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블러드본 프롬뇌를 천천히 써볼건데,

이번 글은 그 맛보기정도로만 생각해주면 된다.


블러드본 관련해서 나름 준비해둔 자료는 많은데

정리도 안되어있고 막상 찾아보면 빠진 것도 있고 하다보니

시간이 걸린다던지, 내용에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도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음.


일단 이번에는 스토리 자체에 대한 추측보다는

그냥 자비의 칼날에 대한 배경같은 걸 짧게 짚어볼거임.




자비의 칼날에 적힌 설명.

설명에도 적혀있지만

자비의 칼날은 야수를 때려잡기 위한 무기라기보다는

피에 취한 사냥꾼을 죽이기 위한 무기다.


상대를 처단하기 위한 도구에

"자비"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게 느낌이 독특함.


그런데 계속 생각해보니까 블러드본을 제쳐두고도

단검에다가 자비라는 말을 붙이는 건 꽤나 낯이 익더라.

이게 역사적으로 뭔가 있는게 아닌가 싶어 그 내용을 한번 찾아봤음.

꺼라위키 거르고 위키피디아 찾아보니까 대략 두개의 문서가 나왔다.


https://en.wikipedia.org/wiki/Misericorde_(weapon)




이 무기의 이름은 미제리코드인데,

라틴어로 "자비로운 행위"를 뜻하는 미제리코디아에서 파생한 단어로서

프랑스어로 "자비"라는 의미를 뜻한다고 함.


무기 자체에 대한 설명을 조금 하자면,

12세기쯤부터 등장한 길고 좁은 칼날로 찌르기에 특화되어있는 단검인데

치료의 가망이 없는 상처를 입은 동료나 상대에게

급소를 찔러서 죽이는 용도로 꽤나 사용되었다고 하더라.


해당 문서에 적혀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 읽었던 자료로 조금 더 보충하자면,


중세시대에 기사는 전신을 갑옷으로 두른 채 말을 타고 싸우는데

싸우다가 낙마만 잘못해도, 혹은 떨어진 후에 다른 말에게 조금만 잘못 밟혀도

척추같은게 박살나기 쉽상이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그 기사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회복할 가망도 없는 채

고통속에서 천천히 죽어갈 수 밖에 없어지게됨.


그래서 기사들이 부 무장으로 이 단검을 들고가는데,

혹시 적이나 아군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경우

급소를 찔러서 차라리 편안한 죽음을,

즉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의미로서 들고다녔다고 한다.


또한 역으로 그런 상대를 발견할 경우

상대에게 그러한 자비를 베풀기 위함이기도 하고.


물론, 이 무기가 그렇게까지 신사적인 용도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찌르기에 특화된 무기이다보니, 갑옷의 틈을 파고들어서 기사의 급소를 찌르는 것이 가능해서

상대에게 순간적인 기습을 가하는 용도로도 주로 쓰였다고 함.


예를 들자면 기사가 시야확보를 위해 투구에 뚫어놓은 구멍으로

이 단검을 찔러넣어서 눈이나 머리를 꿰뚫어버리는거지.

상대는 바로 뒤지거나 전투불능이 되는거고.


그래서 이러한 용도 때문에

기사 중심의 전투가 있던 중세 유럽에서는 이 미제리코드가 꽤나 자주 쓰였다고 하더라.

그리고 이 미제리코드에서 조금 더 발전된 무기가

아래에서 설명할 스틸레토임.


https://en.wikipedia.org/wiki/Stiletto





스틸레토는 15세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무기이며

론델 단검이나 위에서 언급한 미제리코드를 기반으로 개량한 무기라고 여겨진다.

그냥 커다란 바늘에 가까웠던 미제리코드에 비해

날이 삼각뿔처럼 이루어져있어서

더 날카로우면서도 상처를 남기기 쉬웠다고 하네.


초기에 이 무기의 기본적인 용도는

위에서 이야기했던 미제리코드랑 크게 다르지 않았었어.

가망이 없는 부상을 입고 고통스럽게 죽는 아군/적군에게

최대한 고통을 더는 자비로운 무기이자

한편으로는 기사에게 기습을 가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로 쓰였지.


그런데 이게 이후에는

순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암살용 무기로서 활약을 하기 시작해.


날이 얇고 길어서 소매나 외투 같은데 숨기기도 좋았고

한번 급소를 푹찍하면 순식간에 상대를 죽이는게 가능하니까.


이 무기를 다루는데 숙련이 된 암살자는 찌르는데서 끝나는게아니라

삼각형으로 된 날을 이용해서 단검을 힘껏 비틀며 빼내서

아예 찔린 부위를 허벌창내버렸다더라.


이후에는 이 무기를 이용하여

정치적 중요인사를 암살하는 등의 공작이 엄청 심해지니까

이탈리아에서는 이 무기를 금지시켰을 정도로 주의했지만

19세기까지도 애용되는 암살용 무기였다고 함.


※이건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어쌔신 크리드에서 등장하는 히든블레이드도

그 기원은 이 무기에서 파생된게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뿐만 아니라 아예 일반적인 전투에 있어서도,

1차 세계대전에서 참호전 때문에 근접 무기가 필요해지자

병사들이 총검을 뽑아서 직접 만들었을 정도로 자주 쓰이는 무기였고,

2차 세계대전에서까지 휴대용 무기중 하나로서 쓰였다고 하니,

무기로서는 그 명맥이 꽤나 오래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여튼 이러한 부분들을 따져보았을 때

자비의 칼날은 그냥 프롬새끼들이 대충 지어내서 갖다붙인게 아니라

중세에 이러한 무기가 있다고 알고

그 컨셉에 맞게 고안한 장치무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자비의 칼날에서 가장 최고의 모션을 꼽자면

양손 상태에서 스텝공격으로

상대에게 파고들어서 찌르기를 하는 공격모션일정도.


그러기에 자비의 칼날은


그 상징성에 있어서

피에 취한 사냥꾼들이 그 피의 갈증에 목말라하며 사냥하다가

야수가 되어 사냥당하기 전에

하다못해 최소한 인간으로서,

사냥꾼으로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자비를 베푸는 무기이며


그 전투 스타일에 있어서는

상대의 빈틈을 순식간에 파고들어서 급소를 찔러버리는

중세~근대 암살무기로서의 모습을 가지고온 무기라고 보면 되겠다.



※사족으로서, 프롬 애들이 스틸레토고 뭐고 전혀 모르고

그냥 운 좋게 맞아떨어진게 아니냐라고 물을 수 있는데.

프롬의 다른 작인 아머드 코어 4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가 이름이 아예 "스틸레토"인걸 봐서는

얘들이 최소한 스틸레토에 대해 알고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면 이번 글은 이걸로 끝.

이러한 자비의 칼날이 스토리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스토리 흐름에 대한 어떤 단서가 되는지는

다음 프롬뇌 글에서 천천히 나올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면 고맙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