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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 졸던 수호자의 몸이 크게 부풀었다.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낯선 음성이었다. 날카롭고 우렁찬 그 고함소리는 평소 잘 놀라지 않던 수호자의 깃털을 바짝 세웠다.


은둔자는 공중에서 나풀대며 내려오는 깃털 하나를 손에 쥐고서 작게 웃었다. 놀란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지만 한겨울 참새가 털을 불리듯 몸을 움츠린 수호자의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작은 새 같아..."





소리의 근원은 원탁의 한 귀퉁이였다. 깔린 잔해 위에 걸터앉은 추적자를 향해 울분을 토해내듯 버럭 소리를 지른 것은 다름아닌 레이디였다.


"왜 자꾸 하르모니아 닷지하냐고!!! 나도 유물 먹어야 한다고!!! 계속 말 했잖아!!! 캐리해준다며!!! 통나무 들어준다며!!!"


묵은 화산이 터진 것 같은 레이디의 분노였다. 그녀가 이토록 화를 내는 것은 그 누구도 아직 본 적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애절하고도 통탄스러운 절규에도 추적자는 눈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30분 동안 카검 깔짝대는거 구경하는거 솔직히 노ㅡ잼임."


거친 손동작으로 사타구니를 긁적거리며 딴 곳을 쳐다보는 추적자의 모습은 레이디의 속을 찢어놓는 듯했다. 평소와 그리 다른 모습은 아니었지만, 믿었던 것을 배신당한 기분이 그녀의 머릿속을 완전히 헤집어 놓았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던 레이디는 오랜만에 새롭게 등장한 밤의 위협을 쓰러트리고 여느 때와 같이 승리를 기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꿈은 완전히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믿었던 오라버니의 사소한 배신이 이토록 가슴 아플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년이지...? 허구한 날 벽에 핀 좆같은 오물이나 핥아대던 그 년 때문이지...?"


레이디는 차가워진 목소리로 핏대를 세우며 추적자를 죽일듯이 노려보더니 황급히 어디론가 향했다. 추적자는 예상과는 다른 레이디의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일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엔 이미 늦은 후였다.




모퉁이에 서있던 철의 눈은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 그건 평소 알던 무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건 복수심으로 가득 차오른, 오래도록 먹잇감에 굶주린 미친 파충류와 같은 모습이었다. 함부로 다가섰다간 불쾌한 생채기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마치 알아채는게 늦은 것처럼 그저 지나치는 사람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곧 무언가 제대로 망가지는 소리가 들렸다. 단순히 떨어지고 부딪혀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라 으깨고 제대로 산산조각 날 때까지 악을 쓰는 소리였다.

"보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