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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서 잘 시간이야. 너 인간인 주제에 잠을 거르는 짓은 그만둬라.



..이봐.. 못들은 척 하지마. 네놈 귀가 밝은것은 하인인형도 잘 알고있더라. "



 집행자는 자신의 옆에 앉은 작은 인형에게서 그리운 향을 맡는다. 


투구의 틈 너머로 보이는 희멀겋고 신비로운 머리카락과 조화로 만들어진 오묘한 미감의 화관은 넋을 놓고 바라보기에 충분했다.


귀 뒤로 넘긴 긴 머리카락과 귓바퀴, 바다에 반사된 미약한 햇빛을 받아 빛나며 바닷바람에 이따금씩 흔들리는 잔머릿결,


 투박한 투구 너머로도 느껴지는 향수의 잔향과 목덜미의 살내음.


집행자는 눈을 감고 잠시 인형의 미약한 체온을 느꼈다.

인형은 조금 당황한 것인지 움츠러들더니, 이내 퉁명스럽게 고개 돌리고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는다.



" ... 흥..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분명 길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형은 조심스레, 차가운 손 위에 작은 손을 얹는다. 

손등을 감싼 갑주는 차가웠고, 한동안 손가락은 목석처럼 미동도 하지 않다가, 이내 덥썩! 작은 손을 잡아먹듯이 했다.


" ...! "

 


집행자는 얼굴근육에 미동도 없었다. 귀가 붉어진 인형은 여전히 무감정해보이는 그에게 불만있는 얼굴로 입술을 삐죽거렸다.


원채 감정표현에 익숙치않아 우여곡절을 여럿 겪어왔을 터이다. 이런 부분에서만큼은 미숙한 청년, 아니 그보다 철없는 소년에 가까웠다.


인형의 세상은 좁디좁아 너그러이 이해할 수 없었다. 


옆에 앉은 이상한 녀석도, 그에 대한 자신의 반응도. 단 하나 분명한것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목이 타는듯한 이 갑갑함과 울렁거림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것이, 싫지 않았다.



솨아아 - 

솨아아 -



그저 말없이,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아침이 밝아오기 전의 수평선을 바라본다. 파아란 하늘이 바다와 맞닿은 긴 선에서 연보라색의 빛깔이, 아침햇살을 맞이하듯 하늘로 서서히 떠오른다.


눈을 감고, 심호흡한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파도소리가 마치 몸 속의 모든 부정한 것들을 환기시켜주듯이. 시원한 기분이다.






 흐려진 기억속에서 유일하게 선명히 자국을 남긴것은 사람의 작은 온기와 애정이다. 


이는 인형도 마찬가지였다.


' 너는 그리움의 촉매제다. 그러나 싫지 않은것은 왜일까? '


' 너는 그리움의 촉매제다. 그러나 싫지 않은것은 왜일까. '


서로는 알 길이 없었다.

알아갈 생각도 아마 없을것이다.



열띈 싸움과 환희, 죽음과 밤에게 금세 사그라들어버릴 것이기에, 


이 해뜰 녘 찰나의 애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