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땅을 거니는 족속 가운데 뱀이 있었나니
이는 주께서 지으신 피조물 가운데 간교하기로는 그 짝이 없음이라.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는 어찌하여 저 큰 나무의 열매는 취하지 않느냐"하니
여자가 뱀에게 말하기를 "우리를 지으신 분께서 일러 가라사대 우리가 동산에 나는 온갖 나무들의 열매는 먹을 수 있으나 다만 모든 나무의 중심이 되는 큰 나무의 열매만은 우리의 취할 것이 아니니라 하셨느니라"
그 뱀이 다시 여자에게 말하길 "참으로 이상한 말이로다. 온갖 열매를 취하는 너희가 저 열매 하나를 취한들 반드시 죽지는 아니하리라, 너희를 지으신 분께서는 너희를 스스로의 형상대로 지었은즉 참으로 그가 열매 하나를 두려워할 일이 있겠느냐"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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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께서 여자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행한 이 일이 어찌 된 것이냐?" 하시니 그 여자가 말하기를 "붉은 뱀이 나를 속여 내가 동산 가운데에 난 열매를 먹었나이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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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도읍에 비가 내린다.
저 금빛 창공의 구름 가운데 속속들이 퍼져있던 무명의 것들이 하나의 작디 작은 먼지 조각에 달라붙어-
이윽고 그 무게가 창공이 허락한 기준을 넘어설 적이면 마침내 이름을 얻어 떨어진다.
도읍의 무수한 금빛 지붕 가운데 하나를 때린 뒤 흘러 떨어지던 무명자들의 여정은 마침내 도읍의 어느 잿빛 거리, 벽을 짚고 선 남자의 금빛 로브를 적시며 끝을 고한다.
"컥... 커헉... 케흑..."
"-함께 이 땅을 밟은 자들의 이름을 고하라."
남자의 손아귀에 목을 붙잡힌 검은 갑주의 병사는 허우적대는 척 슬그머니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나 금빛 로브를 입은 남자에게 곧바로 제지당한다.
"...어렵게 가는군. 함께 온 죄인들의 이름을 댄다면 고통없는 죽음을 약속하마."
"컥... 그... 금... 빛 로브... 당...신... 심문..관... 어째... 서...? 케헥..."
마침내 검은 갑주의 병사가 입을 열자 남자는 손아귀에 힘을 풀고 뒤로 물러선다.
잠시 숨을 고르던 병사는 어느새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장검이 남자의 손아귀에 들려있는 것을 보고는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다짜고짜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소만 나는 메스메르님의 직속 전령이오. 심문관이라면 나에 대한 공격은 곧 메스메르 전하에 대한 불경이라는 것을 잘 알 텐데?"
"내가 네 목을 놓아준 것은 함께 온 자의 이름을 듣기 위해서다, 죄인."
"허, 아무리 심문관이라 해도 도를 넘어서는군. 이 일에 대해서는 징벌소에 정식으로 회부하겠-"
"381년에 출병한 너희 검은 군단은 이미 죄인의 신분이다."
".......뭐라?"
병사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머리가 남자의 말을 곱씹어보기도 전에 시야가 뒤집히더니 차가운 빗물이 흐르는 돌바닥이 얼굴을 짓누른다.
"크윽... 이 자가 진짜...! 아까부터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게 말을 하시오!!"
'아무리 눈 앞의 사내가 무소불위의 심문관이라 할지라도 자신은 데미갓의 직속 전령. 스스로에 대한 모욕이라면 모르겠으나 제 신분을 알고도 자신을 이리 손찌검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는 건 메스메르님에 대한 불충이다.'
이렇게 계산을 마친 병사의 성대가 더욱 크게 고함을 치려 오므라들기도 전, 병사의 시야에 웬 종이가 쑥 들이밀어진다.
"네 일행 가운데 여기 적힌 자들 중 빠진 자가 있나?"
빗물로 계속 흐려지는 시야를 가다듬어가며 번져가는 잉크의 나열을 읽던 병사는 곧 그 종이가 자신이 속한 "검은 군단"의 전령 명단임을 알아챈다. 그러나 이윽고 빗물에 번져가는 이름들에는 전부 붉은 잉크로 사선이 그여있다는 점이 병사의 머릿속에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다시 묻지 않겠다. 네 일행 가운데 여기 이름이 없는 자가 있나?"
병사는 필사적으로 이 상황을 이해하려 머리를 굴려보지만 코와 입으로 계속해서 들이치는 빗물이 사고를 방해한다.
'어째서 도읍의 심문관이 자신을, 아니 검은 군단을 죄인이라 부르는 것인가? 어째서 함께 온 군단 전령들의 이름에 붉은 잉크가 그여있는가?'
'......어째서 이 문서에는 영원여왕의 인장이 찍혀있는가?'
병사의 표정을 살피던 남자는 그 목덜미를 누르던 발을 거두고 뒤로 물러서지만 병사는 그대로 누운 채 꼼짝하지 않는다.
"그대들이 따르는 데미갓, 아니 이제는 폐위된 자이니 이름으로 부르겠다. ......메스메르가 어두운 뱀이라는 고변이 있었다."
"허... 내가 그분을 따라 나가있는 동안 공의회의 학사들이 단체로 흉조잡이의 향약이라도 들이마신게요? 날개달린 뱀은 신수요! 영원여왕께서 직접 내리신 말씀을 대체 누가 부정한단 말이오!"
"......"
남자는 아무 말이 없었으나 병사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깨달았다.
'확실히, 지고하신 영원여왕의 말씀을 뒤집을 수 있는 자는 없다. 제아무리 고위 학사들이 황금 성당의 대서고에서 밤낮없이 토론을 벌여본들 영원여왕의 말씀으로부터 한 글자라도 어긋난 논제가 오고가게 되면 결국 기어이 알아챈 심문관들이 방문할 뿐이다. 그렇다면... 설마 진짜로 영원여왕께서-'
아쉽게도 병사의 사고는 그 목과 함께 거기서 끊기고 말았다.
비구름에 덮여 잿빛으로 변한 하늘과, 마찬가지로 잿빛인 돌바닥이 병사의 시야에서 몇 바퀴 구르더니 점차 감각이 멀어져 간다.
남자는 방금 전까지 병사의 울대와 이어져있던 부분에 꽂힌 장검을 들어올려 능숙하게 혈흔을 털어낸 뒤 벽에 기대어 두고는 뒤를 돌아 잿빛 거리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잠시 후 영원 여왕의 규방 바깥에서 금빛 로브의 자수가 반짝이자 곧 규방 가운데 자리한 여인이 보낸 손짓 한번에 규방의 베일이 걷히고 황금의 빛줄기가 남자의 몸을 감싼다.
"지고하신 분이시여. 이곳, 틈새의 모든 땅과 생명이 당신의 손그늘 아래-"
[ 고하라. ]
"...대성당으로 향하던 메스메르님의 직속 전령을 마지막으로, 이제 더는 도읍에 검은 군단의 일원이 존재하지 않나이다."
남자의 보고를 들은 여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다만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로도 그 의중을 알기 힘든 두 금빛 눈동자가 먼 허공을 응시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여인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 먼 시선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한번의 손짓으로 백만의 군사가 치켜든 횃불이 밤을 낮처럼 만들게 하며 찰나의 눈빛으로 삼라만상을 꿰뚫어보는 저 신은 지금 어느 미혹에 사로잡혀 있는가.
슬슬 꿇어앉은 남자의 무릎이 아려오기 시작할 즈음 영원여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 -이 서신을 군단의 배에 실어 보내라, 내가 인도할 것이니라. 또한 계시를 내릴 것이니 학사들로 하여금 대성당을 비우도록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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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쳤다.
밤사이 추적거리며 흩뿌리던 비구름은 이제 도읍의 잿빛 거리에 희뿌연 안개만을 남긴 채 황금나무의 가지 너머로 사라져 간다.
이윽고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 거리에 처음 나온 이는 어느 가여운 노인일까, 목이 떨어진 병사의 시신을 보고 질겁하는 것도 잠시-
듬성듬성한 이빨 사이로 쉰 소리를 한번 내쉬고는 병사의 시신을 들쳐메고 묘지로 향한다.
만나야 할 이를 때맞게 만나는 것은 대체로 행운이라 할 수 있겠으나 그것이 묘지기임에랴.
-터벅 터벅, 노인의 발걸음을 따라 흔들리는 병사의 시신으로부터 빗물에 젖은 서신 조각 하나가 떨어져 밤사이 거리에 생겨난 어느 웅덩이에 그 흰 몸을 묻는다.
그 귀퉁이에는 아주 작은, 그러나 상냥한 불씨가 붙어 편지지를 천천히 태우는가 싶더니 이내 흰 종이를 타고 찾아온 물기에 아쉬운듯 꺼뜨려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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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하신 황금률의 나흐체란님께.스승님, 그간 강녕하시었는지요.오랜 세월 찾아뵙지 못하였음에도 부득불 서면으로 인사드리는 이 못난 제자를 용서해주십시오.지난 세월 스승님의 인도 아래 수없이 개최되어온 도읍의 공의회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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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메스메르가 보낸 전령들은 어떻게 됐을까 싶어서 한번 찌끄려봤우
고맙다
마리카 씨발련이
메스메르 마리카친아들아님? - dc App
아빠는 누군지 정확히 안나왔는데 엄마는 마리카 마즘 근데 메스메르 그림자땅 보내놓고 버린 것도 마리카잖아 - dc App
@Vitnir 첨부터 버릴라고 낳은거야 아님 사도세자처럼 첨에는 좋아햇는데 나중에 버린거야? - dc App
그건 모르지 근데 그 dlc에서 얻을 수 있는 마리카의 영약 설명보면 출정나가는 아들과 병사들을 위해 직접 축성해서 만든 뒤에 다시는 안만들었다는 언급이나 메스메르 눈에 박혀서 뱀의 불을 누르고 있던 황금 의안에 마리카 문양 찍혀있는 거 보면 사랑하긴 했는데 너무 더러운 전쟁에 동원되어 손에 피를 많이 묻힘 + 황금나무에서 배척하는 불의 권능을 타고남 이것때문에 결국 어쩔수없이 그림자땅에 그대로 유폐한거 아닐까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