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로스릭이 무덤에 들어가기 전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오스로에스가 로스릭의 아버지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소재를 제공해주신 필리아놀 황충님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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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로에스님께서 부르십니다."


 "아버지가?"


 로스릭, 불의 계승을 거부한 그는 넘치는 시간을 대서고의 수많은 책들과 함께 보내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불의 계승을 거부하겠다는 아들의 뜻과, 그 이유를 들으시고는 별 말없이 대서고를 맡겨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로스릭의 아버지, 오스로에스 선왕이라 불리는 분이시며, 명석하고, 그 아들의 뜻을 존중해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 어떤 일이시라더냐."


 로스릭은 스스로 가족간의 사이는 화목한 편이라 자부한다. 형님과의 사이는 말할 것도 없고, 불의 계승을 거부하는 자식을 존중해주는 아버지를 둔 것은 그 스스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버지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게... 무슨 일인지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지만..."


 말꼬리를 흐리는 시녀의 낮빛이 별로 좋지 않았다.


 "...어쩐지, 어딘가 지쳐보이셨습니다."

 

 "지쳐보였다고..."


 아마도 시녀로서 고르고 골라서 뱉은 말이 저것이었을 것이다.


 "그래, 내 가보마, 수고했다."


 시녀는 아무말 없이 밖으로 나갔고, 그는 왼손에 가만히 탈리스만을 들어올렸다.


 본디 몸이 약한 로스릭는 스스로 잘 걷지 않는다.


 곧 새하얀 빛이 내 몸을 감싸며, 아버지의 방문 앞으로 데려다 주었다.


 "오셨습니까."

 

 어전을 지키던 기사들이 옆으로 비켜셨다.


 저것들도 한 때는 불의 계승을 거부한 로스릭을 경멸하고, 멸시하던 때가 있었다.


 선량하신 아버지덕에 이제는 많이 나아졌지만... 이 또한 아버지의 은혜라고, 로스릭은 생각했다.


 '과연 아버지는 무슨 일로 부른 것인가.'


 아마도 불의 계승에 관해서 부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간만에 아들의 얼굴을 보자고 부를 것이었다면, 시녀의 말대로 얼굴이 어두울리도 없었다.


 단순히 업무에 치여서 그런 것인가 싶지만, 항상 힘이 넘치고, 멈춰설 줄 모르던 아버지가 지친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로스릭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쾅쾅쾅.


 "아버지, 들어갑니다."


 힘없고, 다 죽어가는 그런 소리지만, 오스로에스의 귀에는 들렸나보다.

 

 "그래... 들어오거라."


 마주 들려오는 목소리 또한 힘이 없었다.


 기사들이 육중한 문을 열어주려는 것을 저지했다. 서있기도 곤란한 로스릭은 걷지 않는다. 따라서 문을 여는 의미도 없다.


 그는 다시한번 탈리스만을 들어올렸다.


 "......"


 "아버지."


 "....그래."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의 모습은 로스릭의 상상 이상으로 초췌한 그것이었다. 


 옷 위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마른 것이 드러났으며, 피골은 상접했고, 눈 밑에는 다크써클이 짙게 내려앉았다. 앉아있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지팡이조차, 축 늘어져서, 그가 얼마나 지쳤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로스릭은 숨을 삼켰다.


 '비룡과 갑옷을 입고 하늘을 누비던, 그 아버지는 어디갔단 말이냐...'

 

 로스릭은 갑자기 자괴감이 몰려왔다. 아버지가 이렇게 되도록 자신은 무엇을 했는지, 아버지가 이렇게 된 사실조차도 모르고, 그저 불의 계승을 거부한다는 명패 하에 그저 은둔해서 책만 읽고 있었던 자신이 한스러웠다.


 '적어도 국정을 어느정도는 도와드릴 수 있었을 것을...'


 아버지가 선왕이었기에, 힘이 넘치는, 그런 든든한 분이었기에, 그만큼 믿었고, 또 그만큼 자책도 커져갔다.


 갑자기 넘치는 슬픔을 주체하기 힘들어서, 로스릭은 주변에 펼쳐져있던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룡의 지도자와, 그를 따르는 수도승들...? 아버지, 갑자기 이런건... "


 탁, 소리가 나도록 로스릭은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가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알아버렸다."


 "...네?"


 "알아버렸다고!!! 로스릭 혈통의 진실을, 그 이면에 숨겨진 추악함을 알아버렸단 말이다!!!"

 

 쾅!


 오스로에스가 내려친 책상이 가루가 되어서 산산히 부서졌다.

 

 오스로에스의 손에 지리릭 흐르는 전기를 바라보며, 로스릭은 얼굴을 굳히고 물어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숨겨진 진실이라니."


 그의 아버지, 오스로에스는 누구보다도 핏줄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로스릭이 되물었다. 숨겨진 진실, 감춰진 사실... 그런게 로스릭 혈통에 있을리가. 


 "...미안하구나, 마지막만은 예전처럼 보내주고 싶었는데."


 "마지막이라니요!!! ...콜록콜록..!"


 본래 몸이 약해서 소리치지 않는 로스릭조차도 이번에는 목을 아끼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목소리가, 조용한 홀에 울려퍼졌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그렇게 쉽게 하시면 안됩니다!"


 "듣거라."


 아버지가 허리를 펴고 일어나셨다.


 어깨를 펴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턱을 당긴다. 


 눈은 살짝 내려 깔고, 입가의 미소는 오만하게, 어렸을 때, 자주 보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이제서야, 조금이라도 보는 듯했다. 


 선왕이라 불리는 오스로에스의 모습이다.


 "듣거라."


 "......"


 로스릭은 입을 다물었다.

 

 "너의 어머니를 기억하느냐."


 "저는 어려서부터 유모인 엠마와 같이 자라왔습니다."

 

 오스로에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렇지, 말을 조금 돌리는게 좋겠구나."


 "......"


 "이상하다고 생각해본적이 있느냐."


 "무엇이 말입니까."


 로스릭은 고개를 내리 깔았다.


 "우리는 저 먼 옛날, 장작의 왕 그윈의 자손이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느냐, 장작의 와 그윈이 한줌의 재로 변한지 벌써 수백년이다. 어째서 우리들의 핏줄은 아직까지도 장작의 왕을 배출할 수 있는지, 어째서 우리는 아직도 거인의 힘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지, 어째서 우리는 아직까지도 힘을 갖고 있는지!!!"


 "...그윈님의 축복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어려서부터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믿고 자라왔다. 장작의 왕을 대대로 계승하면, 그 자식또한 장작의 왕으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로스릭은 고개를 들어서 오스로에스를 쳐다보았다.


 "...왕족의 피를 보존하기 위해서 근친을 허용한 국가가 있다고 들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뭐긴 뭐야, 너의 어머니가, 나의 어머니였다는 말이다."


 쾅! 그런 소리가 로스릭의 머리속에서 울려퍼지는 것만 같았다.


 이게 무슨 말인지, 어떻게 된 일인지, 갑작스러운 정보에 흐름에 로스릭은 황당하고, 충격적이었으며, 혼란스러웠다.


 그의 심정은 마치 그윈돌린이 남자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의 심정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보다 더했다.


 "아니, 그, 그게..."


 "...또한 내 아내가 나의 어머니였다는 말도 되지."


 '시대를 계승할 장작의 왕을 만들기 위해서 그윈의 딸, 그위네비아가 역대 왕들의 왕비가 되어왔다.'


 그 뿐인 이야기, 시대를 계승하기 위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렇지만...


 "나또한 어려서부터 유모에게 자랐기 때문에 어머니를 뵈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 아내가 내 어머니였다는 사실은 참기 힘들더구나."


 오스로에스가 팔을 들어서 자신의 몸을 감쌌다.


 ...마치 자신의 몸이 더렵혀진 것처럼.


 "나는 용이 될 것이다."


 "용이 되어서 이 더러운 몸을 벗어날 것이다."


 "그럼 잘있거라, 사랑하는 나의 아들, 오셀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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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로에스는 그렇게 정원으로 몸을 숨겼다.


 남은것은 왕이 사라진 국가와,


 자신의 더럽혀진 몸 뿐.


 아직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여서 마치 밀랍을 몸에 뒤집어 쓴 것 마냥 굳은 그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서, 탈리스만을 들어올렸다.


 "가자, 대서고로."


 가서, 형님의 그 듬직한 등에 달리면, 조금 나아질거야.


 빛에 휩싸여서, 로스릭은 대서고에 있는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눈을 잠깐 감았다가, 눈을 뜨면, 대서고의 방 안, 그의 형님, 로리안이 보인다.


 "아아... 형님. 다녀왔습니다."


 걷기 힘든 다리로, 기어가듯 가서 로리안의 등에 업히면, 로리안이 고개를 돌리고, 손을 뻗어서 얼굴을 어루만져 주신다.


 그의 등에서 나는 체취, 거인이기 때문에 나타난 그의 듬직한 어깨, 차갑지만, 어째서인지 따듯하게 느껴지는 그의 갑옷까지. 로스릭은 그 형님의 모든것이 좋았다.


 자신을 위해서 다리와, 목소리를 포기하신 형님, 자신이 그 형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고, 오로지 기댈 뿐이다. 


 그런 미안한 마음에 형님에 등을 바라보다가, 문득, 로스릭은 로리안의 새하얀 목덜미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니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이래서야, 근친교배를 일삼았다는 어머님이랑 다를게 없지 않은가'  

 

 근친을 통해서 태어난 몸을 가지고, 근친에 더해서 동성애라니, 극심한 자괴감과 자기혐오가 몸을 휩싸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는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형님..."


 로스릭은 자기도 모르게 형님의 목덜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흠칫

 

 본디 훈련과 전투로 다져졌을 로리안의 몸은, 이상하게도 흉터가 적어서  매끄러웠고, 부드러웠다. 그 감촉을 기억에 새기며, 어디선가 쾌감이 솟아 오르는 것을 로스릭은 느낄 수 있었다.


 배덕감... 이라고 해야되는 것인가.

    

 로스릭의 얼굴에 홍조가 떠오르고, 그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듬직한 어깨를 지나쳐, 역삼각형 형태의 등, 그 아래에 위치한 잘록한 허리, 그리고 그아래에 위치한...


 그 아름답다던 무희의 엉덩이도 더이상 로스릭을 유혹할 수는 없었다.


 로스릭은 천천히 형님의 갑옷과, 그 틈새에 드러나는 맨살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손을 내렸다.


 마침내 손이 아래에 닿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자, 그제서야 이상함을 느낀 로리안이 뒤를 돌아봤다.


 "......"


 "형님..."


 하지만, 벙어리, 거기에 걸을 수 조차 없는 몸으로는 그의 동생을 말릴수는 없었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앞으로 엎드리는 것 뿐이었다.    


 "아아, 형님... 금방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