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비인기 잡몹 로미나의 서사에 대해 고찰해보겠음
로미나는 무려 메스메스, 미켈라단과 함께 엘들크의 '필수 보스' 중 하나로
에니르 일림으로 가는 최종 관문을 지키는 수문장임
이 듣보잡 새끼는 뭔데 라우프의 지역 보스를 차지하고 있을까?
그리고 왜 그림자 나무의 봉인을 지키고 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은 아직까지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로미나가 메스메르 편에 속할 리는 없다는 거임
출시 트레일러 + 로미나의 추억을 보면 메스메르는 그림자땅 침공 당시
로미나의 교회를 불태워 무너뜨린 원수에 가까움
그 후로 로미나는 이형의 신성 = 붉은 부패에 매달렸고
이는 '꽃봉오리'가 싹트는 과정으로 비유됨
이처럼 로미나를 수식하는 단어는 바로 '꽃봉오리(bud)'임
믿음과 신뢰의 꺼무위키에서는 이 꽃봉오리라는 단어를 근거로
로미나를 밀리센트와 그 자매들과 연관시키고 있음
하지만 꽃봉오리는 비단 에오니아 꽃하고만 연관된 단어가 아님
프붕이들이 보이는대로 줍고 다녔을 익숙한 필드 루팅 아이템,
'성혈의 나무 싹'도 꽃봉오리(Sacramental Bud)라고 불림
툴팁에도 나오지만 이 꽃봉오리는 미켈라의 성스러운 피를 머금고 있음
이 점에서 성혈의 나무 싹은 미켈라의 성수(haligtree)와 깊이 연관됨
왜냐하면 성수는 황금나무의 대안 + 여동생을 치료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미켈라가 직접 피를 먹여 키워낸 나무이기 때문임
하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성수는 결국 실패작이 되고 말았음
미켈라의 피는 외부신의 개입을 막는 권능을 가지긴 했지만
미켈라 자신도 결국 마리카-라다곤의 자가생식을 통해 태어난 자손에 불과함
그래서 마리카의 피에 깃든 외부신들의 저주로부터 근본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이것이 성수가 끝내 붉은 부패에 침식되어 추하게 자라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라 추정됨
다시 성혈의 나무 싹으로 돌아가보겠음
이 나무 싹의 원종은 바로 '미켈라의 성수'로 자라난 그 묘목이라 할 수 있음
그런데 엘든링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나무 싹은 성수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님
케일리드, 겔미어 화산, 알터 고원 등등 틈땅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이 희귀한 새싹을 루팅할 수가 있음
여기에서 프롬뇌를 가동해보자면,
나는 성혈의 나무 싹이 미켈라의 성수가 틈땅 전역에 퍼뜨린 포자라고 생각함
정확히는 그 포자에서 자라난 어린 새싹인 거지
마치 황금나무가 틈땅 전역에 황금 종자를 퍼뜨려서
유사시에 자신을 대체할 '작은 황금나무'들을 자라게 한 것처럼
그럼 지금까지 한 얘기가 로미나와 무슨 상관이냐
나는 성혈의 나무 싹이 그림자땅에도 퍼져 있었다고 생각함
메스메르의 원정은 그림자땅이 아직 틈땅과 분리되어 있지 않았을 때 이루어졌으니
성수의 포자가 그림자땅 지역에 내려앉지 못했으리라는 법은 없음
요컨대 내 추론은 이러함
불탄 교회의 폐허에서 절망에 빠져 있던 로미나는 기적처럼 돋아난 새싹을 발견했음
그 꽃봉오리를 망연히 안고 있던 로미나는 거기서 이형의 신성과 접촉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성수의 본체를 침식하고 있던 '붉은 부패'였음
그러니까 로미나는 미켈라가 그림자땅을 방문하기 훨씬 전부터
본의 아니게 미켈라에 의해 간접적으로 구원을 받은 인물일 수도 있음
물론 성혈의 나무 싹에 깃들어 있던 붉은 부패는 미켈라에겐 그저 실패의 상징일 뿐이었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져 있던 로미나에게는
'난숙한 윤회'의 섭리를 품고 있는 붉은 부패가 새로운 희망의 상징으로 느껴졌던 거임
글이 길어져서 ㅈㅅ
여기까지는 로미나와 미켈라의 관계에 대한 프롬뇌였음
하지만 '로미나는 왜 봉인을 지키고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고 할 수 있음
앞에서 쓴 내용보다 더 추측에 기반한 내용이 많으니
재미없으면 그냥 뒤로 가기하삼 ㅇㅇ
나는 로미나가 원래는 엘들크 세계관 내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기획되었지만,
끝내 미완성된 채로 출시된 보스라고 생각함
왜냐하면 로미나는 그 성격상 황금나무 문명 vs 나선 문명의 대립 구도에서 벗어난
제3의 가치관을 상징하는 인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임
근든링 세계관에서 성녀로 추앙받는 인물은 트리나와 로미나밖에 없음
트리나는 고통받거나 탄압받는 존재들에게 단잠을 선사하는 존재였고,
로미나 역시 부패의 권속들처럼 추방당하고 버려진 존재들의 성녀였음
더군다나 지네와 전갈이 융합된 모습으로 미루어볼 때
로미나는 라우프에 잔존하고 있던 도가니의 힘과도 융합했다고 볼 수 있음
그러니까 로미나에게 라우프의 유적, 나아가 그림자땅 전체는
외부 세계와 격리된 채로 천천히 썩어가는 존재들의 세계였던 거임
메스메르는 잘차의 간언에 따라 라우프를 불태우지 않은 채 그냥 내버려두었고,
로미나는 성녀로서 추앙받으며 몰락해가는 그 작은 세계를 지키고 있었던 거라고 할 수 있음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매우 익숙한 인물의 모티브를 떠올릴 수 있음
바로 다크 소울 3에서 아리안델 회화세계를 지키고 있던 수도녀 프리데임
로미나에게 있어 그림자땅 전체는 회화세계나 다름없는 세계라 할 수 있음
모두가 천천히 부패해가고 있지만, 결코 불태워져서는 안 될 세계
그런 의미에서 로미나는 메스메르의 편에도 미켈라의 편에도 서지 않았을 것임
마치 프리데가 '우리들을 그냥 내버려두라'고 했던 것처럼
즉 벨라트-엔시스-그림자성까지의 루트가 황금나무 원정군 vs 뿔인간 종족의 서사를 담고 있다면
그림자성 이후에 나오는 라우프의 유적은 그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있는,
제3의 가치관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던 지역이 아닐까 싶음
로미나도 원래는 그러한 가치관을 상징하는 보스,
미켈라의 성혈에 의해 구원을 받았지만 미켈라의 혁명에 동의하지 않는
그런 독특한 안티 테제를 지닌 보스로 기획된 게 아니었을까 함
하지만 결과는.........
음..........
장문의 똥글을 읽어줘서 고맙고 반론은 환영임
두줄 요약
1. 로미나가 안고 있었던 꽃봉오리는 성혈의 나무 싹
2. 로미나는 프리데의 오마주 + 미켈라의 안티테제
미야자키도 모름
미야자키는 아는 게 뭐임
개추
프롬뇌추다요
이런 생각의 잔가지 좋아하는 편
프롬뇌는 개추여
젠장 또 미완성이야
탈리스만 푸른 무희에서 '눈 먼 검사는 옛 신, 부패를 봉했다' 라고 나오고 부패한 호수에서 루팅 가능한 전갈의 침에는 '봉인된 외부의 신의 유물을 사용한 이교도의 제구라고 한다' 라고 나와서 나는 눈 먼 검사가 봉인한 부패의 신이 지금 로미나에서 인간 상체만 똑 뗀 전갈이랑 지네가 합쳐진 모습일거라고 예측했음. 전갈의 침 무기 자체가 눈 먼 검사에게 죽은 부패의 신에게서 전갈 부분의 침을 잘라 그대로 사용한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로미나도 미드라한테 미친불 태양이 생긴것처럼 그릇에 외부신의 의지? 모습? 이 결합된 그런 상태라고 생각했었는데 부패를 찾아낸 기원이 성혈의 나무 싹이라는 추측은 상상도 못했었네
로미나가 지네와 전갈의 형태가 된 이유는 너 말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나는 그냥 도가니의 영향이라고만 생각했음 ㅇㅇ 전갈의 침을 잊고 있었네
이말대로면 붉은 부패는 그땅에 본래 있던 신앙이 아니라 틈새에서 건너온거겠네. - dc App
우리 여1신님의 영향력이 그정두라 할수 있음
회화세계또너야
이런 거 볼 때마다 황나그는 진짜 납기일 너무 심한 것 같음
오 이렇게 보니까 라우프 지역에 의의가 깔끔하게 떨어지네 재밌는 좋은 글 고마우 봉인나무도 그렇고 이런 거 볼 때마다 차라리 출시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들크는
아 폭룡탈리 모독성검으로 녹이고싶네 - dc App
게이
@말레단 짜피 좆노잼 보스인데 게이짓해도 되는거 아니요? - dc App
@Abel 남자라면 그럴 땐 코옵을 불러서 잔치를 열어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