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이가 입사하기전..
로고만 나왔다 하면 난리가 나는 명품 스튜디오가 되기전..
프롬에게는 계속해서 다양하고 기괴한 시도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도 중에 몇 개만 소개 해보자면,
Enchanted Arms (2006)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프롬 특유의 색 따위는 전혀 없는 밝고 희망한 턴제 RPG. 포켓몬 같은 시스템도 있었다.
주인공이 세상을 구원하는 전형적인 왕도물이다.
Ninja Blade (2009)
정신나간 닌자 액션 게임. 도쿄 시내를 돌아다니며 거대 괴물을 잡는 게임이다. 심각할 정도로 많은 QTE 때문에 욕을 엄청나게 먹었다.
Metal Wolf Chaos (2004)
미국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부통령에게 맞서기 위해, 백악관 지하에 숨겨둔 로봇을 타고 미군을 학살하며 나라를 되찾는 내용의 B급 코미디 게임이다.
Lost Kingdoms (2002)
카드를 던져서 몬스터와 싸우는 독특한 시스템의 게임. 카드를 던지면 소환수가 나와서 대신 싸워준다.
Kuon (2004)
동양풍 서바이벌 호러 게임. 사일런트 힐과 비슷한 게임이다. 너무 안 팔려서 찍어낸 물량이 거의 없어 구매가 불가능하다.
여기까지 보면 알겠지만, 프롬은 미야자키가 들어오기 전까지 근본이 전혀 없는 회사였다.
만약 미야자키가 정신나간 시도들을 한다면, 오히려 프롬의 근본을 지키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다양한 시도 중에 돋보인 게임이 있었는데, 바로 킹스필드다.
신작 기다리기에 지쳤던 나는 다크소울의 조상님으로 불리는 킹스필드가 어떨지 궁금했고, 한번 해보기로 했다.
Kings field 1 (1994)
어..
Kings field 2 (1995)
음..
1,2는 그래픽이 생각보다 처참했고, 도저히 플레이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나름 안 좋은 그래픽에 내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짜'를 보고 나니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장 최신작인 킹스필드 4는 꽤나 괜찮은 그래픽을 가지고 있었기에, 4를 해보기로 했다.
Kings Field 4 the ancient city (2001)
이 게임은 놀랍게도, 미야자키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미야자키가 프롬의 게임을 정립하기 이전임에도, 프롬 특유의 맛이 조금 느껴진다.
그럼 지금부터 나눠서 살펴보겠다.
1. 아트 디렉션, 분위기.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프롬의 게임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분위기와 놀라운 아트 디렉션 때문이다.
킹스필드 4는 아무래도 옛날 게임이다보니 놀라운 아트는 없지만,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멸망에 가까운 세계, 우중충한 지하와 햇살이 아름답게 쏟아지는 숲까지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만약 다크소울 1의 분위기를 사랑했다면, 아마 킹스필도 4도 좋아할 것이다. (물론 다크소울만큼의 다양성은 없긴하다. 맵 대부분이 비슷한 지하로 이루어져있다.)
2. 전투
녹화를 안해서 아쉽지만 움짤은 없다.
전투는 다크소울 1의 열화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데몬즈 소울은 안해봐서 비교를 못한다.)
게이지가 차면 때리고, 움직여서 피하는 전투다. 그 외의 다른 요소는 없다. 정말 단순하지만, 현재 소울 게임의 전투의 혼이 조금은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3. 레벨 디자인
놀랍게도 레벨디자인은 상당히 잘되어있다. 킹스필드 2가 탐험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고는 하는데, 4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중앙 타워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되는데, 이 타워를 중심으로 해서 모든 지역이 연결되어있다.
타워의 3층에서 시작해 점점 아래 층으로 내려간다. 한참 다른 지역을 탐험하다보면, 타워의 2층에 도착하고, 또 탐험하다보면 결국 타워의 1층에 도착하게 된다.
이렇게 모든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각 지역의 레벨 디자인도 지루하지 않게 잘 만들어져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4. 편의성
부끄러운 고백을 할때가 왔다. 킹스필드를 그대로 섭취하지는 못했다. 약간의 조미료를 곁들였는데, 조작감 패치와 저장/불러오기를 사용했다.
킹스필드는 화톳불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소울 게임의 화톳불 시스템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죽으면 아예 돌아가버린다는 것. npc와 말을 걸거나, 열쇠를 얻거나, 문을 열거나, 엘리트 몹을 죽이거나 하는 모든 것을 다시 해야한다.
도저히 버틸 수 없었기에 에뮬에 내장되어 있는 저장/불러오기를 사용해서 진행했다.
지도가 있긴한데, 이렇게 생겼다. 그리고 현재 위치도 알려주지 않는다.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 같기도한데, 어쨌든 나는 찾지 못했다.)
사실상 지도는 있으나 마나다.
맵이 꽤나 헷갈리기에 고생을 많이 했다. 다크소울보다 훨씬 길을 많이 잃었다.
(위 아래가 카테고리 변경, 좌우가 아이템 변경이다.)
UI는 상당히 불편했지만, 게임을 포기할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괜찮았다.
5. 결론.
전반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고, 다크소울 1,2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싱글 신작 기다리기에 지쳤다면 시도해보자.
6. 번외
킹스필드의 계보를 이어서 만들어진 비교적 최신 게임이 있다.
Lunacid (2023)
킹스필드의 현대화 버전으로, 편의성이 많이 개선되어있다. 킹스필드를 해보고는 싶지만, 너무 옛날 게임이라서 망설여진다면 꼭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많이 저평가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내 최애 게임 중 하나다. (조건: 다크소울 1,2가 3보다 훨씬 좋았어야됨)
끝.
루나시드도 프롬에서 배포한 킹필 툴?로 만든 버전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