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이름은 김순녹, 아이돌마스터를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그리고 저의 짝꿍이자 절친인 김민수, ‘다크 소울’이라는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저희 둘은 가끔 일진들에게 빵 상납을 하긴 하지만 그 이외에는 특별한 탈 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평범한 학생들입니다.


“어이어이, 민수쿤. 또 ‘다크 소울’이라는 게임의 영상을 보고 있는거야?”

“그렇다. 순녹쿤도 한 번쯤 해 보는 편이 좋다구. 절대로 갓게무니까.” 

“야레야레... 민수쿤, 이미 명성은 익히 들었다고?!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마조히스트를 위한 게임?! 야바이다나... 그런 어려운 게임은 나한테는 맞지 않아.”

“뭐하냐, 이새끼들아?”


누군가의 저의 뒤통수를 쳐서 황급히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의 정체는 서원석, 저희 둘의 담당일진이자 이 반의 권력자입니다.


“워...원석쿤?”

“뭐야, 이건? 또 씹덕영상이나 보고 있겠지.”

그 말과 함께 원석이는 민수가 보던 pmp를 낚아챘습니다.


“에미... 아직도 이 시대에 이딴 그래픽의 게임이나 처하고 있냐? 씨발 하여튼 씹덕새끼들 좆같은 게임만 골라한다니까. 뭐 근데 보니까 싸우는 게임인거 같네? 이 새끼 게임 하면서 상대방 이름 내 이름으로 하는거 아니냐? 서...원...석... 죽..인..다.. 병신 새끼 ㅋㅋㅋㅋ”

“....”

“맞지 병신아? 씨발 씹덕 새끼들 상상 속에서 사람들 줘패는 생각한다던데 진짜였네. 차라리 애니보면서 딸이나 치든가 롤배그는 씨발 실력 딸려서 못하니까 이딴 병신 쓰레기게임 하면서 딸딸이 치는 꼬라지 씨발 ㅋㅋㅋ”

“...그만둬라.”


민수쿤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떠한 모욕을 받아도, 일진들에게 얻어맞아도 참던 민수가, ‘다크 소울’이라는 게임이 욕을 먹자 그는 진심으로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어? 이 새끼 화났냐? 화났냐고? 와 이새끼 진짜 돌았나?”

“민수쿤... 거기까지 하고 미안하다 해!”

“...거기까지다.”

“아 존나 띠껍네 씨발새끼가 기분도 안 좋은데... 옥상으로 따라와.”

그 말과 함께 원석이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등을 돌렸습니다.


그 순간 - 


“어어..?”

민수는 원석이의 뒤로 다가갔습니다. 민수가 오른주먹을 원석이의 등에 휘두르자 원석이는 무릎을 꿇었고, 그 틈에 민수는 원석이의 등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뺐습니다. 원석이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습니다.


“저 새끼가 미쳤나!”

“무슨 일이야?”

“어머어머! 오또케, 오또케!! 선생님 불러와야 되는거 아냐? 오또케!”

급작스러운 싸움 소동이 벌어지자 반 전체의 이목이 이쪽으로 쏠렸습니다. 그것도 민수가 반의 최고 권력자 원석이에게 선빵을 날리다니... 불 보듯 뻔한 결과였지만 미개한 급우들은 일방적이라도 민수가 두들겨 맞는 꼴을 보고 싶은 모양인지, 아무도 말릴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원석이가 민수를 정의구현 하나 기대하는 듯한 눈빛들이었습니다. 저는 민수의 돌발 행동에 얼어붙어 의자에 주저앉아 이후 원석이의 분노가 저에게 미칠 것을 두려워하며 민수를 속으로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하...하하...이거 실화냐?”

원석이는 상상도 못했다는 듯, 어이 없어하면서도 은연중에 수치심이 느껴지는 웃음을 지으며 슬슬 일어나더니 민수를 바라보았습니다.

“하하......이 씨발새끼가!”

실실 웃던 원석이는 급정색을 하고는 민수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그 순간 - 


“패링ペリン”

‘터엉’


순식간이었습니다. 원석이는 바닥에 주저앉았고, 민수는 왼손을 마치 원석이의 공격을 쳐냈다는 듯이, 손을 치켜들고 있었습니다. 급우들도 마찬가지로 어떤 일이 일어난건지, 어리둥절해하는 눈치였습니다. 민수는 주저앉은 원석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원석이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는 어깨를 붙잡고 말했습니다.


“...네 녀석은 ‘자코’다. 이번은 놓아주지만 앞으로는 이러지 않는 편이 좋다. 다음번은 ‘진심’일테니...”

그 말과 함께 민수는 일어났습니다. 반 전체가 방금 일어난 일에 충격을 받은 듯이 아무런 미동도 없었습니다. 오직 원석이만이 주저앉은 상태로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꺄아악!!!”

“야 이새끼야, 와봐, 와보라고. 아직 안 끝났으니까. 와봐!!”

절대절명의 위기! 원석이가 옆에 있던 김민희(17세, 처녀)를 끌어당기더니 왼손으로는 목을 조르고 오른손으로 나이프를 휘두르며 민수를 도발하고 있었습니다. 민희쨩은 처량하게도 숨이 막힌다는 듯이 켁켁대며 원석이의 팔을 떼내려 바둥바둥 댔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이 비겁한 녀석!”

저도 모르게 분수에 맞지 않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습니다. 급우들도 이건 아니라는 듯이 웅성웅성대고 있었고, 민수 역시 고개를 푹 숙이고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저는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원석이는 이제 ‘진심’이었습니다. 권력자로 군림한 이래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수치심, 그리고 이대로 패배를 인정하면 통치자로서의 삶도 이제 끝일 것이라는 예감. 패배 이후 그를 기다리는 지옥じごく - 그는 이대로 몰락하느니, 차라리 민수를 죽이고 소년원에 갈 기세였습니다. 원석이의 눈에 번뜩이는 살기가 그 증거였습니다.


“거..거짓말이지...? 이..이거 위험하잖아...”

뚜벅뚜벅 걷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민수가 원석이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민, 민수쿤. 이...이건 함정이야! 죽어! 절대로 죽는다고!”

제가 말을 꺼냈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민수는 오른손을 가슴 쪽으로 끌어모으고는 원석이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가드 브레이크 ガドゥ ブレイク-”



퍼억-



“앞잡 アプザブ.”




민수가 오른손으로 원석이를 쳐내자, 민희가 옆으로 밀려나고 원석이는 중심을 잃은 듯 비틀댔습니다. 찍, 쿵 – 명치에 왼손으로 어퍼컷 한 방, 오른손으로 정권 지르기 한 방. 원석이는 K.O. 였습니다.


“어...어이어이... 저 녀석 좀 하잖아...?”

“젠장... 네 녀석 너무 멋있는거 아니냐고?!”

“민수사마, 민수사마! 저의 손을 잡아줘요! 오니쨔아아앙!!”


급우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민수는 그에 아랑곳 하지 않는 듯이, 민희에게 다가갔습니다. 그가 했던 말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민수야...”

“쉿, 그 정도면 좋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다만 - 


나에게는 이미 ‘그녀かのぞ’가 있다. 너의 감사는 마음에만 담아두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