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fed8273b58b68f451ed85e74e8577734521ad2ebbd02bbcd7444972193b24

"... 지금부로 황금률 정보분석부에 선조령 신앙이 이단으로 간주되었음을 알리며, 관련 정보 문서들을 통합하여 이단 처리 기구로 전송할것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또한..."



"선조령 신앙이라면 사슴뿔을 머리에 달고 다니는 멍청이들 말하는 거겠군"



"그것도 일종의 도가니 아닙니까? 그럴거면 폐하 휘하의 기사들은 어떻게 처리하려고 그러는지"




"....."




"애초에 우리는 황금률 탐구하는 기구인데 왜 정보 수집이랑 정리를 우리가 해야 하는거죠?"






"왜 요즘 전쟁으로 바쁘다잖냐, 정보탐색부는 서로 얼굴 보기도 바쁘다던데"






"....."







선조령 신앙, 그것은 죽음에서 삶이 태어나고 다시 시작되는 그런 생명의 형태를 숭배하는 신앙이다.




몸은 죽어 묻히고 영혼은 나무로 돌아가 재탄을 받는 우리에게 좋게 보일 리가 없는 놈들이지.





마치 꼬리를 무는 뱀이라는 건가...



뱀...






"스승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비록 몸이 스러지더라도 삶이 반복된다는건 비슷한 거 같은데요."






"....."






"차라리 나무에 부랄이 달렸다고 해라. 방금 전에 이단으로 판정난 신앙을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생각하겠니?"






"나무에 부랄 좀 달릴수도 있는거죠."





"......."





언제나 저러신다. 우리가 억지로 입힌 저 옷이라고도 보기 힘든 거적데기에 작은 손짓으로 하는 의사표현.




말로는 저걸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만 나에겐 아직 먼 이야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혹시 모르지, 스승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여기 일손 남는 한가한 친구 없나?"





"퍽이나 그런 소리를 쉽게 하는구만, 있었으면 진작에 이 일은 끝내고 스톰빌 성에 고드윈 엉덩이 낙서나 하고 있었을거다."





"하하하! 여전히 남 성질 긁는 말투로군!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면 연인은 재탄하게 되는 날까지 후보생도 못 뽑을 걸세!"





"그런 얘기나 편하게 하는 너도 고백받기 전에 전장에서 창에 찔려 죽을거다."





"제가 가겠습니다. 두분 싸우는거 들어주느니 일거리 몰아주는게 편해 보이는군요."





"야 너 지금 방금 새로 일 생긴거 듣고도 그러는거냐?"





"그래! 드디어 말이 통하는 친구를 여기서 보게 되었군! 저런 어디서나 턱 빳빳이 들고 얘기하는 녀석 아래에 있는것 보단 훨씬 나을걸세!"




-






"그래서 무슨 일이 필요해서 저를 데려오셨는지?"






"단도직입적이로군! 별거 아니야, 전투 후에 보고서와 정보 수집에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서 말일세."






"그런 거라면 군 내에 담당하시는 분이 있지 않습니까?"






"그 술 잘 마시는 녀석이 있었다면 자네를 부를 일도 없었겠지, 그녀석이 어제 죽었어.






"아..."





"그렇게 침울해 할 필요 없네! 진탕 마시고 죽었으니 고통도 못 느꼈을 거다!"





"우리 아름다우시고 가슴도 크신 마리카 여왕의 남동생은 알고 있겠지?"





"말리케스님 아니십니까? 그 밤빛 눈의 여왕 세력을 거의 궤멸하셨다던."






"그래, 그 세력의 잔당 놈이 우리 정보원을 죽였어.....아아! 걱정하지 말게! 물론 우리가 상대할 녀석은 그정도로 강대한 세력은 아니야."






"물론 자네가 가장 먼저 소식을 들었겠지만, 사슴뿔 녀석들이 이단이 되었다는군. 바로 진군 예정이 잡혀 있다."





"하지만 아직 정보 정리도 되지 않았는걸요?"





"윗놈들은 그런거 따질 여유가 없어. 요즘 마지막 진군지가 정해진거 모르나? 그전에 잔잔바리들은 확실히 청소해 놓으려는 거지."





거인들인가...






"...뭐 아무튼 그래서 그녀석들에 대한 정보나 전술같은걸 좀 정리해서 나에게 알려 줬으면 하네. 내가 몇번 봤는데 그리 강해보이지는 않더군, 금방 끝날 거야."






"마침 제가 조금 정리해둔걸 복사해서 가져왔습니다."






"오오! 역시 자네를 데려오길 잘했어. 그 옛말이나 인용해대는 바보는 항상 느리다니깐."





-





설마 지하로 내려가게 될 줄이야. 아직 땅 위에 있는 부족도 많을 텐데.




"아름답지 않나? 저 하늘 말이야."





"...하늘이라고 칭할 수 있다면 말이죠."





"우리 머리 위에 높게 떠 있으니 하늘이 아니면 뭐라고 하겠나! 하지만 우리가 볼 건 저 아래에 있다네."





"꽤나 멋진 신전이군요. 혹시 파괴할 목표입니까?"





"사슴 시체를 망가트려서 어디에 쓰려고? 윗쪽에서는 중요한 신전인거 같으니 고위 사제층도 있을 거라 생각한걸세."





"일이 끝나면 저 신전은 살펴봐도 된다고 허락 받았으니 걱정은 말게나."







-





"별것도 아니네, 그냥 원시인이랑 다를게 없는걸?"





"머리에 구멍이 하나 더 날뻔한 녀석이 뻔뻔하구만."





"내가 막을 수 있는걸 니가 가로챈 것 뿐이야."








"대충 정리된 것 같군! 어짜피 여기에 다시 모이게 되겠지만 기는 꺾었을거야."






"중요한 신전으로 보이니 그럴 거 같긴 하군요."





"자 이제 나는 병사들을 위로 보낼 테니 자네는 살펴보고 있게. 금방 돌아오지."





"제가 뭐 죽기라도 하겠습니까?"







꽤나 큰 신전이다. 양식 자체는 그림과 리에니에에서도 보았지만 꽤나 보존이 잘 되어 있는 편이군.





그나저나 저 시체는 대체 뭐지? 죽음에서 태어나는 생명 이라더니, 이렇게 죽어 있으면 의미가 없잖냐.



감촉은 시체치고 꽤나 좋은 것 같은데. 뭐 부활해서 나를 물기라도 하는 건가?





















어라,
















"내가 없어진 줄 알고 꽤 놀라시겠군."





아니, 없어진 게 맞지.





여기는 대체 어디지? 분위기 자체는 방금 전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꾸이익"






"아시발놀래라"







"영혼인가? 육체는 어디로 갔지?"





-스러졌지요.-




방금 그 백성들이 기를 쓰고 보호하려고 했던 그 사제인가, 꽤나 고위로 보이는데.




"저는 병사가 아니라 그저 황금률 정보원일 뿐입니다. 부디 목숨만은..."




지금 뭐라는 거지? 대놓고 죽여 주십시오 하고 목을 대고 있구만. 말하면서도 한심하다.





-그 죄의 값을 당신에게 물지는 않겠어요.-





"감사합니다."




-황금률을 탐구하신다 하셨지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로제스깨서 말씀하신 대로 죽어서 몸은 묘지에, 영혼은 황금 나무로 갑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 그런 말씀이지요?-






-그럼 우리의 신앙에서 죽음이 어떠한 것인지도 알고 있습니까?-





"비록 죽어 스러질지라도 다시 탄생할 수 있는, 윤회의 느낌이지요."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럼 황금률이 왜 다른 세력들을 거부하는지도 알고 계십니까?-





"...이건 제 추측일 뿐입니다만, 우선 모든 이들을 거부하고 이 땅을 차지하려는 거겠지요."




-그쪽의 죽음과 우리의 죽음의 형태는 비슷하지요, 하지만 우리를 박해하는 이유는 뿔 때문입니다.-





"그거라면 알고 있습니다. 선조령 신앙은 어떤 동물에서든 뿔이 난다고 하지요? 그것을 도가니의 잔재인 흉조로 취급하여 이단으로 판정되었습니다."





-도가니는 본래 고대의 생명의 형태였지요. 옛 것을 뿌리 뽑으려는 건지, 어쩌면 사적인 이유로 경시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거대로 꽤 재미있는 일이겠군요."





-생명은 돌고 도는 것, 우리도 그저 생명일 뿐입니다.-




"저도 그러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동료들이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더군요."





-신앙은 곧 광신으로 연결되기 쉽지요. 당신은 그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요즘 그 잘난 라다곤이 휘황찬란한 금발을 휘날리며 신도를 모으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당신이 이 이야기를 기록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발언권도 없는 일개 학자일 뿐입니다. 하더라도 금방 사장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 자료가 죽더라도 거기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겠지요.-








-










"오! 자네 일어났구만! 설마 죽은 줄 알고 놀랐어!"




"...여기는?"





"자네가 그 사슴 시체 앞에 쓰려져 있길래 내가 데려 왔다네."






"아 감사합니다. 잠깐 정신을 잃었었나 보군요."






"자네가 무사하다면야 다행이지.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황금 나무의 가지로 등을 맞고 싶지는 않으니!"







꿈은 아닌 거 같고, 당장 기록해야겠어.






"...대체 뭘 봤길래 기절해서 실려오는 거야."





"선조령 사제랑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이단심문소에 갈만한 경험이네."






"그들과 우리의 죽음과 삶은 별반 다르지 않아요. 황금 나무는 너무 폐쇄적으로 모든 것을 거부합니다."




"아니면 진짜로 거기를 가보고 싶다던가?"





"그리하더라도 저는 이것을 꼭 기록해야만 합니다."





"그러다간 너랑 그 글 둘 다 죽을거야. 딱히 유쾌한 최후는 아니겠지."




"뭐, 그러더라도 제 글은 다시 살아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황금 나무에 돌아감이든 제 죽음애서 피어남이든요."




"...달이 이쁘네"





"그런 말을 하시다니 빠른 시일 내에 재탄하시기로 결정했나 보군요.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





"... 너 다시는 그녀석 도와주러 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