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이건데

 본편 내용만 따라가면 본편 팬들은 빠른 전개에 더 좋아하지만 겜 안한 사람들은 이해를 못함


 '지크벨트의 여정'이라는 큰 틀에 내 소설 박아넣기로 결정함

 시간 없지만 빌 때마다 수라빡글로 계속 올림     

 

 그래서 로스릭 쪽 정보가 많이 필요하다 

 



 신들의 시대가 끝날 무렵, 로스릭의 장벽은 갑자기 솟아올랐다.

 누군가 세운 것이 아니었고 장벽은 다만 스스로 생겨나 스스로 솟았다.


 신들의 도시, 아르노 론도에서 전이해온 것이라고 말도 있었고, 

 식신귀食神鬼 엘드리치가 잡아먹은 신의 권능을 부려서 장벽을 만들었다는 말도 떠돌았다.



 멸망해가는 세계에서는 소문만 무성했고 진위眞僞의 행방은 아무도 몰랐다.




 오랜 친구를 죽이기 위하여, 지크벨트는 우선 그 로스릭의 장벽을 통과해야 했다.

 

 고향 카타리나에서 로스릭의 장벽까지는 14일 거리였다. 

 나흘의 여정에서 온몸이 판금갑옷의 무게로 쑤시고 결렸으나 지크는 쉴 여유가 없었다. 

 지크는 하릴없이 밤낮을 걸었다.


 

 장벽의 북서문 관문을 오른 지크는 사람들의 울음을 들었다. 

 

 로스릭의 백성들은 아직 산 자의 삶이 온전한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로스릭인들은 장작의 혈통에게 비호를 받는 이들이었으니까. 

 지크는 닳아빠진 무릎을 재촉하여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달려갔다.

 

 “오오…… 오오……”

 “어어…… 우어……”


 로스릭의 백성 일곱 명이 성첩에 엎드려서 절하고 울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크는 그들이 절하는 방향을 흘끗 보았다. 

 그 방향 멀리에, 태초의 화로가 하늘을 겨누어 화염 기둥을 쏘아올리고 있었다.


 무언갈 묻고 싶었지만, 그들의 경건한 기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지크는 칼을 흉벽에 폭풍 군주Storm ruler 를 기대세우고 답답한 투구를 벗었다. 명백한 실수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자들의 피부가 모두 갈색이었다. 

 구릿빛이 아니라 썩어버린 나무의 누기찬 갈색.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고 다만 사람의 형체만 가지고 있는 신체.


 지크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들이 망자亡者라는 사실을. 


 그 깨달음이 머리를 스친 순간은 이미 늦어버렸다.


 멀리서 경계조의 비명과 망자의 종소리가 울렸다. 

 지크는 엎드려 있던 망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솟구치는 적의敵意와 살기殺氣…… 지크는 그 자신의 적의와 살기로 그것들을 포착했다. 


 오로지 산 것들을 죽이기 위해서, 

 망자들은 가죽과 껍데기만 남은 그 몸으로 이 세계를 방황하는 것이라고, 옛 친구는 말했었다.

 

 산 자를 노리는 망자의 적의와 칼날의 조준점에는 어떠한 까닭이 없었다. 

 죽어서, 그들은 산 자들을 질시하는 것일까. 지크는 알 수 없었다.


 지크는 곧바로 흉벽에 세워놓은 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옆에 엎드려 있던 망자가 한 발 더 빨랐다. 

 그는 자신에게 달려들은 망자와 뒤엉켜 두세 바퀴를 뒤로 굴렀다. 구르는 사이사이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그 망자의 힘과 간신히 비겨냈다. 망자들은 대체로 산 자들보다 힘이 좋았다.


 늙어서 으스러지기 직전인 뼈마디들이 고통의 비명을 질러댔다. 


 지크의 위에 올라탄 망자는 아가리를 벌리며 알 수 없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벽돌을 연장으로 가는 듯한 괴이한 소리였는데, 웃음소리 같았다.


 망자의 썩은 침방울이 지크의 볼에 떨어졌다. 악취가 지독한 그 침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지크는 입안에 들어찬 돌과 흙과 피를 뱉어냈다. 

 

 “태양이여!” 


 지크는 짐승처럼 노효하며 정신력을 집중했다. 


 “제 마지막 소명의 길에 그 빛을 비추소서!” 

 

 지크는 몸속 깊숙이 집중시켜놓은 정신력과 살기를 기운으로 바꾸어 몸 밖으로 폭발시키듯 내뿜었다. 

 안개의 폭풍처럼, 희멀건 기운들이 강력한 힘으로 퍼져나갔다.

     

 정신력과 살기를 실체화하는 것, 마법사들은 그 기술을 포스Force 방출이라고 명명했다.


 지크를 깔고 뭉개고 제 칼을 핥던 망자가 하늘 높이 떠올랐다가, 비명을 지르며 장벽 밑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바라본 다른 망자들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쓰러진 지크는 고개를 들어 남은 망자들의 수를 헤아렸다. 

 한 명은 떨어져 죽었고, 두 명은 밀려났을 뿐 다시 몸을 추스려 일어나고 있었다. 

 

 젊어서, 신체와 정신이 굳건했을 때 지크는 포스 방출 단 한 번으로 이 망자들보다 더 많은 적을 날려버리곤 했었다. 

 ‘욤과 포스 방출로 힘겨루기를 하곤 했었지……’ 그 생각이 떠오르니 가슴의 밑바닥이 침울했다.



 지크는 일어서려 했다. 일어서서, 폭풍 군주를 쥐고 싸우려 했다. 

 하지만 몸이 그의 명령을 거절했다. 망자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등은 불덩어리가 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웠고, 무릎은 예리한 칼로 도려내듯이 쑤셨다. “태양이시여, 제발!” 지크는 포스 방출을 준비하려 했으나, 고통이 정신력을 어지러이 흩뜨리고 있었다. 망자들이 더욱 바싹 다가왔다. 지크는 머리가 빙빙 도는 것을 느꼈고,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싸움에서 물러나 있던 오랜 세월 동안 몸의 칼날도 정신의 칼날도 너무나도 무뎌져 있었다.

 망자들의 그림자가 지크의 얼굴에 드리워졌다. 그 그림자들, 제각기 칼을 치켜들고 있었다. ‘태양이여……’ 황혼의 세계에서 태양은 보이지 않았고 그 권능도 없었다.



 그때, 더 거대한 그림자가 지크와 망자들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 그림자의 주인은 폭풍을 몰고 왔다. 

 그림자는 거대한 날개를 펄럭였고, 칼바람을 휘몰아 망자들을 지크에게서 걷어냈다. 

 그림자는 위엄찬 포효를 내질렀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날카로운지 지크는 양팔로 두 귀를 틀어막아야 했다. 

 

 망자를 멀리 걷어낸 뒤, 그 거대한 형체는 아가리를 벌려 붉고 뜨거운 것을 뿜었다. 용의

 불꽃이었다. 지크는 고개를 들었다. 로스릭의 비룡이 불을 뿜고 있었다. 

 

 불붙어 온몸을 비틀며 불에 저항하는 망자들은 곧 그을려 죽었다. 착각일까, 지크는 불에 타죽는 망자들의 얼굴이 어째선지 편안해보이는 것만 같았다.


 위기를 넘긴 지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흉벽으로 기어갔다. 흉벽을 짚고 몸을 가누어서 간신히 벽에 기대앉았다.


 비룡의 등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로스릭 기사 세 명이 지크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판금 갑옷을 철걱거리며, 절도 있게 발을 맞춰서 걸었다. 

 

 양옆의 기사가 중앙의 기사에게 보조를 맞추고 있는 듯했다.   


 왼편에서 걷는 기사가 면갑을 들어올렸다. 


 “처음 보는 갑옷인데.” 셋 중 체격이 제일 작은 기사였다.

 

 오른편의 비대한 체구의 기사도 면갑을 들었다. 

 

 “멍청하긴. 옛 카타리나라는 지역의 기사들이 입던 방어구야. 맞죠, 대장?”


 체격이 작은 기사가 물었다. “대장, 대체 대사제님께서 이 늙은 기사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는 겁니까?”

 

 “무례한 놈들.” 중앙에 있던 기사가 투구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이분의 존함은 지크벨트, 로스릭의 영원한 친구이시며 명예로운 기사이시다. 한 번만 더 이분께 무례하게 굴면 그때는 내 너희들을 군율로 다스리겠다.” 


 양옆의 기사가 복종의 의미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지크는 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지크벨트 경, 실로 오랜만입니다. 제 부하들의 무례를 용서하시지요. 이 녀석들은 마지막 세대라서요.” 젊은 기사는 찬란한 금발 머리의 땀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지크는 비로소 그를 알아보고 빙그레 웃었다. “오, 제프리, 내 사랑하는 친구여.” 

 

 짙은 눈썹과 진회색의 눈동자를 가진 잘생긴 청년 기사, 제프리 드래곤하트였다. 

 그는 몇백 년 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젊었고, 풍채에서 생기가 살아 흘렀다. 달라진 건 외모가 아니라 그 직위였다. 말단 기사였던 그가, 지금은 비룡을 부리며 부하 기사들에게 대장으로 불리는 기사가 되어있던 것이다. 


 세월의 무상함 속에서 지크는 다만 씁쓸했다.

 


 “지크벨트 경의 친구라…… 아마 제 삶에 그 이상의 명예는 없을 겁니다.” 제프리가 싱긋 웃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긴 하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위험합니다. 방금 겪으셨다시피 망자들이 들끓지요. 제 용으로 함께 가시죠. 아, 그리고 엠마 대사제께서 지크 경을 찾으십니다.”

 “엠마가 나를 찾는다고?” 대서고에서 왕실의 아이들을 안고 활기차게 웃던 여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엠마가…… 아직도 살아있단 말인가?”

 “예.” 제프리 경이 손짓하자 비룡이 길게 울부짖으며 등을 낮췄다. “모실 수 있다면 크나큰 영광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