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기사단의 일원이었던 사내, 그러나 현재는 망국 드랭글레이그를 떠도는 나그네일 뿐인 레이는 알몸으로 옆에 누워서 자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보며 한탄했다.
"미친년, 내 뭐가 좋다고 계속 따라 다니는 건지..."
얼마 전, 사냥의 숲에서 레이는 저주를 짊어진 사내와 인연을 트게 되었다. 그 후로도 사내는 종종 작은 납석을 그었던 레이의 영체를 매번 소환하며 둘 사이의 접점은 많아져만 갔다.
휘석가 젤도라. 어느 때와 다름 없이 이번에도 사내의 소환 요청에 응한 레이였다. 휘석가 곳곳의 대형 거미, 거미 인간, 망자 농군 등의 적들을 사내와 같이 무찔러가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내가 어느 여인를 소환하기 전 까지는.
인간 사냥꾼 오하라. 레이는 소환된 그녀의 별명에서 섬뜩한 인상을 느꼈다. 평생을 암살자로서 꾸준히 단련한 그의 입장에서 인간을 사냥한다는 것은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별명이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굉장히 화사한 인상의 금발벽안을 보유한, 누가 봐도 미인이라는 인상을 느낄 수 있는 여성이었다.
복장은 누가 봐도 미친년이었지만
"오, 당신 오랜만이네? 철성에선 즐거웠었어~"
"용암 다이빙 했으면서 뭐가 즐거워 씨발련아"
녀석들의 대화를 듣자하니 이전부터 구면인가 보군. 레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음 같아선 둘 사이에 끼어들고 자기소개를 하고 싶었던 레이였으나 프붕이보다도 심각할 정도로 낯을 가리는 씹 아싸새끼였던 레이는 차마 나서질 못했다.
오하라가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자신을 훑어봤다는 것은 모른 채...
징그러운 농군들과 거미들의 요새를 뚫고, 셋은 공작의 프레이자라 불리우는 대형 거미의 토벌마저 성공한다.
레이는 대궁으로 서포팅 위주의 싸움을 벌이는 오하라의 방식에 굉장히 감탄했다. '연약하게 생긴 얼굴과는 다르게 근력이 어마무시하군.'
그러나 영체로서의 모습이 사라지기 전, 오하라는 어딘가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띄우며 레이에게 다가와 하나의 쪽지를 건넸다.
"그... 이름이 레이...라고 했죠..?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자신의 세계로 복귀한 레이는 어안이 벙벙한 채, 오하라에게서 받은 쪽지를 꺼내서 펼쳐보았다.
"잘자 콘 달아주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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