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가 입을 벌렸다

 

기껏 힘들여 구워낸 피타빵을 말도 없이 집어먹어서일까? 그도 아니면 아스라한 기억 너머의 낯 뜨거운 추억이 떠올라서일까.

 

-“

 

귀에서 열감이 느껴져, 추적자는 그 어느 때보다 투구에게 깊은 감사를 느꼈다. 어정쩡하니 습관이라며 거리를 두다 원탁 안에서도 투구를 벗지 못하게 된 자신의 처지가 도움이 될 줄이야.

 

아무리 지난번 빵을 나누어주었다지만 굽는 족족 전부 먹어 치우곤 뻔뻔하게 자신을 찾아오는 것까지 허락한 기억은 없었을 텐데.

 

다음 날 아침에 먹을 요량으로 침대 머리맡에 식혀두던 피타빵은 아직 따뜻한 접시만 남긴 채 어디로 간 걸까. 곱씹을수록 짜증이 났다.

 

“…! ….”

 

이번에야말로 한마디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입을 뗀 순간 추적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흐릿한 원탁 램프 빛에 비치는 바알간 혀가 어둠 속에서 움찔거렸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두 번, 왼쪽으로 두 번.

 

….”

 

벌어진 레이디의 입가가 도발하듯 일그러졌다. 귀고리를 보았을 때 바로 추궁했어야 했는데.

 

멱살을 잡힌 레이디는 꽤 큰 소리와 함께 벽에 처박혔다.

 

뭐야…?”

 

어째서 그가 알고 있는, 이젠 그만이 알고 있을 검은 머리의 유목민 소녀의 흔적을 보이는 걸까. 무의식적으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고통스러울 텐데도 한동안 벌린 입으로 빙긋이 웃던 레이디가 그의 손목을 톡톡 건드렸다.

 

아파.”

 

전혀 다른 목소리인데도 어딘가 익숙한 톤에 홀린 듯, 추적자는 힘없이 손을 떨어트렸다.

 

탈력감에 뒷걸음질 치다 침대에 걸터앉은 그를 향해 다가온 레이디는 상체를 숙여 속삭였다.

 

?”

 

고소한 곡물 잔향이 은은한 여자의 체취에 실려 귀를 간질였다. 무릎에 얹혀지는 체중에 고개를 들자, 그날의 초원 저녁 하늘이 레이디의 푸르스름한 눈동자에 얼핏 지나간 것만 같았다.

 

짜르르한 풀벌레 소리. 밤을 준비하는 어른들이 떼우는 불의 온기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발굽이 땅을 짓이기는. 미숙했던 몇 년 전이었을까?

 

어느새 벗겨진 장갑과 함께 그 촉감이 손아귀에서 느껴졌다.

 

활달한 그녀의 성격 탓에 또래 그 누구도 티 내진 못했지만, 모두가 밤마다 애타게 찾았을 훌륭한 발육의 몸. 그 감촉을 안다는 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흥미를 눈뜬 쌍둥이 그만의 특권이었다.

 

매끈한 승마바지 너머로 느껴지는 익숙한 탄력에, 손을 빼려 했지만 붙잡힌 손목이 허락치 않았다.

 

무녀지. 원탁에 묶인.”

 

남은 한 손마저 그녀의 에스코트를 따라 굴곡을 스쳤다. 활동으로 다져졌지만 여자 특유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허벅지를 따라 장골의 경계.

 

가련한.”

 

그 너머 떨어지듯 아찔하게 줄어드는 허리를 지나 갈비뼈 끝자락에 닿을 때쯤엔 추적자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한껏 부풀었다 천천히 가라앉은 레이디의 흉곽이 차분히 울렸다.

 

무녀님.”

 

동시에 손 가득 느껴지는 비상식적인 부드러움. 그리고 귀를 간질이는 달뜬 음성이 현실감을 뭉근다.

 

승마 연습이라며, 둘이 거점에서 멀리 떨어질 때면 얼마나 시간을 보내던 항상 아쉬운 감정으로 돌아왔었더라.

 

멸족과 세월 속에 마모된 감정에 생소한 감각이 추적자를 뒤흔들었다. 꼭 처음 서로의 몸을 쓰다듬던 그날처럼. 의미도, 이유도 모른 채 어렴풋이 하면 안 된다는 것만 알던 그때처럼.

 

엄지를 쓸어내리자 두툼한 자켓 속 미약한 튀어나옴이 느껴진다. 그 걸리적거림을 몇 번이고 되새겼을까. 온기가 멀어졌다.

 

본능에 가까운 이끌림에 따라 일어서려 했지만 가녀린 손이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그 전엔 자작령의 아가씨였지.”

 

어깨를 타고 레이디의 손이 흘러내린다. 단련된 그의 가슴께를 지날 때, 안타까운 한숨이 희미하게 들렸다. 그때 유목민 소녀가 내뱉었던 것처럼.

 

부풀어 오른 물건을 바지 너머로 느끼며 레이디는 놀리듯 웃었다. 안대 너머 희미하게 기대가 아른거리는 것을 보고, 추적자는 놓치지 않았다.

 

섬세한 손길이 버클을 풀러 낸다. 추적자 자신을 제외하면 익숙한 이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 유목민족의 매듭이 천천히, 그렇지만 막힘없이 흐뜨려졌다.

 

동시에 악한의 재물을 빼앗는 의적이기도 했고.”

 

봉인이 풀리자 추적자의 물건은 레이디의 뺨을 올려붙일 것만 같은 기세로 튀어 올랐다. 중량을 버티지 못하고 껄떡이는 그 첨단에서, 흔들림을 견디지 못한 쿠퍼액 한줄기가 늘어지다 못해 레이디의 손에 점착했다.

 

그 전엔…”

 

기둥을 따라 가볍게 쓸어올려지는 손바닥의 감촉. 레이디의 엄지손가락이 요도구에서 점액을 훔쳐냈다. 그래, 과거에도 꼭 이런 적이 있었지. 서로의 몸을 더듬는 것 만으론 부족해진 끝에, 그 끝까지 남겨둔 속옷을 풀어 헤친 밤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동생이었을까?”

 

쿵쿵 울리는 혈류가 머리마저 터뜨릴 것 같았는데. 마치 지금처럼. 그리고 어떻게 되었더라? 분명.

 

하웁…”

 

도발적으로 내밀어진 혀가 귀두 뒤편을 감싸기 무섭게 눈앞에서 양물이 사라졌다. 온몸의 감각이 자지에만 집중된 듯한 착각에, 오한마저 느껴질 정도.

 

안대 너머로 추적자를 향해 치켜뜬 눈이 도발로 번뜩인다.

 

흐음…”

 

질척거리는 음성과 함께 기둥이 드러난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내뱉은 레이디의 콧바람이 자지로 달궈진 타액을 날려 보내려 하지만 그 또한 냉기로 엉겨 붙어, 추적자의 애먼 발가락만 움츠러들었다.

 

몇 번의 왕복 끝에 거칠어진 추적자의 숨소리가 점차 안정을 되찾아갈 무렵.

 

짤깍짤깍

 

하는 소리에, 추적자는 어찌 할 도리 없이 거칠게 숨을 삼키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직 신혼이던 누군가가 나누던 이야기를 훔쳐 듣고 생긴 실험정신이었을지, 몸의 특성을 너무나도 잘 아는 쌍둥이로서의 본능이었는지. 그도 아니라면 단순히 기분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원초적인 바램이었을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추적자는 그날 귀두 뒤편의 힘줄 그 양옆이 자신의 약점이란 것을 새롭게 알았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그를 포함해 둘만 아는 약점이 사정없이 유린당했다.

 

램프 불을 흔드는 습윤한 소음은 전보다 늘어난 점성 탓에 쩔꺽거렸다. 분명 그의 쿠퍼액이 밖의 비처럼 레이디의 입속에서 지분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찌걱, 찌걱하고 왼쪽이 간지럽혔고, 성감을 가라앉힐 일말의 여유 없이 오른쪽이 쓰다듬어졌다. 정수리까지 치닫는 쾌감을 참아낼수록 조금 전의 광경이 떠올랐다. 레이디의 벌린 입속, 조용히, 그리고 상스럽게 좌우를 오가며 튕기던 자그마한 삼각형의 혀.

 

찔꺽, 찔꺽

 

그리고 찔꺽, 찔꺽

 

머릿속에 펼쳐진 혀의 모습과 귀두의 감각이 동조할수록 견디기 힘들었다. 참아야 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미 선은 한참 전에 넘었을지도 모르지만 추적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차분한 기억을 떠올렸다. 고즈넉한 저녁. 승마로 지친 몸. 고소한 어머니의 피타빵 냄새. 그리고 오빠하고 부르던 한 줄로 땋아 내린 검은 머리의 쌍둥이

 

허억…!”

 

배시시 웃는 얼굴과 추적자만이 알아볼 수 있는 눈동자 속의 밤 약속에 치닫는 사정감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마구간 구석, 모두가 잠든 밤에 나누던 밀회에서, 그 달콤한 시간을 끝내고 싶지 않아 전립선 양옆을 쥐어짜던 그때, 어떻게 알았는지 배시시 올라가는 입꼬리와 함께하던 누끈한 애정 섞인 눈동자를, 도대체 지금 이 여자는 어떻게 짓고 있는 걸까?

 

끝을 알리듯 급격히 증폭되는 쾌락에서 멀어지려 시선을 옆으로 옮겼지만 같은 때를 반추시키는 귀고리에 추적자는 절망했다.

 

비취색 귀고리도 그때 함께였으니까.

 

짐승을 쫓을 용도로 피워둔 바깥의 횃불이 천막 틈을 비집고 들어왔었지. 그녀의 귀고리에 비친 불빛이 천막을 휘저었고, 너무 열중한 우리는 몰랐다. 반짝이는 불빛에 부모님이 다가

 

추적자. 여기 있나?”

 

“…!”

 

순간 머리가 차게 식는다. 그때로부터 전혀 성장하지 않은 건가. 아무리 끌어당겨도 레이디를 전부 가리기엔 역부족일 텐데. 원탁의 무너진 돌무더기에서도 잘 잠든다며 침구류를 바꾸지 않은 자신을 후회하기엔 늦었다.

 

아는지 모르는지 이불 밑으로 어정쩡하게 드러난 채 여전히 자지를 괴롭히는 레이디의 쪼그린 하반신에 절망할 때, 찰그락거리는 복수자 특유의 장신구 소리가 마침내 가림막 코너를 돌았고


으음? , 영웅님이시군요. , 들여온 서적 중에 묘한 물건이 섞여 있었기에 처리하던 중이었습니다. 수호자님 말씀대로, 규칙은 중요하니까요.

 

더군다나 이러한 졸필의 음란한 글 따위, 서고만 어지럽힐 뿐, 누가 읽고 싶겠습니까?

 

후후,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앞으로도 정진하겠습니다. 그게 저의 기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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