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을 걷는 자들은 그게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으로 하인 인형을 바라보았다.
"으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나?"
"어이 인형, 너도 얼이 빠진 것인가?"
"어머나, 재밌는 이야기네."
"크하하! 자네도 농담이란 것을 할 줄 알았구만!"
하지만 하인 인형은 농담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거 참 곤란하군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직접 보여드리는 것이 빠르겠군요."
밤걷자들은 하인 인형의 안내를 받아 영혼매를 타는 망루로 올라갔다.
출격 준비를 하는 그 찰나의 시간이 아니라면
아예 방문할 일이 없는 곳이지만,
원탁에는 엄연히 영혼매를 타는 '망루'란 구역이 존재했다.
그곳에서 밤걷자들은 가위바위보 같은 편 가르기로 누가 출격할지 정하였다.
출격할 세 영웅이 정해지면 새장에서 각자 영혼매를 한 마리씩 꺼내어,
림벨드나 대공동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영혼매는 청량한 삐-이 소리를 내며 그들을 신속하게 이송시키곤 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영혼매들이 망루에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인 인형은 얼굴이 없었지만, 만약 있었다면
땀을 삐질 흘리는 곤란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보시다시피 망루에 있어야 할 영혼매들이 전부 도망쳤습니다.
저는 조류가 아니라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지만, 수호자님의 해석에 따르면..."
'과중한 무게!'
'너무 잦은 이용!'
'과로! 혹사!'
'모이 인상!'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뚱한 표정으로 지붕에 둥지를 튼 채 깍깍거리는 영혼매들의 말뜻을
수호자가 영웅들에게 대신 전달하였다.
사실, 수호자는 그들이 재잘거린 수많은 내용 중 극히 일부만 옮길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는 업무 계약서와 노무사 고용 등 상당히 복잡한 대화가 나온 모양이었다.
"오호? 수호자 공! 역시 새대가리라 그런가?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수 있는 모양이군!"
턱수염을 매만지며 무뢰한이 무례하게 말하였다.
"일부뿐이다, 익인과는 쓰는 언어 체계가 달라서.
그보다, 그 새대가리란 호칭은..."
"크하하하! 이것 참 곤란하게 되었구만! 한동안 출격을 못 하게 생겼으니!"
무뢰한은 상큼하게 수호자의 말을 씹었다.
"무뢰한, 네놈은 원래도 출격할 일이 거의 없었잖아."
복수자가 표독하게 무뢰한에게 쏘아붙였다.
"그건 자네들이 나랑 같이 출격하기 싫어하니까..."
"홀애비 냄새가 나서 싫다."
복수자가 바로 대꾸했다.
"죄송하지만 무뢰한 씨는 요즘 너무 약해서..."
은둔자가 곤란한 듯 애써 웃었고
"음, 수호자랑 동급이지, 엄밀히 말하면."
철의 눈이 묵묵히 긍정했다.
"그 정돈 아닐세...최근에는 상향도 받았고..."
"우우...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왜..."
"아무튼, 요컨대 영혼매들의 말은,
우리가 너무 그들을 혹사하고 있다는 거지?
최근 너무 자주 출격하긴 했어."
침울해진 수호자와 무뢰한을 뒤로하고 레이디가 주제를 돌렸다.
"하하, 탐구할 거리가 너무 많은 탓에 그만."
학자가 능글맞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저만 오지 않았더라면..."
장의사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강한 힘과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너무도 소심했다.
"그만해, 누구를 탓하려는 게 아니야.
우리 중 한 명이라도 없으면 밤과 잔해의 왕에 맞서 싸울 수 없어."
'몇 명은 없어도 괜찮았을 텐데.'
복수자의 볼멘소리를 그녀는 애써 무시했다.
"자, 이제 우리는 어떻게 림벨드까지 가야 하는 거지?"
레이디의 날카로운 질문에 망루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평소였다면 영혼매의 날갯짓 소리와 날카로운 울음소리로 가득했을 망루에는,
지붕 위에서 심드렁하게 깃털을 고르는 새들의 '깍깍'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배를 타고 가기엔 너무 멀어요.
대공동까지는 일주일은 족히 걸릴 텐데."
장의사가 지도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흥미롭군. 단순한 짐승인 줄 알았더니, 집단행동을 통한 권리 주장이라니.
이건 조류의 지능 범주를 넘어서는 사회적 현상이야."
학자는 턱을 괴고 지붕 위의 영혼매들을 관찰하더니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학자 공, 지금은 분석할 때가 아니라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네!"
무뢰한이 억울한 표정으로 외쳤다.
수호자와 함께 '약체' 취급받은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었다.
"우우...선생...선생..."
수호자는 은둔자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채 아이처럼 울먹거렸다.
그때, 하인 인형이 조심스럽게 원탁의 영웅들 사이로 나섰다.
"저기... 방금 영혼매 대표 '위대한 부리'가 협상안을 보내왔습니다."
인형이 내민 것은 낡은 양피지였다.
거기에는 새 발자국 모양의 인장과 함께,
수호자가 간신히 해독할 수 있는 거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탑승자 체중 제한 엄수: 특히 갑옷을 풀세트로 장착한 '수호자'
무겁고 홀애비 냄새나는 '무뢰한'은 특별 할증료(최고급 모이 2배)를 부과할 것.
(수호자는 날개가 있는데 왜 날지도 못하냐는 투덜거림이 덧붙여져 있다.)
비행 중 정숙: 특히 복수심에 가득 차서 소리를 지르는 행위 금지.
주 5일 출격제 도입: 남는 시간은 자유로운 비행 및 둥지 보수 시간으로 보장할 것.
아츠 [원 샷]의 대궁과 대화살 금지: 대궁을 매달고 날 때마다 중심 잡기가 너무 힘듦. 따로 배송할 것.
"뭐?! 그럼 난 아츠도 쓰지 말란 거야?!"
철의 눈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홀애비 냄새가 난다고!!"
무뢰한이 투덜거렸다.
"우우우...선생, 선생...날지 못하는 새는 불필요한 존재인가?"
수호자는 울상이 된 채로 구석에서 좌절했다.
복수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건방진 놈들. 그냥 힘으로 제압해서 타면 그만 아닌가?"
"...영혼매들이 그랬다간 비행 중 자네를 바다 한복판에 떨어뜨릴지도 모른다고 하는군."
여전히 좌절 중인 수호자가 고개를 무릎 사이로 파묻은 채
손가락만 빼꼼 내밀어 지붕 위를 가리켰다.
유독 큰 영혼매 한 마리가 복수자를 향해 노골적으로 부리를 딱딱거리고 있었다.
레이디가 흰 장갑을 낀 손을 탁탁 마주치며 소란을 진정시켰다.
"자, 다들 진정하자. 영혼매 없이는 우리의 탐구도, 복수도, 수호도 불가능해.
일단 그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자."
"하지만 더 많은 모이를 줄 예산이 부족합니다, 레이디님."
하인 인형이 지적했다.
"그건 무뢰한의 술값과 학자의 도서 구매비를 삭감하면 해결될 문제야."
남일이라는 듯이 훠훠 웃으며 태연하게 영혼매를 관찰하던 학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항의하려 입을 뗐으나,
곧 레이디의 서늘한 미소에 입을 다물었다.
무뢰한은 이미 영혼을 잃은 표정이었다.
.......
그날 오후, 망루에서는 기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영웅들이 각자 영혼매 앞에 서서 '사과문'과 '최고급 지렁이 세트'를 진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안하다... 앞으론 비행 중에 복수와 응보를 외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복수자가 굴욕적인 표정으로 영혼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영혼매는 승리했다는 듯 거만한 모습으로 몸을 부풀리며 까악 거렸다.
철의 눈은 앞으로 매 한 마리를 더 구해서 대궁을 따로 옮기기로 합의했고
수호자는 은둔자가 갑옷에 경량화 주문을 걸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무뢰한은 하인 인형에게 부탁해
전신을 독한 데오토렌트 향수로 뿌리고 나타났다.
"이 정도면... 냄새는 안 나겠지?"
영혼매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 얼마안가 '위대한 부리'가 길게 삐-이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파업 종료를 알리는 신호였다.
"휴. 완만하게 해결 되어서 다행이야."
"크하하! 림벨드가 이몸을 부른다네!"
"홀애비 냄새나니 저리 꺼져라."
영웅들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지붕 위에서 영혼매들이 서로 날개를 맞대며
특유의 '하이 파이브'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의 계약서 구석엔 아주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는 사실을.
'다음 파업 예정일: 성탄절 및 연말 연휴.'
원탁의 평화는 되찾았지만,
영웅들의 지갑과 자존심은 한동안 회복되기 힘들 것 같다...
.......
"...? 피타빵을 구워 왔는데, 다들 어디로 간 거지?"
"꼴꼴꼴"
"또 황금 나무 그림인가. 적당히 좀 그리라고."
"꼴꼴."
꼴꼴꼴
새대가리 ㅇㅈㄹ ㅋㅋㅋㅋㅋ 존나너무하네
무뢰한씨한테너무하세요
뽁 성격 진짜 ㅋㅋㅋ
오랜만에 똥글이 아니라 재밌는 글이네 ㅋㅋ - dc App
아개웃겨
허수아비랑 하인 인형들도 파업 드개재
왜 재밌냐고
왜 흡입력 있냐고
왤케 잘씀
결국 철수무복 넷이 문제였단 거구만ㅋㅋㅋㅋㅋ
꼴꼴꼴
등단 해볼 생각 없나 - dc App
그거 어케하는거임 진짜모름
꼴꼴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