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 필요도 없잖아! 별 조각 있으면 빨리빨리 내려 놓으라고! 딜 거의 내가 다 하고 있는 거 알아?”


왱알왱알 꼬맹이의 볼맨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집행자는 아무런 대답 없이 묵묵히 별의 조각을 내려놓았다. 늘 그래왔듯이, 차분하고 신사적으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복수자는 별의 조각을 휙 낚아채고는 그 짧은 다리로 강아지처럼 성의 지하로 달려갔다.

집행자는 그저 저 성격 더러운 강아지 같은 여자의 뒤를 따라갈 뿐이었다.


“꺄아악! 씨발!”


돌연 지하실의 문으로 홱 튀어나온 복수자와 집행자가 부딪혔다. 엎어져 있는 복수자를 집행자가 일으켜주려는 찰나, 붉은 기운이 감도는 거대한 검이 복수자의 몸울 꿰뚫었다.


“케흑…!”


복수자는 빈사 상태가 되었다. 집행자가 그녀를 일으켜보려 요도를 꺼내드는 순간, 챙- 하고 방울 사냥꾼의 칼날이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늦었다. 여기서 살리려고 검을 휘적거려봤자 둘 다 방울사냥꾼에게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꼴사납게 기어다니는 복수자를 뒤로 한 채, 복수자는 방울 사냥꾼과 마주했다.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수 번 지나간 후, 방울 사냥꾼이 돌연 “그 자세”를 취했다.

전동 드릴처럼 꿰뚫어오는 그 공격.

요도를 쥔 손가락 마디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치-치-치-치-챙-


찰나에 불과하지만 몇 시간 처럼 느껴진 날카로운 금속음이 끝나자, 텅, 방울 사냥꾼이 무릎을 꿇었다.

방울 사냥꾼의 가슴에 칼날을 깊게 꽂아넣었다가 빼내어 보니, 방울 사냥꾼의 질척한 핏물이 집행자의 온몸을 적셨다. 이 피의 냄새의 흥분을 해버린 것인지, 아니면 튕겨내는 쾌락에 흥분을 해버린 것인지.

집행자는 도저히 도가니의 모습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렁찬 포효와 함께 집행자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그 포효소리와 함께 방울 사냥꾼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이제 지하실에는 집행자와 쓰러진 복수자 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복수자는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집행자가 아무리 울부짖어도, 그저 힘없이 기어다니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이거… 이상해…윽…”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는 했다. 도가니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고, 복수자는 일어나지 않았다. 짐승의 목소리가 점점 집행자를 삼켜갔다. 늑대 같은 주둥이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근육질의 앞다리는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이라도 뛰어오를 것만 같이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집행자…?”


복수자와 집행자는 더는 이곳에 없었다. 그저 짐승 한 마리와 쓰러진 소녀가 있을 뿐이었다. 낌새가 이상함을 눈치챈 복수자는 필사적으로 축복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지만, 그 행동으로 자극해 버린 것인지 순식간에 집행자가 복수자 위에 올라타 복수자를 짓눌렀다.


발톱에 갈기갈기 찢겨져 버린 망토 사이로 복수자의 하얀 어깨가 드러났다. 집행자가 앞발 한 쪽만 까딱해도 금방이라도 픽 꺾일듯한 목에서는 새액새액거리는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집행자의 우람한 뿔이 축복의 빛을 반사하며 매섭게 빛났다. 이 뿔에 찔려 죽게 될까, 저 앞발에 눌려 죽게 되는 걸까. 집행자, 아니 이 짐승은 아무런 감정 없이 묵묵히 복수자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엎드린 채로 속박당한 채 숨을 죽이고 있던 복수자의 엉덩이에 무언가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꼬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뜨거웠고, 뒷다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둥글었다.

아.

복수자는 무엇에 죽게 될 것인지 깨달았다.


집행자는 장난감을 뒤집어 놓듯 복수자를 거칠게 뒤집어 얼굴을 마주했다. 뱀의 앞에 놓여진 먹잇감 처럼 굳어있는 복수자의 얼굴에 집행자의 주둥이가 포개졌다. 집행자의 송곳니가 닿은 복수자의 입술에 핏방울이 맺혔다. 강아지의 혀 같은, 그보다 좀 더 단단한 혀가 복수자의 입 안을 가득 채웠다. 공포에 질려 아픔도 잊은 채, 복수자는 그저 자신을 유린하는 이 짐승의 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가끔 집행자가 본능적으로 허리를 움찔거릴 때마다, 그 흉악한 물건이 복수자의 배에 톡 톡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