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차 도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보스는 고통이었고, 프롬겜은 나에게 사이버 헬스였기 때문이다.
(인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잠시 넣어두도록 하자. 중요한 건, 고통을 견디다 보면 무언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10회차.. 지금까지 보스를 잡아오며 매번 구르고 때리고 에스트를 빠는 시간이 쌓여, 나는 대부분의 필수 보스를 원하는 빌드로 수월하게 잡을 수 있는 실력에 도달했다.
이렇게 되어보니 알겠다.
내가 자신의 비루한 반사신경을 원망하며 가슴속에 짓눌러 삼킨 무수한 샷건들은 헛되지 않았음을.
Dlc의 보스들이 참 유미가 쳐뒤졌다고 생각하면서도 끝내 구평을 택한 졸렬한 자존심이 나를 지금의 수월함에 이르게 한 것이다.
나는 이제야 엘든링을 '게임'으로서 즐길 수 있고, 그 모든 아집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영체를 사용할 심리적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나는 앞으로 구평을 낭만이라 포장하며 고집하지 않겠다.
나는 앞으로 원하는 빌드로, 때로는 뼛기루도 사용해가며, 게임을 게임으로서 즐기겠다.
나는 앞으로 타인의 모든 플레이스타일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존중할 것이며, 다시는 보스에서 죽었다 하여 열등감과 자괴감, 분노에 의해 고통받지 않겠다.
내가 회차를 돈 것은 이 순간을 경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내가 앞으로 엘든링을 하며 상기한 모든 결심을 한번 이상은 어기게 될 것이나, 이 순간 이런 생각을 품었다는 기억은 남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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