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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겼다. 얼마 만에 맡아보는 깊고 풍부한 냄새인지, 오래된 서적을 살피던 학자는 더 이상 연구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그는 요새 며칠 동안 바깥을 나돌며 입수한 것들을 살피느라 제대로 된 식사는커녕, 끼니도 제때 챙기지 못하고 있었다.



학자의 입에는 군침이 돌았다. 배고픔 탓일까. 풍겨온 냄새만 살짝 맡았을 뿐인데, 달콤한 음식의 형태를 유추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읽던 페이지 위에 금으로 된 책갈피를 살포시 올려놓고 책을 덮었다.



냄새를 찾아 도착한 곳은 당연하게도 식당이었다. 그곳에 마련된 부엌 앞에서 하인 인형과 추적자가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자는 오늘이 과연 무슨 날이라 그런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맛 좋은 요리를 먹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부엌에는 오늘따라 많은 양의 요리가 분주하게 하나씩 준비되고 있었다. 재료의 손질과 쓰고 남은 그릇들을 정리하는 것을 장의사도 거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웬일로 레이디도 함께 일을 돕고 있었다.


"너는 저만치 떨어져서 설거지나 제깍제깍 해놓으란 말이야."


"어머... 그럼 무녀님이 물을 가득 좀 떠와 주시지 그래요?"


두 여자는 추적자의 곁에 달라붙어 무엇이 불만인지 서로 티격태격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편 테이블 너머에 학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존재가 홀로 서 있었다. 별빛을 머금은 듯 은은하게 반짝거리며 머리칼을 덮는 베일과 파랗고 수려한 화관을 쓴 아리따운 소녀 인형. 복수자였다.



학자는 홀린듯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여전히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한 곳에 서서 추적자와 동료들이 만들어 올려놓은 음식을 하나씩 집어먹고 있었다. 우물대는 그녀를 바라보며, 학자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윽, 떨어져라 쓰레기!"


"아앗... 미안해요..."


복수자는 손에 들고 있던 만두를 먹다 말고 학자의 얼굴에 냅다 쳐박아버렸다. 그는 얼굴에 범벅이 된 만두 속을 손으로 천천히 닦아내며 복수자에게 순순히 사과를 했다.


"기분 나빠, 변태같은 놈! 드러운 면상을 들이밀고 뭘 하는거냐?"


복수자는 한 발짝 물러나 인상을 찌푸리며 잔뜩 화가 나 있었다. 학자는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그녀를 가까이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복수자에게 관심이 많았던 학자는 자신의 실수를 책망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적대하지 않도록 만들고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아... 그게... 미안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사과의 의미로 이거라도 제발 받아주세요..."


그는 주머니에서 푸른 별빛 조각을 꺼내 들고 그녀의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복수자는 기분 나쁜 티를 내면서도 뇌물이 아주 싫지만은 않은 듯, 그가 꺼내 든 별빛 조각을 챙겨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흥, 멍청한 꼬맹이가... 네 주제를 좀 알아라!"


그녀의 말은 뾰족한 장미 가시처럼 학자의 마음에 따갑게 박혔다. 그러나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학자, 그는 겉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아주 어렸다. 생긴 것만 보면 무뢰한과 동갑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아직까지 소년의 마음을 지닌 호기심 덩어리였다. 그는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말과 행동에 실수가 많은 청년에 불과했으나, 사실을 모르는 다른 이들에게는 나잇값을 못 하는 노인네로 보일 뿐이었다.


그런 사실을 본인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학자는 항상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처럼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데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정말 미안합니다. 복수자님, 너무 궁금해서 그랬어요."


"뭐가 궁금하다는 거냐?"


"복수자님은 인형이시잖아요. 굳이 그렇게 음식을 드시지 않아도 되는데 드시는 이유도 그렇고 소화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다 먹고 나중에 배설은 어떻게 하시는지 그리고..."


복수자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학자가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동안 중간중간에 "닥쳐라" 라고 여러 번 강하게 말했지만, 그는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인지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신체 부위가 부품처럼 간단히 분해가 되는데 한 번 하나씩 빼서 살펴보고 싶어요. 관절부위는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생식 기관의 구조는 일반적인 생명체랑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하고 또 표정을 지을 때 얼굴 근육이 일반적인 인간과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 아, 또 평소에 이른 아침에 화장대를 자주 이용하시잖아요? 피부 질감도 궁금하고..."


"씨바아아알!! 닥치라고오오!!"


요리에 신경을 쓰던 추적자와 다른 동료들은 테이블을 쾅쾅 내려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뒤를 돌아보았다. 복수자는 화가 나서 죽일 듯 노려보다 못해 거의 울상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저번에 귀엽게 방구도 나오던데 그럼 소화기관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거겠죠? 그래서 항상 식사하고 한 시간 정도 후에 화장실을 가시는 게 전날 먹은 걸 배출하려고..."


"미친... 미친...! 이 씨발롬아!!! 죽여줄까!! 아니 죽어버려...!! 씨바아알!!!! 변태새끼가아아!!!"


복수자는 방방 뛰며 테이블 위에 놓인 식기와 그릇을 마구 집어 던졌다. 그녀가 손에 잡히는 대로 이것저것 집어 던지기 시작하자, 지켜보던 동료들이 뒤늦게 허둥지둥 그녀를 저지하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그릇에 담긴 음식들이 여기저기 튀어 오르며 학자에게 적중했다. 식당은 아주 난장판이 되었다. 음식을 얻어맞은 학자는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그 작은 소녀 인형이 역정을 내며 방방거리는 꼴은 자주 보았지만, 위험하게 식기까지 집어 던지며 살의를 드러내는 것은 무녀 외에 아무도 본 적 없었다.


해변가까지 도망쳐 나온 학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후우... 기분 나쁜데 말을 걸어서 화를 낸 건가... 이 정도로 화낼 줄은 몰랐는데... 한동안 하고 싶은 말은 편지로 써야겠어..."


"그나저나... 배고프다..."


이날 이후로 복수자는 학자가 있는 곳은 물론, 그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에는 절대로 발을 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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