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http://gall.dcinside.com/m/fromsoftware/86789
01
http://gall.dcinside.com/m/fromsoftware/90135
……대성문 밖에서 휘날리는 고리의 깃발은
왕의 친우의 손짓이요, 왕의 사자의 노래이니,
운반자는 마땅히 왕의 의장을 거느리고 나아가……
그들을 극진히 맞이하여 왕의 궁성으로 초대할지어다……
『로스릭의 고리문양 깃발』
정오에, 지크벨트는 로스 산Lothmountain 산자락의 대성문에 있었다. 기이하게도 대성문에 주둔하는 기사와 병사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으음……" 지크는 격렬했다던 그 전쟁의 편린을 느낄 수 있었다. 로스릭의 대성문이 폐허로 방치된 일은 그 유례가 없었다.
지크는 하릴없이 ‘로스릭의 고리문양 깃발’을 나무 장대에 묶었다.
폭풍군주를 감출 때, 함께 감싸서 땅속에 묻어두었던 비단이었다.
지크가 머리 위로 깃발을 높이 내걸자 그 기폭에서 찬란한 금빛이 뿜어져나와 잿빛 하늘에 고리문양을 커다랗게 그려냈다.
고리문양 깃발은 로스릭 왕가의 친구이거나 위대한 사명을 지닌 사신에게만 왕이 하사하던 마법 기폭이었다.
황금 깃발이 하늘에서 번쩍이는 동안,
지크는 눈을 들어서 낡아 무너져가는 대성문 너머 산길을 올려다보았다.
뱀처럼 구불거리며 산성으로 치닫는 길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고, 경사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보기만 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넌더리가 났다.
지크는 로스릭성과 로스릭인들을 사랑했으나,
로스릭 성에 이르는 산길만큼은 결코 사랑할 수 없었다.
로스릭 성은 로스 산의 정상에서 우뚝 솟은 성이었다.
밖에서는 장엄하고 첩첩한 산세가 천험, 달려드는 적세敵勢를 쉬이 압도하고,
안에서는 용과 기사, 사제와 제사장들이 각각 하나의 기둥이 되어 적으로부터 성을 수호했다.
그리고, 태양의 자손 세 명이 합심하여 건국한 두번째 용과 태양의 왕국.
하지만 그 천험은 양날의 칼인 것이어서,
백성들은 성의 출입을 힘겨워했고,
왕과 귀족들은 가마와 의장대를 산자락에 따로 배치해두고 본인들은 용에 올라 산을 오르내렸다.
그 순간 비룡의 뇌성이 구름과 고리문양 깃발을 갈랐고, 지크의 상념을 갈랐다. 운반자들이 그의 부름에 응한 것이었다.
위엄차고, 친숙하지만, 인간의 밑바닥에서 두려움을 이끌어내는 날갯짓과 우레를 내지르며 비룡은 하늘에서 대성문 앞으로 힘차게 내려앉았다.
비룡이 내려앉자 그 등 위에 올라타 있던 로스릭 기사 세 명이 땅 위로 내려섰다. 로스릭 기사들은 언제나 용의 친구였고, 용을 부릴 줄 알았다.
판금갑옷으로 중무장한 기사들이 지크벨트를 보고 가볍게 경례를 올렸다.
“환영합니다, 로스릭의 진실된 친구여.”
기사장長의 상징인 청색 망토를 두른 기사가 말했다. “저는 운반장인 에드워드라 합니다.”
그가 면갑을 들어올렸다. 붉은 눈동자의 준수한 사내로, 오른편 어깨 위로 특대검의 칼자루가 튀어나와 있었다.
지크가 환하게 웃었다.
“오! 내 거창한 환영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 나는 카타리나의 기사인 지크벨트네.”
“예, 지크벨트 경. 그 존함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젊은 기사가 고갯짓으로 대성문 앞의 비룡을 가리켰다. “파라고스를 타고 함께 가시죠. 대사제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사제라니 으음…… 으음…, 혹시 엠마를 말하는 건가?”
왕자들에게 법도를 가르치던 여인의 웃음이 귓가에 어른거렸다. “그렇다면 정말 미안하네. 엠마에게도 그렇게 전해주게. 난 로스릭성이 아니라 장벽으로 가야만 하네. 옛 친구를 만난다는 건 태양의 은혜이지만, 내게는 시간이 없네.”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저희의 행선지도 본성이 아니라 장벽입니다. 로스릭성에는 이제 어둠과 고름과 망자만이 가득하지요.” 그는 담담한 어조로 멸망을 말했다. “예의를 갖추어 모셔오라는 대사제님의 명을 받았습니다만, 경의 거절은 용납하지 말라고 명하셨습니다.”
“내가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그가 거절의 의사를 드러내보자 뒤에서 대기하던 붉은 망토의 기사 두 명이 일제히 앞으로 나아왔다.
무수한 파멸의 수라장에서 살아남은 살수들의 노련한 살기를 그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한 명은 예리한 서슬의 장창을 가졌고,
한 명은 직검과 방패로 무장하고 있었다.
양쪽의 기사 모두 붉은 전포에는 로스릭 왕가의 상징, 성검과 그 성검을 양옆에서 받드는 고룡古龍이 금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로스릭의 친구이자 명예로운 기사인 당신과 쓸데없는 다툼은 피하고 싶습니다.” 에드워드가 간청하듯 말했다. “무례를 용서하시고, 부디 함께 가주십시오.”
지크도 그들과 문제를 일으키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알겠네.” 지크는 장대에 묶었던 기폭을 거두어 커다란 투구 안에 집어넣었다.
으스러진 몸과 육중한 갑옷에 눌려서, 지크는 비룡의 등 위로 올라타지 못했다.
그러자 먼저 올라탄 에드워드가 지크의 팔목을 잡고 위로 당겨주었는데, 힘이 어찌나 강한지 지크를 손쉽게 용의 등 위로 끌어올렸다.
“돌기처럼 튀어나온 부분을 잘 잡으십시오. 그러면 출발하겠습니다.” 에드워드가 비룡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가자, 파라고스.”
천천히 날갯짓하면서 비룡 파라고스는 뇌성을 질렀고, 죽은 산의 초목들은 격하게 바스락거리며 몸을 떨었다.
비룡은 지면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올라 목적지를 겨누고 빠른 속도로 날았다.
“오오!”
거인의 어깨 위에는 수없이 올라보았으나, 용에 올라타 세계를 내려다본 것은 그에게 처음있는 일이었다.
지크는 잠시나마, 멸망의 세계와 그 자신의 잔인한 운명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투구를 가르고 들어오는 바람은 냄새가 맑았고, 결이 부드러웠다.
드높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계는 멸망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온전한 세계와는 다른, 무덤에서 피어오르는 꽃 같은 매력.
로스 산의 산자락과 로스릭 성의 웅장함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먼 수평선 쪽에서는 신들의 도시, 아노르 론도가 신의 눈물처럼 태양에 반짝이고 있었다.
“어찌 이런 경관이 있을 수가.”
그가 아름다움에 경탄을 내뱉을 때, 그 시야 가장자리에서 이루실을 보았다.
그는 곧 얼굴을 찌푸리며 오한에 몸을 떨었다. 저 차가운 골짜기의 지하를 통해서 친우의 도시로 갈 수 있었고, 그 친우를 만나서, 죽일 수 있었다.
그때 에드워드가 소리쳤다. “꽉 잡으십시오!” 음성이 바람결에 묻혀서 스치듯 들렸다.
살殺의 운명이 다시 지크의 심신을 휘감아 억누르기 시작할 때, 용이 속도를 늦추고 하강하기 시작했다.
지면에서 치솟는 바람이 지크의 몸을 자꾸만 밀어내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그는 용의 뾰족한 돌기에 더욱 힘껏 매달렸다. 그는 혹시나 용의 돌기가 부러져서 떨어져 나가 그 자신도 날아갈 것만 같아서 오른손으로는 다른 돌기를 붙잡았다.
“에드워드! 자네 비행이 너무 난폭한 것 같네!” 머리에 현기증이 일었다.
지크의 뒤에 올라탄 두 기사들이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몰아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는 지크는 그 웃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용은 다섯 바퀴를 맴돌며 속도를 더욱 늦추더니 곧 거대한 성채 앞에 내려앉았다.
세 명의 기사가 먼저 능숙한 동작으로 용에게서 미끄러져 내렸다.
지크도 뒤따라서 내렸지만, 지면을 딛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만 비틀거리다 넘어지고 말았다. 늙은 몸은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었다.
에드워드가 곧바로 달려와 지크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고맙네.”
성채 주둔 로스릭 기사 댓 명이 귀빈의 방문에 수런거리며 지크를 구경했다.
지크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로스릭의 장벽은, 썩은내와 피냄새만 자욱한 곳이었다.
"으음……"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사람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다만 칠흑 같은 정적 속에서 망자들의 신음이 들려올 뿐이었다.
지크가 밞고선 대로의 양옆으로 목 잘린 기사 석상들이 늘어섰고,
그 사이사이에 하얀 거북이 같은 등딱지를 등에 멘 순례자들의 시체가 보였는데 기이하게도 구더기가 끓지 않았다.
“이쪽입니다.” 에드워드가 장대한 성채를 손짓하며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
지크는 그를 뒤따라 걸으면서 그 성채를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하늘 위로 끝없이 뻗어나가 하늘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정상의 로스릭 본성과 연결된 곳입니다. 외부인들도 모르고, 본성파 놈들도 모르지요.” 에드워드가 넌지시 설명하며 지크의 등뒤, 폭이 넓은 계단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내려가시면 불사자의 거리로 내려가실 수 있습니다.”
기사 두 명이 거대한 성문을 열어주었다. 지크는 아치형 문간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에드워드는 들어오지 않았다. 지크가 돌아보자 에드워드가 간단한 목례를 했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대사제님께서는 안에 계십니다. 전 다른 임무가 있어서 말입니다. 이제 가봐야겠습니다.”
“마음속 깊이 자네에게 고마움을 느끼네, 에드워드. 오늘 자네게 베푼 호의는 평생 간직하겠네. 태양께서도 그대를 지켜주시길. 정말 진귀한 경험이었네. 자네의 비행솜씨가 아주 대단했어.”
지크벨트는 짐짓 호탕하게 웃으며 에드워드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푸른 망토를 펄럭이며 뒤돌아서 떠났다.
성채 안은 널찍하고 어두웠으며, 아무것도 없었다.
없었지만, 친근한 몸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낡은 종이와 아이의 냄새가 깊숙이 밴 여자의 몸냄새…… 거기에 죽음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지크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중앙의 연단 뒤편에 제 목을 자르는 기사 석상이 크게 세워져 있었고,
그 석상 앞에 로스릭의 대사제가 앉아 있었다.
“왔구나.” 세월에 꺾인 목소리가 흐느끼듯 떨렸다. “양파 주정뱅이, 마침내 네가 왔어.”
지크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낯선 늙은 여인이 옛 친구의 목소리로 그리고 옛 친구의 말투로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게 그 엠마라고?’
“엠마?” 지크는 떨리는 손으로 투구를 벗어 옆구리에 꼈다. “태양이시여……, 엠마, 이게 무슨……? 도대체 무슨 일이……?”
눈부시던 금발은 백발이 되었고,
탄력 있던 피부 곳곳에 주름이 깊게 박혔지만 지크는 그 노쇠 아래 숨겨진 옛 친구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제 목을 자르는 기사 석상 앞에, 옛 친구인 엠마가 앉아 있었다.
주석>>
0. 로스 산은 로스릭 성이 위치한 산의 이름을 창작 로스 + 산
1. 로스릭의 고리문양 깃발은 엠마가 주는 '로스릭의 작은 깃발'을 재해석
2. '로스릭 기사는 용의 친구가 될 자격을 얻는다'는 문구에서 유추하여, 용과 기사의 상관관계를 창작
3. 욤을 제외한 지크의 인간관계는 대부분 본편의 내용이 아닌 창작
갤이 ㄹㅇ순수겜갤 성향이니
문학은 이제 쉬엄쉬엄쓸게
뭐랄까 문학글로 처녀지를 더럽히는 기분임ㄷㄷ
문학추 - dc App
문학추
양파추
재밌당 - dc App
잘 읽고 간니다
눈치 보지 말고 생각날 때마다 계속 서줘요 문학맨
양파맨 멋있게 잘 나오네 ㅇㅇ 뒷얘기도 기대해본다 - dc App
문학 양파 ㅊㅊ 재밋어요 문학맨~! - dc App
문학추
어? 나 엠마 만나기 전에 옆 계단에서 파란망토 패죽였는데
문학 퍼-킹 추
그런건없으니 써주세요
데샤앗 읽고있으니 금손은 빨리 다음편을 내놓는 테챠아아앗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