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갤 문학 쓰는 사람들 모두 존경한다
처음은 힘이 넘쳤는데 뒷부분에 힘이 빠졌음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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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을 텐데\"
불 꺼진 재 따위를 믿는게 아니었다.

\"네놈이 저 여자를 감싸주는 한, 이 몸은 네놈의 아군이라고.\"
어둠 속에서 홀로 고통받더라도 그 감옥에 있는게 나았을 것이다.

\"카림의 기사는 썩어빠진 배신을 용서치 않는다.\"
그녀에게 이유없이 친절을 베풀 때 부터 의심을 했어야 했다.

\"...그 대상이 그저 망가진 여자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만약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녀는 지금처럼 고통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어깨에 걸친 해머를 양손으로 고쳐잡고, 땅으로 내려쳐서 분노를 일으킨 후, 몸에 힘이 가득차는 걸 느끼면서 그 자식에게 해머를 휘둘렀다.





-2-
그녀가 감옥에서 나오고 나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사장에 잠시 들렸다. 통로 밑으로 슬쩍 봤을 때 괜찮아보인걸로 봐선 굳이 말을 걸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녀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는 여기의 화방녀가 쓰고 있는 눈가리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그것을 찾기위해 로스릭 지역을 구석구석 헤메고 다녔지만 눈가리개에 대한 건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 눈가리개를 찾으려면 가장 밑바닥에 가봐야할 것이다. 모든 땅의 잔여물들이 모인 곳의 가장 아래에 있는 곳에.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들고 확인해봤다.

\"...아아, 네놈이냐, 오랜만이군.\"
마지막으로 만났던게 늙은 마술사와 싸울 때 였던가, 그 때 이리저리 구르며 에스트를 계속 들이키는 모습을 봤을 땐 썩 믿음직스러워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안전한 곳에 그녀를 데리고 온 걸 보면 신뢰할 수준은 되어 보인다. 불 꺼진 재를 돕기로 한건 썩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여긴 좀 심하군 그래\"
다른 지역과는 고립되어 있고 건물의 내부는 음침하기 짝이 없지만, 불이 사그러들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힘든 노인이나 일개 도둑, 상인 등이 이성을 잃지 않고 있는 모습으로 봐선 그녀가 감옥에 있는 것 보단 여기로 오는게 훨씬 나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정말로 눈가리개를 찾기 위해 그녀 곁에서 더 멀리 떨어질 수 있겠지.

\"안심했어, 그야말로 그 여자에게 딱 맞는 장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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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아아, 영웅이시여,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제사장을 떠나기 직전, 통로 밑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불 꺼진 재가 그녀에게서 기적을 배우는 거겠지. 그녀는 앞을 못보지만 점자성서를 읽을 줄 안다. 재가 점자성서를 가져다 주면 그녀가 성서를 읽고 기적을 알려주는 것이다. 불 꺼진 재가 그녀와 친밀하게 붙어 있으면서 기적을 배우는 모습을 생각하면 조금 질투가 나긴 하지만 에스트가 다 떨어져 언제 이성을 잃을지 모르는 망자보단 불 꺼진 재가 옆에 있는게 망해가는 세상에선 더 안전할 것이다.

\"... ... 또 다시 저를 괴롭히고 있어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그녀의 몸이 무슨 일이 생긴건가, 당장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순간 몸이 굳어져서 움직일 수 없다. 불 꺼진 재는 대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아, 영웅이시여, 또 다시 가버리시는 건가요.\"
\"부디 부탁드립니다, 저를 괴롭히는 어둠이.\"
한참이 지나서야 재는 이리나 곁을 떠나 제사장에서 빠져나갔고, 나는 그제서야 몸을 움직여서 이리나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모습만 봤을 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 있는 점자성서들 중 하나의 서명을 확인했을 땐 난 나락에 떨어지는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

\'론돌의... 점자성서.\'

불 꺼진 재 그 자식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녀에게 위험한 성서를 읽게 한 것이 분명했다. 지금까지 그 놈을 믿었던 나에게 분노를 느꼈다. 더 이상 그녀를 그 자식의 손아귀에서 고통받게 할 순 없다. 난 그녀의 손을 붙잡고 어두컴컴한 제사장에서 빠져나왔다.





-4-
나의 분노를 담은 해머가 휘둘러진다. 그 어떤 방패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매서운 일격이었지만 그 자식은 종이 한장 차이로 가볍게 피한다.

목표를 맞추지 못한 해머는 땅에 무겁게 박히지만, 나는 쉴 틈 없이 해머를 들어올려 다음 일격을 날린다. 그러나 불 꺼진 재는 나의 느린 공격을 비웃듯이 방패를 올리지 않고 구르지도 않으면서 공격을 피한다. 나의 두번째 공격도 빗나간 순간 재는 가볍게 칼을 휘둘렀다. 나는 아까의 일격에 온 힘을 다했기에 그 자식의 공격에 대응할 수 없었고 칼이 내 몸을 두번 가르자 정신이 흐렷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늙은 마술사와 싸우던 때와는 전혀 다른 실력이군.\'
불 꺼진 재는 무식하게 정면으로 와 내 공격을 받고 으스러지지 않았다. 대신 그 놈은 방패를 올리고 차분하게 걸어오면서 나를 압박했다. 분노로 가득찬 나의 해머가 녀석을 후려쳤지만 그때마다 방패로 막거나 구르기로 피했고, 서너번의 공격을 받아낸 후 나의 공격에 대해 파악했는지 방패로 막지 않고 구르지도 않으면서 나의 공격을 피하고 역공을 가했다.

계속되는 역공에 큰 피해를 입었는지 눈 앞이 흐릿해지면서 손에 힘이 빠진다. 나의 체력이 한계에 도달한게 보였는지 불 꺼진 재는 수비적인 자세를 버리고 공격적으로 나온다. 그 순간 나는 무거워진 두 팔에 힘을 넣어 해머를 겨우 붙잡고 땅바닥을 내리쳤다. 해머의 머리가 바닥에 닿는 순간 무기에 담긴 분노가 방출되었고 내 몸은 순간적으로 다시 힘으로 가득 찼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공격적으로 나오던 재는 큰 타격을 입고 바닥에 굴렀을 것이다.

하지만 내 눈앞엔 쓰러진 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앞에 아무도 없는 것에 의문을 품은 순간, 갑자기 뒤에서 몸을 뚫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한기를 느꼈다.

\"이리나...\"

나는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정신을 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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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따뜻하면서 불길한 무언가가 내 몸을 깊숙이 꿰뚫었다. 눈을 뜨니 주변엔 화방녀와 비슷해보이는 시체들로 가득했고 그 가운데 이리나가 앉아있었다.

여긴 어디고 이리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이러한 의문을 품는 순간 내 몸을 꿰뚫었던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내 몸속을 휘젓는 꺼림칙한 느낌에 몸을 움직인 순간, 내 양팔은 누군가에게 잡힌채에 뒤를 향해 있는 걸 깨달았고, 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자 내 무릎과 머리는 차가운 바닥에 닿아있었고 하반신은 무언가에 부딪치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지 눈치 챘을 때, 순간 이리나가 앞을 못한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하지만 내 몸속에 들어온 불쾌한 느낌은 점차 화톳불과 같이 따스하면서 황홀한 느낌으로 바뀌었고 그것이 점차 입으로 나오려고 하자 나는 온 힘을 다해 억누르기 시작했다.

내가 쾌감과 수치심을 억누르는 걸 눈치챘는지, 불 꺼진 재는 내 팔 한쪽을 놓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불에 달궈진 석탄같은 걸 손으로 으스러트리자 재의 몸은 장작처럼 불타올랐고 화톳불 같이 따스하게 내 몸을 꿰뚫던 느낌은 태초의 화로처럼 뜨겁게 치솟는 불길이 되었다.

뜨거운 불길이 이전과는 다른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자 나는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입에서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리나는 몸이 부딪치는 소리와 나의 신음을 듣고 눈치챘는지 소음의 근원이 되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고, 이리나와 눈을 마주친 순간 나는 더 이상 수치심과 쾌락을 버텨내지 못했다.

불 꺼진 재는 데몬이 터트리는 최후의 폭발처럼 내 몸속에 에스트를 풀어놓았다. 마치 에스트가 내 몸을 가득 채워주는 것처럼 처음 느껴보는 쾌감이 내 몸을 채웠고, 나 역시 재와 같이 에스트를 방출하면서 고룡의 꼭대기에 도달하는 느낌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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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아아, 영웅이시여,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리나가 불 꺼진 재를 불렀다. 재는 쾌락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놔두고 이리나 곁으로 갔다. 어두워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지만 그녀의 옆엔 나의 무기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무기를 들고 일어섰고 불 꺼진 재는 그녀 옆에 각반을 벗은 채로 앉았다.

\"그 벌레들의 속삭임이 또 다시 저를 괴롭히고 있어요.\"
이리나는 한손으로 모운 해머의 손잡이를 잡고 불 꺼진 재의 하반신이 손잡이를 삼키게 했다. 재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다른 손으로 좀 전에 나를 꿰뚫었던, 불 꺼진 재가 가진 시대의 망조를 빠르게 훑어내기 시작했다.

\"아아, 영웅이시여, 또 다시 가버리시는 건가요.\"
해머의 손잡이가 하반신을 꿰뚫어버릴 듯 거칠게 움직이자, 불 꺼진 재는 화염 공격을 당한 망자처럼 발광하기 시작했다. 시대의 망조가 사방에 저주를 흩뿌려댔지만 그녀의 거친 손놀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이리나가 불 꺼진 재를 고룡의 꼭대기로 보내고 난 후, 무기를 들고 천천히 나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녀가 론돌의 점자성서에서 찾은게 고통이 아닌 기쁨이러는 사실에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