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태양이 검붉게 가라앉을 즈음, 라단은 중력을 굽혀 모래폭풍을 가라앉혔다. 하늘에는 유성의 잔광이 남아 있었고, 그의 갑옷에는 오래된 전쟁의 상처가 별처럼 박혀 있었다. 그때—모래 위에 하얀 발자국이 하나, 둘 찍혔다.
“헤에…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는 오랜만이네.”
후드 아래에서 푸른 불빛이 번뜩였다. 샌즈였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 느긋했다.
라단은 검을 들어 올렸다. 중력이 검 끝에 모여 대지를 울렸다.
“장난꾼이여. 이 땅은 전쟁의 무덤이다.”
“맞아. 그래서 왔지.” 샌즈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긴 리셋도 안 되는 곳 같거든.”
첫 충돌은 말보다 빨랐다. 라단이 검을 내리치자 중력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모래가 하늘로 솟구쳤다. 하지만 샌즈는 사라졌다—다음 순간 라단의 옆, 다시 다음 순간 그의 뒤. 블링크처럼 공간이 접혔다.
“헤이, 큰 형님. 맞히기 힘들지?”
라단은 눈을 좁혔다. 중력을 더 끌어당겼다. 공기가 무거워지며 샌즈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 틈을 노려 유성이 떨어졌다. 대지가 갈라지고 불꽃이 치솟았다.
그러나 연기 속에서 샌즈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아야야… 이건 좀 아프네.”
그의 눈빛이 변했다. 장난은 사라지고, 냉기가 깔렸다. 뼈들이 바닥에서 솟아올라 가스터 블래스터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광선이 쏟아졌다. 라단은 검으로 받아냈지만, 빛은 중력을 비틀며 갑옷을 태웠다. 그는 포효하며 더 큰 힘을 끌어모았다. 하늘의 별들이 흔들렸다.
“너의 시간은—”
“시간?” 샌즈가 고개를 기울였다. “난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순간, 라단의 움직임이 끊겼다. 보이지 않는 규칙이 그를 옭아맸다. 샌즈는 한 발 다가왔다. 손끝에 작은 빛이 떨렸다.
하지만 라단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별의 무게로 규칙을 찢었다. 사슬이 부서지듯 공간이 갈라졌다. 두 힘이 충돌하며 사막은 침묵했다.
긴 정적 끝에,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라단은 검을 내렸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샌즈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피곤하거든.”
샌즈는 미소를 남기고 사라졌다. 라단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전쟁의 사막에는, 잠시나마 평화가 내려앉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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