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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같은 괴성이 원탁을 쩌렁쩌렁하게 흔들었다. 원탁 위에 두 손을 짚고 벌떡 일어나 냅다 소리를 지른 것은 다름 아닌 레이디였다. 근처에 앉아 다음 출격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복수자는 입을 꾹 다문 채 시선을 돌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원탁의 무녀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으으끄으으윽!!!"


레이디는 주먹을 꽉 쥐고 신음하다가 원탁을 꽝 내리쳤다. 그녀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아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추적자와 레이디가 철의 눈과 함께 출격하려던 찰나에 장의사가 끼어들어 그녀의 자리를 빼앗아 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원탁의 무녀인 그녀 자신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다프네에에에!!!"


레이디는 복수자의 본명을 부르며 고함을질렀다. 복수자는 겁에 질린 작은 생쥐처럼 놀라서, 옆에 앉은 집행자의 뒤로 쪼르르 숨어들었다.


복수자에게 있어서 원탁의 무녀는 믿음직한 동료이기 이전에 아주 두려운 존재였다. 오직 그녀만이 이곳에서 복수자를 봐주지 않고 흠씬 두들겨 패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집행자는 두 손을 들고 진정하라는 듯이 레이디를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레이디는 씩씩거리며 의자에 앉은 집행자 뒤에 완벽하게 몸을 숨긴 복수자에게 똑똑히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장의사는 네년 파티였잖아... 팀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거냐아!! 이 새끼가아!!!"


의자 뒤에서 작은 몸뚱이가 움찔하는 하는 것이 느껴졌다. 집행자는 곤란하다는 듯이 일어나서 레이디를 향해 대신 고개를 숙였다. 이것은 현재 원탁 앞에 남아있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레이디는 그저 만만한 복수자에게 분을 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큰 소리를 듣고 찾아온 하인 인형이 출입구 앞에서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또 귀신같이 알아챈 레이디는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빗자루를 빼앗아 들며 소리쳤다.


"네놈이냐? 이따위 씨브럴 시건방진 장난질을 가르친 게?"


"으아아... 무녀님!! 오해십니다...! 그게... 그것이... 저는 그냥... 원탁에 결함이 있는 것 같아 이야기를 하였을 뿐인데... 영웅님께서...!"


하인 인형에게 표정은 없었지만,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허둥지둥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레이디는 빗자루를 냅다 집어 던졌다. 하인 인형의 유일한 단짝 친구는 보기 좋게 허공을 날아 벽에 부딪혀 처량하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아... 무녀님...!"


그녀는 조금 전까지 하인 인형을 향해 매질이라도 하려는 듯이 마구 화를 내고 있었지만 더는 그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이젠 숨을 고르며 화를 삭이고 있었다. 설마 원탁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하인 인형조차도 알지 못했다. 장의사가 원탁의 무녀를 상대로 이런 일까지 벌일 줄이야, 오히려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레이디는 테라스로 홱 나가버리더니 가만히 서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추적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복수자는 그녀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주 모를 수가 없었다. 좀만 더 기다리면 분명 소란스러운 일을 만들어 놓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집행자의 손을 꼬옥 붙잡고 같이 출격할 사람이 더 없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화가 잔뜩 나 있는 무녀를 제외하면, 남아 있는 인원은 해변가에서 지팡이나 가지고 설쳐대는 무뢰한과 예배당 구석에 틀어박혀 히히덕거리는 쓰레기. 책방에나 기웃거리는 은둔자와 그 똘마니 수호자 뿐이었다. 복수자에겐 그런 존재들이었다.


눈치를 살피며 가만히 앉아있던 집행자는 얌전히 복수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기다려야만 한다면 차라리 2인으로 출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복수자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크하하하하!!! 다들 뭐 하고 있었나!!!"


조금 시간이 흘러 원탁에 무뢰한의 모습이 보였다. 그를 본 복수자는 더 이상의 고민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집행자의 손을 잡아끌더니 냅다 2인 출격을 선택해 버렸다.


"음...? 방금 전까지 이곳에서 복수자 양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았는데?"


무뢰한은 홀로 원탁 앞에 앉았다.





무뢰한, 그의 시간은 쓸쓸히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