄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표정이 신음소리와 함께 보이자 나는 더 거칠게 화방녀의 손등과 손목, 허깨를 애무하며 이의 끝으로 자국을 남기고, 양손으로는 발목부터 그녀의 치마속으로 들어가 검은 치마자락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황홀한 감각에 잠겨있던 화방녀는 불현듯 일어서서 왼손을 뻗어 내가 치마폭을 걷어올리는걸 막으려 했지만, 몸에 힘이 풀릴대로 풀려있는 여인의 손짓은 나에게는 또 다른 장난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그녀의 그런 행동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검은 옷자락 뒤에 숨겨져 있었던것은 백옥같은 피부가 아니라, 화톳불과 검은 인간성이 뒤섞인듯한, 잔불의 반짝이는 불씨와 휘감긴 검은빛 무늬, 그리고 화상으로 짓무른 피부가 뒤얽혀있는, 사람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잿불이 타오르기 시작한 낡은 회화세계와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화방녀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수치스럽다는 듯이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이 흉하고 추하다고 믿었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달랐다. 불꺼진 재가 잔불을 바라듯, 화방녀의 몸에서 이글거리는 불길은 나에게는 불나방이 화톳불에 이성을 잃고 뛰어들게 하는 황홀한 불빛이었고 그 불씨에 짓물린 몸은 나에게는 축복받은 신성한 자국이었다. 온몸에 뒤얽혀 가득찬 검은 인간성은 고혹적으로 떨리며, 자신에게 손을 뻗어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황홀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넋을 잃고 아름답다고 말하고 말았다. 화방녀는 한순간에 울음을 그치고,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한 말에 잠시 부끄러워진 나는 투구의 얼굴가리개를 내렸고, 앞이 보이지 않을터인 화방녀는 어째선지 그것을 본듯, 작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리고 나를 스스로 껴앉아 오며, 나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재의 귀인, 제 안의 어둠에 닿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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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화로,


장작의 왕과의 사투가 끝나고, 화톳불가의 흰색으로 빛나는 소환문양에서 화방녀의 형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장작의 왕이 쓰러지고 나서부터 꺼져가던 암담한 불빛은 더욱 빠르게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화방녀의 눈을 가슴에 품은 화방녀는, 지칠대로 지친채 사그러들고 있는 불가에 걸터앉은 나에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그녀는 그녀의 표정으로 나에게 묻고 있었다. 과연 재의 귀인의 선택은 무엇일지.


나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몸을 일으켜 세우고 화톳불 속으로 내 손을 집어 넣었다. 태초의 불을 그러쥐자 불길은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의 손끝을 그슬리기 시작했다. 통증이 불사자의 몸임에도 척추를 타고 올라와 온몸을 찔렀다. 화톳불을 다루는 화방녀는 매일같이 느낀 고통이었을 것이다.


다가온 화방녀에게 나는 차마 놓기 힘든 것을 억지로 놓을때처럼, 떨리는 손으로 태초의 불을 넘겼다. 

이제 그것은 불이라고 부르기 힘들정도로 작은 불씨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화방녀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태초의 불빛을 받아들며 나지막하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태초의 불이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곧 암흑이 찾아 들겠지요.'


아, 하지만 나의 귀에는 그녀의 속삭임이 단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나의 욕망으로 가득한 시선은 오직 그녀의 그을린 손으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이 어둠속에서 작은 불꽃들이 다시 타오를것입니다..'


그녀의 문장들은 계속 이어졌지만, 내 귀에는 오로지 태초의 불빛이 화방녀의 손에서 마지막으로 꺼져가며 내는 타닥거리는 소리들 뿐이었다. 

나는 남은 모든 인간성과 이성을 동원하여 칼자루로 가는 나의 손을 막아야만 했다.


'이전의 왕들이 그랬듯, 계승되어 온 불씨들이..'


하지만 나는 차마 내 손을 막을 수 없었다. 꺼져가는 불빛의 유혹은 화상의 고통처럼 견딜 수 없는 것이었고, 나는 망자처럼 거칠게 칼을 뽑아들어 화방녀의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앞을 볼 수 없는 화방녀는 아무것도 모른채, 자신의 소명을 다한것이 만족스러운듯, 기도문처럼 세상의 끝을 고하는 시를 읽고 있었다. 

나의 마지막 남은 이성은 그 애처로운 모습에 내리치려는 칼날을 붙들어 세웠다.


하지만 다음순간 그녀의 양손은 불을 눌러끄기 위해 모아지고 있었고, 그보다 빠르게 나의 칼날이 그녀의 몸을 쓰러뜨렸다.


쓰러진 화방녀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강철로된 장화로 그녀의 머리를 짓밟고, 그녀가 마지막까지 지키려한 불씨를 강탈했다.


이름없고 저주받은 불사자, 장작조차 되지 못한 불사자인 재의 귀인.


그렇기에 더더욱, 재는 불길을 갈망한다.


이 마지막 불씨, 이 밝은 불빛은 이제 나만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