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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긴 글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어 다소 횡설수설할 수 있음을 미리 안내해 드립니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서는 아무 정보도 모르는 상태에서 갔었기 때문에, 무지와 착오로 인한 오류가 여럿 존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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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첫 아르바이트를 해보자고 알바천국에서 단기 알바를 뒤진 게 수요일이었습니다.


공고가 잔뜩 올라와있는 어떤 물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구글 독스로 신청을 받더라고요. 여러 날을 참가 신청해서 확정된 날짜는 토요일이었습니다.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하게 된 것입니다. 일하러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알아봤죠.


구글에 검색해 보니 셔틀버스를 타려면 탑승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셔틀버스 앱에 제가 가야 하는 장소의 노선이 없는 겁니다.


공고를 좀 더 알아보니 '셔틀버스 일정에 안내된 시간과 장소에 버스가 서 있을 테니 그냥 타면 된다.' 라고 하길래 가보기로 했습니다.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1시간 반 동안 산재 교육 영상과 직무 교육 영상을 모두 시청하고 수료증을 받았어요.


버스가 서 있다는 장소에 가보니 45인승 셔틀버스가 있다던 소문과는 다르게, 노란 유치원 승합차 2대에 회사 로고가 앞뒤로 붙어있는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탑승권 체크는 고사하고 앉을 자리조차 모자라 보였습니다. 그래도 두세 자리가 남아있어 탈 수는 있었습니다.


이 회사의 포장 센터와 물류 캠프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은 버스에 앉아 핸드폰을 쓰면서 알았습니다. 캠프에는 가지 말라는 말도 있었으나, 한다고 해놓고서 안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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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이용해 또 2시간 정도 이동하여 '물류 캠프'에 도착했습니다. 도착 후 휴게실 겸 로비에서 혈압 체크를 한 뒤, 결과를 산재 교육 수료증과 함께 담당자분에게 보여드렸고, 미리 안내받아서 다운로드 해놓았던 출퇴근 앱으로 출근 등록을 하였습니다. 작업화와 조끼, 엑스반도를 착용하였습니다.


다른 분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동안 제 이름이 호명되지 않은 것 같아 여쭤보니 다른 남성분 두 분과 함께 들어가라고 하셨습니다. 어디로 가라고는 안 하셨고 그냥 들어가라고만 했습니다.


남성 두 분은 서로 친구 관계인 것 같았습니다. 한 분이 저에게 "이 일 해보셨어요?"라고 물어보셔서, 당연히 처음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린 물류 공장 한복판에서 2분 정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누군가가 달려오며 말했습니다.


"거기 남성분 세 명 이쪽으로 오세요!"


주황 조끼를 차고 있는 남성이었는데, 훈련소 조교 상이었고 빈지노를 닮았었습니다. ㄹㅇ 빈지노가 사업 망해서 취직한 줄 알았음. (이하 '관리자1'로 명명하겠습니다.)


"이쪽으로!"


그 사람이 손짓을 하기에 저는 달려갔습니다. 그 분은 공장을 자기 집처럼 가볍게 누비며 저와 나머지 두 분이 있어야 할 곳으로 저를 이끌어주셨습니다.


그렇게 남자 셋이 불려 간 곳이 컨베이어 벨트 옆이었는데요. 지게차가 비닐 포장된 화물 팔레트를 가져다주면 그걸 뜯어서 송장이 보이게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리는 일이었습니다.


첫 일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싶었습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과 속도로 빠르게 작업을 수행하려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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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40분이 지나자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온몸에서 땀이 흘렀습니다. 저는 직업도 없고 운동도 하지 않아서 체력이 아예 없는 물몸이었던 것입니다.


관리자1이 제 쪽으로 다가와 말했습니다.


"근로자님 일하기 싫으세요? 이게 무거워요? 안 무겁잖아. 그냥 손잡이 잡지 말고 이렇게 집어던지라고."


과연 제가 보냉가방의 손잡이를 잡고 벨트 위에 놓느라 느린가 싶어, 반성하면서 막 집어던지기로 하였습니다.


포장을 튼튼하게 하세요. 아무도 당신 화물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 업무 환경상 그렇게 됩니다.


그리고 20분쯤 일하다가 관리자1이 또 저를 불러내었습니다.


일단 우린 다른 라인으로 이동했습니다. 거기도 컨베이어 벨트가 있었는데, 뭔가 아까보다 느리고 화물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는 기분이라 낮은 곳으로 이동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근로자님 지금 사측에서 카메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일을 못 하셔서 이쪽으로 오신 거예요. 여기서 더 떨어지면 갈 데가 없어요. 지금 다 같이 똑같은 일 하고 똑같은 돈 벌고 있는데 근로자님 혼자 이러시면 민폐에요. 열심히 하시든가 조퇴하시던가."


...라고 말씀하시고 새 공정에서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셨는데요.


"이거 번호 보이시죠? 번호 맞춰서 이거저거 하세요."


이 설명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죄송하게도 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뭘 해야 할지를 몰라서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모두 다 끝난 지금도 그게 무슨 일인지 몰라서 설명을 못 해 드릴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가기 전에 미리 알아서 공부해 가세요. 언제 어디로 갈지 모르니 모든 공정을 다 숙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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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시 불이행과 근무 태만으로 또 관리자1에게 불려 나왔습니다.


"근로자님 아르바이트 해봤어?"

"아뇨.."

"일을 해본 적이 있기는 해?"

"아뇨... 근데 그게 중요한가요?"

"그걸 알아야 맞는 일에 배정을 해주지."

(한숨)

"근로자님 몇 살이야."

"예?"

"몇 살이냐고"

"2X 살이요..."

"나도 30대 후반이긴 한데..."


그리고 새로 하게 될 일의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야, 일 설명해 줄게 봐봐. 이거도 안 되면 진짜 모르겠다. 이거 RT 있잖아. 저기 오버 난 거 빼주면 네가 가지고 와서 보면 가림막 갈고리 있지? 이거 있으면 이렇게 걸고 없거나 찢어졌다? 그러면 랩을 가져와. 끝을 돌돌 말아 그리고 아래쪽에 매듭 한 바퀴 짓는 거야. 그리고 돌려. (롤테이너를 빙글빙글 돌면서 비닐 포장) 됐지? 그럼 해."


과정을 이해하고 있다면 꽤 효율적인 설명입니다. 하지만 처음 듣는 처지라서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RT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센터와 캠프의 차이도 몰랐었다니깐?


근데 전 갈구는 것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사람을 쪼아서 능률을 높이라고 회사는 그 사람에게 돈을 주는 거고, 군대식 조인트까기는 익숙했어요.


이 사람은 이집트 왕자 오프닝에서 채찍을 휘두르는 감독관 역할이었습니다. 비인간적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했고, 사측의 이익을 대변해 자신의 손을 더럽혀야 했던 거죠. 그 자신도 원해서 하는 행동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카메라가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 제가 지쳐서 멍하니 서 있는 것보단 혼나는 시늉이라도 취하면서 서 있는 게 모양이 더 보기 좋죠. 관리자1의 기묘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는 주어진 역할이 있어서, 그 사람의 역할은 저를 나무라는 것이고 저는 이등병처럼 조인트를 까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저 새끼처럼 되면은 안 되겠다'라고 경각심을 주는 역할이었습니다. 피차 기업의 개인 것은 마찬가지죠. 목줄이 다를 뿐이지.


그래서 마음의 상처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업무 지시를 제대로 하달받지 못한 게 문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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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맡은 일이 피딩이라는 것인데(근데 더 이상 갈 곳이 없댓잔아 뭐임...), 몸으로 익힌 바에 의하면 이런 과정입니다.


1. 트럭 도크의 투명한 에어커튼 너머 공장 내부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작업 라인이 이어져 있습니다. 그 라인의 측면에 RT들이 일렬로 배치되어서 평행을 이룹니다. RT(Rolltainer)는 화물 운반용 철제 케이지인데요. 뚜껑 없는 냉장고 크기의 철제 수레라고 보시면 됩니다. 폴더처럼 접을 수 있고 바퀴가 달려 있습니다. 아무튼 각 라인에서 작업자들은 RT에 화물을 적재하며 쌓아 올립니다.

2. 컨베이어 작업자가 화물이 가득 찬 RT(오버 RT)를 라인 밖으로 밀어내면, 저는 그것을 에어커튼 바깥의 트럭 도크로 끌어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3. 이후에는 RT의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 가림막과 거기에 달린 갈고리가 멀쩡하다면 → RT 가림막의 갈고리를 걸고 마무리합니다.

  - 가림막 혹은 갈고리가 손상되었다면 → 비닐 스트레치 랩을 RT에 다섯 번 감아 고정합니다.

4. 이렇게 정리된 RT는 한 트럭당 8개씩 적재합니다.

5. 주의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 반드시 보냉가방이 있는 RT만 옮겨야 한다.

  - RT는 정해진 구역의 트럭에만 실어야 하며, 제한구역 쪽으로 실으면 절대 안 된다. 그쪽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화물을 다루는 구역이라 여기로 보내면 물류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러한 일을 저 포함 5명 쯤 되는 근로자들이 수행했습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나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도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RT가 뭔지도 몰랐음.


최대 적재 상태의 RT 높이는 웬만한 성인 남성의 키보다 크기 때문에, 밀고 있을 때는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경로에 아무도 없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RT의 양 끝을 잡고 미는데 바퀴가 자꾸 헛돌더라고요. 힘이 문제인지, 요령이 문제인지, 바퀴가 문제인지, 아니면 전부 다 문제인지 밀어 보아도 똑바로 나아가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금지구역으로 가려 할 때가 있죠. 그럴 땐 어김없이 관리자1의 워 크라이가 들어옵니다. (공격력 20% 상승)


보냉가방이 들어가는 구역과 금지 구역 사이에는 출입 금지 표지판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화물을 밀고 있을 때는 앞이 보이질 않아요. 그래서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바퀴도 마구 헛돌아서.


그 출입 금지 표지판은 제겐 마치 데몬 코어의 반구가 합쳐지는 것을 막는 드라이버 쪼가리 같아서, 큰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개선이 되지 않을 모양이었습니다. 경계선 바닥에 빨간 테이프 하나만 발라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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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총 2시간쯤 일하고 나니 8시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RT를 이리저리 옮기고 정리하면서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는데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지 갑자기 현기증이 몰려왔습니다.


세상이 한 바퀴 휘청 돌고, 경사가 없던 곳에 갑자기 경사가 생긴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바닥에 구토를 해버리고 만 것입니다. 사측의 카메라가 무심히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겠죠.


닦을 게 없어서 (닦을 시간도 없어서) 그냥 내버려두고 일하러 갔습니다.




목청도 좋으신 빈지노 닮은 관리자님은 청년1 보이스로 워 크라이를 자꾸 넣어주시니 업무 효율이 30%씩 상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잠깐 5분이라도 쉬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서 계속 일했습니다.


요령도 없고, 일머리도 없고, 체력도 지구력도 없으니 할 일을 찾아다니면서 뛰어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신체적으로 괴로웠지만 정신적으로 괴롭지는 않더라고요. 알 거 다 알고 이해할 수 있어서 그런지. 이렇게 내가 힘든 건 지금까지 인생을 제대로 살지 않았기 때문에 받는 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냥 쉬었음 하는 동안 누군가는 이런 일을 매일 해야만 했을 테니까요.




목이 너무 마른 데 물을 마실 곳이 없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출입 금지 표지판 옆에 식수가 있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응급 시에만 드시오(뒤지기 직전이 아니면 손대지 마라)'라고 적혀있어 손대지 못했습니다. 너무 힘들지만 뒤지기 직전까지는 아니고, 감시카메라 눈치도 보여서요.


사실 사측에서 물을 줍니다. 휴게실과 그 근처에 있는 음료 냉장고에 몇 박스씩 쌓여있고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으면서 돈도 안 받습니다.  

 

문제는 현장에 들어가면 물을 마실 시간이 안 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물병을 잃어버려서 마실 수가 없게 됩니다. 주인 잃은 물병들이 바닥에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목이 너무 마르고 응급수를 사용하기엔 눈치가 보여, 컨베이어 벨트 아래에 굴러다니는, 표면이 먼지로 검게 오염된 물병을 까서 마셨습니다. 위생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어쨌든 따지는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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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워 크라이를 들어가면서 일하다가 9시 20분쯤부터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0시 20분까지 그 휴게실에서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측에서 음식을 제공하지는 않았는데 무슨 매대가 있는 건지 주변 근로자분들은 컵라면이나 만두를 들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확인해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먹으면 다 토할 것 같아서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차서 헐떡거리고 손이 가볍게 떨렸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습니다. 소변을 보러 가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소변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근육이 녹아내려서 혈변이라도 나오기를 바랐습니다. 후회의 여지 없이 조퇴할 수 있게요.


언제든지 조퇴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첫째로 지금까지 도망치는 삶만을 살아왔는데 오늘만큼은 도망치고 싶지가 않았고, 둘째는 집에 가는 길을 몰랐습니다. 자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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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제 이름과 다른 분을 호명하여 가보았습니다. 제가 뭔가 서명을 해야 하는데,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관리자는 아니고 사무원이신 분이 늘 있는 일이라는 듯이 "조퇴?"라고 물어보셨습니다.  

   

물론 그건 아니었습니다. 제 이름을 쓰고 사인을 했습니다. 곁에 있던 관리자1님이 제게 물어보셨습니다.  

   

"너 조퇴 안 할 거야?"

"제가 많이 민폐인가요?"

"...조금만 더 잘하면 돼. 후반전에는 소리 안 지르게 하자."  

   

만약 이 사람이 "음... 아무래도 좀 그렇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제 질문에 대답했다면 저는 미련 없이 집에 갔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가 들어도 여기에 남아서 일해도 된다는 여지를 남기는 대답이었기 때문에, 저는 좀 더 고민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을 떠났습니다. 10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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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근로기준법이시여... 만약 법이 없는 세상이었다면 저는 쉬는 시간조차 없는 세상을 뒤도 안 돌아보고 내다 버렸을 겁니다.


여전히 지쳐서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정말 후반전을 버틸 수 있을지, 조퇴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죠.    

   

만약 정말로 제가 쓰러지거나 더 나아가 죽기라도 하면 그렇게 민폐일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조퇴 후에 셔틀버스를 안 타도 집에 가는 길이야 어떻게든 찾겠죠. 버스 정류장에서 노숙이라도 하면 되잖아요.    

   

그래서 고민을 하며 눈을 감고 쉬고 있었습니다. 지친 몸을 가라앉히고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눈꺼풀 아래의 어둠을 배경으로 어떤 심상 하나가 나를 향해 걸어왔습니다.


바로 검성 아시나 잇신이었습니다.   

   

잇신 생각이 든 것은 그럴 수 있었습니다. <세키로: 섀도즈 다이 트와이스>는 고난의 연속이었고 검성 아시나 잇신은 그 정점이었습니다. 저는 잇신과 싸우느라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10시간을 들이박았지만 결국 실패했으니까요. 저는 요령도, 잔재주도, 타고난 반사신경도 없어서 오직 칼 한 자루만으로 역전의 노장과 부딪혔습니다. 의수 도구는 재료와 돈이 들고, 닌자 기술은 스킬 포인트가 없어서요...


그러므로 체력도 정신력도 바닥나서 코너에 몰려있었던 그 순간에 잇신 생각이 든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럴 때 생각 나는 것이 게임 캐릭터라니 내 자신이 참 물렁한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러했었는가?




좀 더 생각을 해보니 잇신이 떠오른 것은 패배했기 때문이 아니라 승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의 재시도에서 저는 보란 듯이 잇신을 쓰러뜨렸던 겁니다. 잇신옹이 목숨을 버려 가면서 가르쳐주려 했던 것은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어쩌면 내 눈앞에 닥친 후반전도 잇신을 이겼던 것처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자세를 고쳐 잡고, 극복과 초월의 표상으로서 마음속 잇신의 이미지를 받아들였습니다.


10시 15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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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일찍 현장에 나왔습니다.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길을 잃어서 헤맬까 봐 미리 나온 것입니다.  

 

제 마음은 이미 번개 치는 갈대밭에 있었습니다. 후반전을 알리는 신호가 울렸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빈 RT와 꽉 찬 RT 수많은 RT들이 저를 오고 갔습니다. 갈고리가 달려 있으면 가림막을 치고 없으면 래핑을 합니다. 트럭엔 8개를 적재하며 출입 금지 지역으로 보내면 안 됩니다.

 

잇신은 야인시대의 김좌진 장군처럼 싸구려 응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칼로 베어낼 뿐이었습니다.  

 

망설이면 패배였습니다. 지시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감각을 날카롭게 가다듬었고, 고장 난 몸을 데리고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체력과 정신력이 바닥날 때마다 잇신옹과 함께 했던 싸움의 기억을 반추하면서 전의를 다져보았습니다. 부모님 얼굴도 아니고 잇신을 떠올리며 버텼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인생에 얼마 되지 않는 극복하고 승리한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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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래핑을 하고 있을 때 관리자1 형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자네 이제 좀 할만한가~"

"아까보다는 괜찮네요!"

저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 혹시 다시 올 생각은 있는가?"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고..."

"그럼 더 이상 자네를 심하게 갈구지는 않겠네~"

"일단 끝나고 생각해 볼게요!"

"끝나면 다음은 없는 거야~"


전반전에 제가 구토를 하는 걸 봤을 테니 농땡이 부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을 겁니다.


제가 포장이 끝난 RT를 밀 때는 뒤에서 말씀하셨습니다.    

   

"허리가 아니라 하체를 쓰는 게 좋을걸?"    

   

왜 이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해드리겠습니다.


트럭에서 빈 RT를 내려야 할 때는 팁을 주셨습니다.  

 

"여기 아래쪽 바퀴들을 봐. 자기들끼리 막 꼬여있어서 안 굴러가고 있잖아. 그럴 때는 RT를 3개 정도 잡고 흔들어서 바퀴를 이렇게 좀 굴려줘. 그래서 바퀴를 일직선으로 맞춰주면 봐봐. 잘 굴러가지? 이렇게 해."   

 

확실히 경험자의 팁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사히 한 트럭 분의 RT를 모두 내릴 수 있었습니다.  

 

"내가 가르쳐 준 대로 하니까 편하지?"  

"예!"  

 

관리자1 님이 지나가면서 물어보셨고 저는 대답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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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은 분이 계십니다. 근로자분들이 '삼촌'이라고 부르셨던 분인데요.


안전모를 쓰고 노란 형광색 조끼를 착용하고 계셨습니다. 근로자 장병은 보라색 조끼이고 부사관은 주황색 조끼이니 근로자 라인과는 관계가 없고, 아마 트럭 관련해서 다른 관리를 하시는 직책인 것 같았습니다.


제가 전반전 끝나기 전부터 누가 "욕하는 거 신경 쓰지 마!" 라고 하시는 걸 들었는데 이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후반전에 빈 RT를 트럭에서 하차하느라 바쁘던 와중에 '삼촌'께서 저를 잠깐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응급수를 까서 주셨어요.


"처음 왔니? 물 마시고 해라. 포도당도 하나 먹고... 왜 포도당이 없냐? 이거(시리얼바)라도 먹어라."

"아유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 마셨으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11시쯤 되었을 때 그분이 저를 다시 부르셨는데요.


작은 초콜릿 하나를 손으로 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주려고 하셨어요.


"입 벌려봐."

"헉!!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손으로 받으려고 하니 목장갑을 끼고 있어서요. 더럽다고 못 만지게 하셨습니다. 대신 까서 제 입에 넣어주셨어요.


그 달콤씁쓸한 다크 초콜릿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연무대교회에서 하나님께 영혼을 바쳐 얻어낸 초코파이만큼이나 맛있었어요.


"화이팅! 10개만 더 밀어봐라."


간간이 직접적인 응원도 해주셔서 그분께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별거 아닌 친절로도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날은 제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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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 탈진이 일어나자 잇신이고 뭐고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믿을 건 나 자신 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단순노동이었기에 방법을 알아가기 시작했고, 체력 문제만 빼면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얻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찌저찌 실력이 늘고야 만 것입니다.


주변 근로자분들에게 내가 할 일을 물어보면서 돕고, 관리자가 맡기는 임무도 어떻게든 수행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어찌저찌 시간은 굴러가고 퇴근 시간이 다가오며 일도 끝나가기 시작하던 와중, 관리자1님이 손짓으로 저를 부르셔서 달려갔습니다.


"자, 이제 우린 뭘 해야 할까?"

"청소하나요??"

제 대답에 관리자1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 씨익 웃으셨습니다.

"청소 하고 싶니? 너 여기 어떻게 다 치울 건데. 빈 RT 모아다가 저기 쌓아놔라."

"녭..."


지시를 받은 저는 좀비같이 어기적어기적 돌아다니면서 캠프에 굴러다니는 RT들을 모아 '저기'에 보관했습니다.


두 번째 구토가 몰려왔으나, 토할 게 없어서 그냥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안 먹은게 나이스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12시 내외쯤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아마도 관리자1) "전부 빼세요!!"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에어커튼 너머에 있던 RT들이 모두 우르르 밀려 나왔어요. 막판 스퍼트였습니다.


다른 근로자분들처럼 랩 두루마리를 들고 RT에 달라붙었습니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팔을 들어서 래핑을 해야 하는데, 꼼짝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근육 경직 같은 느낌은 아니고 스태미너가 0이라서 행동을 전혀 할 수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존야의 모래시계처럼 랩을 들고 1분 동안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근로자님이 제 RT를 대신 포장하면서 말했던 거죠.


"근로자님 뭐하세요! 아무것도 안 하면 혼나고 욕먹어요.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하세요."






나도 알아요. 그래서 여기 왔잖아요.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하러.


사실 다들 아무것도 안 하면 혼나고 욕먹으니까, 시늉이라도 하는 거잖아요.


욕먹기 싫어서 학교 가고, 욕먹기 싫어서 군대 가고, 출근하고, 결혼하고, 차 사고 집 사고 애 낳고... 


그렇지만 몸이 뜻대로 안 움직여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냥 5분만 좀 서 있으면 좋을 것 같았는데.


별 수 있나요. 참고 해야지. 어딘가에 있을 모니터링 카메라를 향해 일하는 시늉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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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러쉬가 지나가고 12시 25분쯤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RT도 없고, 트럭도 없고, 근로자들도 관리자도 없어서 저 혼자 영문도 모른 채 텅 비어 있는 도크에 남겨졌습니다. 관리자1과 제 동료 근로자님들을 찾아다녔어요.


"근로자님!"


그러다 어딘가에서 여성 주황 조끼 님(이때 이후로 등장이 없지만 그래도 관리자2라고 명명합니다.)이 저를 부르셨습니다.


"네!" 삐걱대면서 달려갔습니다.


"여기 까만 봉투 드릴 테니까 컨베이어 위주로 쓰레기 좀 주워주세요."


헉 그렇게 쉬운 일을 주신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까만 쓰레기봉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는데


너무 지쳐서 허리를 굽히기도 힘들었습니다. 드디어 물몸에 한계가 온 거죠.


까만 쓰레기봉투를 좀 채울 때까지는 주웠습니다. 일하는 시늉을 해야지요.


그러다 이걸 언제까지 주워야 하는지, 그리고 주운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라서 관리자를 찾아 다시 트럭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저밖에 없더라고요. 또 영문도 모른 채 던져졌습니다.


앉을 곳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도무지 없었고 쉬는 시간도 아니었잖아요.






그래서 그냥 앞으로 쓰러졌습니다. OTZ 자세로 엎어졌습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도크에 저 혼자만 엎드려 있었습니다.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저는 속으로 말했습니다.


사측의 모니터링 요원님, 혹시 저를 보고 계신다면


돈을 덜 주셔도 됩니다. 아예 안 주셔도 됩니다. 저 오늘 엉망이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남아있던 것도 아니고요.


집에 가겠다고도 안 하겠습니다. 어차피 4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마라톤은 완주 직전이 제일 힘듭니다.


물은 아까 삼촌이 주셨고, 앉을 곳을 달라고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이렇게 5분만 있게 해주세요. 그럼 다시 일어서서 일하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좀 엎드려 있다가 다시 근로자들을 찾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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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제 눈이 안 닿는 곳에 거대한 택배의 산맥이 쌓여있었습니다. 그걸 새벽 배송 물량으로 마저 처리해야 했던 겁니다.




역겨울 정도로 많은 택배의 산을 보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느꼈습니다.


뭐가 그렇게 갖고 싶은데? 도대체 뭘 원하는데?




근무 종료 30분 전, 완전한 탈진 상태에서 어느 지방으로 가는 택배의 산들을 온 힘을 다해 밀면서 마치 바위를 굴리는 시시포스가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타는 몸으로 애원하듯이 RT에 달라붙어 열심히 바퀴를 굴렸습니다. (래핑은 도저히 팔을 들 수가 없어서 다른 분께 맡겼습니다.)



 

아버지는 아틀라스였습니다. 그의 어깨는 가족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시시포스입니다. 뜻을 세워 굴려보려 해도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자꾸만 산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돌덩이가 세대를 넘어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를 탓해야 하나요. 사회는 아름답지도 정교하지도 않고, 내일 당장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렇게 굴러가잖아요. 원인을 따지자면 사람이 처음으로 창고에 식량을 저장했던 때부터, 남세균이 지구에서 이산화탄소를 말려버린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겁니다. 그때부터 이 돌덩이는 굴러오기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시시포스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상상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직무 교육 영상의 활짝 웃는 노동자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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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 싸서 미안합니다. 물몸이 무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여러분은 꼭 운동하고 비타민 드세요.


1시가 되었고 퇴근 시간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갑자기 멈춘 듯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일은 새벽조에게 맡기면 되는거죠.


셔틀버스를 타고 집에 갈 일만 남은 것입니다. 얏호!


당분과 수분이 절실하여, 자판기에서 데미소다 2캔을 조졌습니다. 워후! 2캔에 천원!!!


그리고 나가는 길에서 관리자1을 만났습니다.


"갈 때 출퇴근 앱 퇴근 찍고 가라."

"예..."

"그리고 넌 그냥 오지 마라. 너 와봤자 방해만 된다고... 그러니까 오지 마라ㅇㅋ?"

"ㅋㅋ넹."

"올 거면 체력을 좀 기르던지. 이거 말고도 남자가 힘쓸 일이 얼마나 많냐."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별말 없이 헤어졌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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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망할 셔틀버스를 타고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니 새벽 2시였습니다. 집에 가는 택시비로 2만 원을 줬습니다.


그 날 새벽엔 너무 지쳐서 씻지도 못하고 바로 잤고, 다음 날 오후에 소금으로 하얗게 절어버린 티셔츠와 함께 일어났습니다.


며칠 동안 여러 후유증으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제 몸은 갑자기 영문에도 없는 고생을 하고 와서 삐져있는 상태였어요. 휴식을 하면서 화해해보려 했습니다.


그 다음 주 수요일엔 돈을 받았습니다. 12만 5천 원이었습니다. 택시비를 빼면 10만 원이군요. 저는 7만 5천 원을 받을 줄 알았는데 제가 이뻐서 더 주신 건 아닌 것 같고 처음 온 사람은 보너스를 좀 더 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게 존재한다면 저는 보너스 안 받아도 되니 쉬는 시간 10분이라던가 안 되면 꾸준히 하시는 분 드리면 좋겠네요. (개인 의견입니다.)          


아무튼 어휴 어떻게 돌덩이를 사랑하겠어요. 부가가치를 보고 굴리는 거지. 몸이 건강해진다거나... 나만의 도전 과제를 달성한다거나... 언젠가 저 바위가 굴러떨어지다 갑자기 박살이 나지는 않을까 식의 망상을 한다거나 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듭니다. 결국 돌덩이를 사랑하지 못하고 부가가치에만 집착한다면 삶이 보여주기식이 될 수밖에, 그리고 손쉽게 도망치게 된다는 걸요. 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굴리지 않으면 욕하고, 욕을 먹기 싫어서 시늉만 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엔 다른 사람에게 바위를 굴리게 하고 내가 부가가치를 취하는 식이 되어버립니다.

 

반면 잇신옹은 내가 좋아한 돌덩이였고, 그것처럼 힘든 노동도 좋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잇신과의 싸움 끝엔 행복했었거든요. 다른 바위에서도 그러리라 믿어보았습니다.


속았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요. 택배 잘 받았잖아 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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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뭐라도 괜찮아요.


하지만 좀 더 안전한 일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제 수준에 맞는 일을 하든가 실력을 기르든가 하겠습니다.


세키로는 2회차로 넘어가려 합니다. 아직 유검 에마, 노년의 아시나 잇신과 겨뤄보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의수 도구와 닌자 기술을 연습해서 좀 더 화려하게 싸워보려 합니다.


받은 돈으로 엘든 링 DLC도 사보았습니다. 본편까지는 나름 괜찮았는데 DLC도 돈값을 했으면 좋겠네요.




이 기억이 추억이나 트라우마로 왜곡되기 전에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아픈데도 자존심 때문에 조퇴를 안 하려다가 사측에 피해를 줄 수도 있었던 이기적인 사람의 자기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을게요. 강제로 돌려보내지는 않아서 감사히 여깁니다.


또한 이 이야기가 '물류 노동자의 절규' 같은 느낌으로 왜곡되어 누군가에게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왜 절규합니까? 할 일 다하고 왔는데. 사측에서 조퇴를 안 시켜준다고 한 것도 아니고, 돈을 안 준 것도 아니고요.


힘든 순간에 저를 일으켜 세워준 잇신옹과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들에 감사드리며, 감사에 충만한 마음으로 임한 재전투 영상을 글 끄트머리에 첨부하고자 합니다.


팔을 베어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추가로 더 확실히 해두겠습니다. 이 글은 개인의 체험기이고 관련 노동 현장을 일반화하지 않으며 정치적인 목적의 인용을 원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