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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년
성탄절 소동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두나와 아그나르의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는 아렌델 방방곡곡으로 금세 퍼졌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세기의 만남을 거부하기보다 오히려 흥미로워하며 응원했다. 보잘것없는 평범한 여성과 교제를 함으로써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젊은 왕의 뜻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신하들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그들 사이에서도 반대는 거의 없었다.
마차 사고 현장이 발견된 직후,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간 아그나르 왕은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고 크게 분노했다. 닌센 공작은 어떻게든 그것을 묻으려 노력했지만 아렌델의 대신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몰아내기 위해 감사팀을 꾸렸다. 결국, 새해 첫 국정회의에서 닌센 공작은 섭정직에서 사퇴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다시는 아렌델 성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그의 딸은 마차 사고에서 살아남았으나 온몸을 심하게 다쳐 1년 내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 외에도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체포와 처벌이 이어졌고 그 일이 마무리되자 아그나르는 공식적으로 친정을 선언했다.
이두나는 그녀가 2년 동안 살아왔던 작은 집을 떠나 정식으로 궁에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궁중 예절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해 말에는 시녀 일도 그만두게 되었다.
이두나는 작년 성탄절 날 밤에 보았던 적갈색 머리의 여자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무리 그녀의 먼 친척이라지만 헤어지기 직전 안나라는 여자가 던진 말들이 그녀의 기분을 심란하게 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매일매일 계속되는 엄격한 예절 교육, 왕비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 교육, 여러 대신들과의 만남 등은 그녀가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게 했다.
겨울이 지나고, 싱그러운 봄비가 아렌델을 적실 새도 없이 금세 여름의 더위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겨울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시간이 흘러 겨울이 찾아오자 그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집 안으로 숨어버렸다.
1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성탄절이 다시 찾아왔고, 아그나르는 또다시 성탄종 앞에 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성탄종과 연결된 밧줄을 잡은 그의 손 밑으로 또 다른 부드러운 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두나와 아그나르의 시선이 잠시 허공에서 마주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밧줄을 잡아당기자, 종소리가 광장으로 은은하게 울려 퍼지며 명절의 시작을 알렸다.
1814년
시간이 흐르면서 왕의 입지는 점점 탄탄해져 갔다. 그는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 약속했던 사항들을 모두 현실로 옮겼다. 성의 문은 날을 가리지 않고 항상 열려있었고, 수직적인 문화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으며, 국민들은 더는 왕을 불편하게 대하지 않게 되었다. 아그나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정치에 대해 자신감을 얻어갔다.
그해 여름, 스물한 살이 된 왕의 대관식이 열렸다. 왕은 그의 아버지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더러운 꼼수를 쓸 일도 없었다. 그는 아버지의 초상화를 보며 대관식 연습을 계속했다.
“영광의 날이옵니다, 폐하.”
아그나르는 주교가 내민 보주와 왕홀을 성당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들어 올렸다. 소년은 그렇게 성인이 되었다. 마침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의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다.
이 역사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 화가 한 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815년
그해 여름은 유난히 시원했다. 피오르드로부터 내려오는 산들바람이 아렌델로 불어왔다. 이두나는 바람이 불 때마다 게일을 그리워했지만, 그녀는 엄격한 왕실 예절 수업과 정치학을 배우는 것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틈이 더는 없었다. 궁전 생활은 생각보다 갑갑하고 힘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적응해 나가야만 했다. 왕의 연인이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했다간 그녀가 사랑하는 젊은 왕의 입지에 위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전 업무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방으로 돌아온 아그나르는 침대 위로 풀썩 주저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놀라운 소식이 대륙으로부터 전해져 왔습니다.”
아그나르는 그가 가장 총애하는 젊은 시종인 카이로부터 신문을 건네받아 그것의 1면을 보았다.
‘대륙의 황제, 워털루에서 연합군에게 패배하다.’
믿기지 않는 소식을 접한 아그나르는 어렸을 적 그의 아버지가 이야기해왔던 것과 다른 결과가 펼쳐지자 내심 놀랐다. 강한 힘과 철저한 통제만이 안정된 사회와 부국강병을 가져다준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이지 않은가. 아무리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만큼 강한 힘이 있어 보여도, 그것은 결코 사람들의 천성을 억누를 만큼 전지전능하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교훈을 얻었다.
1816년
화창한 늦가을 날씨의 아렌델에서 젊은 왕이 마을 순방을 돌다가 향한 곳은 오큰의 잡화점이었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가며 밝게 인사했다.
“유후! 초겨울 상품 세일입니다!”
“오큰 씨, 오랜만이군요. 혹시 여기서 예쁜 반지 하나 구할 수 없을까요?”
이제 막 20대가 된 오큰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고로 인해 레슬링 선수로서의 꿈을 접고 가게를 물려받아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슬프고 우울할 만도 했지만, 그는 손님을 대할 때 결코 그런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이지요, 우리의 예비 왕비님께 선물하시려고요?”
오큰은 마치 이때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가게 뒤편 창고로 들어가 나무 상자 속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꺼냈다. 백금과 오렌지색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약혼반지였다.
“얼마죠?”
“4만 아렌입니다.”
아그나르는 망설임 없이 보석 하나를 꺼내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뜻하지 않게 한 달 치 수입을 하루 만에 벌게 된 오큰은 얼굴에 피어오르는 웃음을 가리려 애썼다. 아그나르는 가게 밖으로 나가려다 발걸음을 돌려 다시 그에게 돌아왔다.
“어떻게 해야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프러포즈를 할 수 있을까요?”
1817년
이두나와 아그나르는 그해 2월 아렌델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이두나의 모습은 곧 다가올 봄날의 꽃들을 미리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숙녀가 되어있었고, 검은색 턱시도를 입은 훤칠한 키의 아그나르는 진정한 남자가 되어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마주 보았다. 두 젊은 남녀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
“신랑 아그나르 국왕 폐하와 신부 이두나 왕비의 혼인서약을 하겠습니다. 묻는 질문에 분명하고 정확하게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신랑에게 묻겠습니다. 신랑 아그나르는 신부 이두나를 아내로 맞이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한결같이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예, 맹세합니다!”
“다음은 신부에게 묻겠습니다. 신부 이두나는 신랑 아그나르를 남편으로 맞이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한결같이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예, 맹세합니다!”
성당 안에 모인 사람들이 축복의 의미가 담긴 열렬한 박수를 새로운 국왕 부부에게 보내주었다. 이들은 지난 세월 동안 완벽한 궁합과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함께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왕국의 노쇠한 신하들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아렌델의 장래는 너무나 밝아 보였다.
열 달 후, 왕국에 후계자가 태어났다. 아그나르는 초조한 마음으로 출산의 고통을 견디는 왕비를 바라보았다. 약 4시간의 사투 끝에 작은 생명체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두나는 시녀로부터 아기를 건네받았다. 아버지의 머리 색과 어머니의 얼굴을 닮은 아기가 그녀를 쳐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영원히 그 눈빛을 잊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아름다워. 아이의 이름은 무엇으로 할 거야?”
“저번에 말씀드렸던 여자아이의 이름으로 해요.”
“엘리자베트?”
이두나는 말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성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1818년
국왕 부부의 인생에 새로운 장이 펼쳐졌다. 보모를 두자는 이야기를 아그나르가 꺼냈지만 이두나는 그렇게 하길 원치 않았다. 그녀의 아이를 돌보는 일에 비해서 정치나 업무 따위는 하찮은 짓이었다.
그런데 엘사가 서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그녀의 손에서 푸른 빛이 돌더니 그것이 꼭 눈송이처럼 변해 바닥으로 떨어져 주변의 물건이 축축하게 젖었다는 것이었다. 이두나는 6년 전 안나가 들려준 이야기를 떠올렸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언니한테는 병이 있었어.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손이 닿는 모든 물체마다 차가워지는 원인 모를 희귀 질병이었어.’
기억을 떠올린 이두나는 그녀의 딸이 안나의 언니와 똑같은 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꼈다. 하지만 엘사는 그녀의 자식이었다. 그런 병 따위로 자식을 멀리하거나 억압하고 싶진 않았다.
“이건 무슨 병일까? 하필이면 우리 딸에게...”
“그렇지만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우리는 그녀의 부모에요. 지금은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해요.”
“당분간은 비밀로 하는 게 낫겠어. 사람들은 아직 얼음 마법을 쓰는 공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단 말이야.”
“지금은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언젠가는 모든 이들이 엘사의 마법을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에요.”
1820년
창밖의 달빛이 창문 사이로 새어 들어와 이두나 왕비의 방을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막 요람 속의 42개월 된 딸을 잠재운 참이었다.
‘잘 자라, 우리 눈송이.’
그때 아그나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중요한 순간마다 나오는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웃음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엘사는 자고 있어?”
“네, 그런데 왜 그렇게 웃으시죠?”
“이제 우리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왕은 도발적인 눈빛으로 왕비에게 다가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침대 쪽으로 끌어당겼다. 처음에는 당황했던 그녀였지만 이내 남편을 더욱 바싹 끌어당기며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순간 그녀는 8년 전에 했던 안나와의 약속을 기억해냈다.
“엘사를 외롭게 해주지 않으려고요?”
“난 어렸을 때부터 형제자매가 있길 원했거든. 맞아, 난 외로웠어.”
그 뒤로 두 사람은 더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신음소리와 속삭임만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녀가 두 팔로 목을 감자 아그나르는 그녀를 들어 올렸다. 이두나는 두 다리로 그의 몸을 감쌌다. 이내 뜨거운 기운이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왔고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심장이 어찌나 빨리 뛰는지 고통스러울 정도였지만 공간 속을 나는 듯한 쾌락도 동시에 느껴졌다. 그녀는 이 환상적인 순간이 영원하길 빌었다.
차가운 손을 늘어뜨린 채 세상모르고 꿈나라 속에서 헤매고 있는 엘사와는 다르게, 그녀의 부모는 후끈한 기운을 방안으로 뿜어내며 심연 속으로 미끄러졌다.
1821년
주황빛 햇살이 아렌델을 온통 뒤덮은 뜨거웠던 어느 여름날, 또 한 명의 공주가 태어났다. 아버지의 눈동자를 닮은 여자아이는 그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엘사가 태어났을 때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엄마도 널 사랑한단다, 안나.”
그것이 이두나에게서 나온 안나와의 첫 대화였다. 어느새 말하고 쓰는 법을 배운 맏딸이 어머니의 곁으로 다가와 마법으로 공중에 눈송이를 뿌리며 동생에게 환하게 인사했다.
“반가워, 안나!”
1822년
이빨이 빠진 엘사가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옆에 앉아 정치학을 배우고 있었다. 아직 네 살밖에 되지 않은 공주였지만 무언가를 터득하는데 재능이 뛰어나 국왕 부부는 물론 온 신하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여러 가지가 있는데, 너그러움과 관대함, 자선심으로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해야 하고, 재산에 대한 욕망을 버려야 한단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직함이란다.”
“정직이 뭐에요?”
“다른 이들을 속이지 않는 거란다. 과거의 잘못과 자신의 비밀을 감추는 지도자는 결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어요.”
“아하, 그래서 잘못을 저지르면 사과해야 하는 거구나.”
“어이구, 똑똑한 우리 딸.”
포대기에 싸인 채 잠들어있는 안나를 품에 안은 이두나가 다가와 큰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빠, 그럼 저도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마법을 보여줘야겠네요?”
그 순간 아그나르의 가슴이 얼어붙었다. 그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이두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왕비는 엘사의 차가운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이야기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란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그렇게 될 거야.”
1824년
안나는 이제 세 살이 되었다. 그녀의 언니는 동생 옆에서 눈송이들을 공중에 띄워 그림과 알파벳들을 만들고 조합시키며 글 읽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서른 살이 된 왕비 이두나는 그런 맏딸의 든든한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흐뭇해했다.
“아이스.”
“아-이-스.”
“이건 스노우맨.”
“헤헤, 모생겨따.”
“그런 말은 누가 알려줬어? 그건 정답이 아니야. 자 다시 따라 해봐, 스노우맨.”
“스-노-우-맨.”
1825년
“나 잡아 봐라!”
네 살배기 공주의 활기찬 목소리가 왕궁의 벽을 따라 울려 퍼졌다. 푸른 옷을 입은 일곱 살짜리 술래는 귀 뒤로 기다란 금발을 넘기며 안나를 찾으려 애썼다. 안나는 계단 밑에서 숨죽인 채 그녀의 언니가 1층 복도를 살금살금 돌아다니는 것을 지켜보았다.
“안나, 무도회장에 있는 거 다 알아! 항상 뻔하다고.”
엘사의 생각과는 다르게 오늘의 안나는 다른 작전을 구사했다. 언니를 멋지게 속였다고 생각한 안나는 뿌듯함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잡았다!”
웃음소리로 자신의 위치를 노출 시킨 안나가 엘사에게 잡혔다. 동생은 실망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질질 끌려 나왔다.
“칫, 재미없어! 다른 게임 해! 썰매 태워줘.”
“안돼, 좀 있으면 자러 갈 시간이란 말이야. 엄마한테 또 혼나고 싶어?”
그러나 안나는 심술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입술을 삐쭉 내밀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언니가 동생을 못 이기고 두 손을 들었다.
“알았어, 대신 딱 10분만 썰매 타는 거다?”
1826년
맏딸의 공포에 질린 채 부모를 찾는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국왕 부부는 곧바로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아그나르가 무도회장 앞으로 도달했지만, 그 문은 열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문이 잠겨 있는 줄 알았으나 그것과는 다른 뻑뻑한 느낌이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문을 옆으로 밀자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고 무도회장의 안은 온통 얼음과 서리로 얼어붙어 있었다.
“엘사! 무슨 일이니?”
바닥이 빙판이었음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뛰어온 아버지가 딸에게 추궁하듯이 물었다.
“사고였어요.”
축 늘어진 안나를 안고 있던 엘사가 울먹이며 말했다. 이두나는 사색이 되어 둘째를 서둘러 품에 안았다. 마치 그녀의 따뜻한 품이 딸의 차가움을 녹일 수 있을 것처럼.
“몸이 얼음장이에요.”
국왕 부부는 안나를 살리기 위해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들을 뒤졌다. 엘사의 마법은 의학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약 8년 전에 출입을 허용시킨 트롤들의 숲을 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자 아렌델 왕가는 지체하지 않고 말을 타고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도와주시오! 내 딸이 지금...”
사방에서 왕의 몸통만한 돌들이 굴러왔다. 네 사람은 서로 가까이 붙어서 그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수많은 트롤들이 웅성거렸으나 가장 많은 장신구를 몸에 걸친 바위만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타고난 능력이군요. 둘째 공주님을 이리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두나가 안나를 트롤의 곁으로 내보이자 그가 공주의 머리를 만져보았다.
“심장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머리에 맞아서 쉽게 고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안나의 머리에 손을 대고 보라색 빛을 뿜었다.
“마법의 흔적을 다 지우는 것을 권유합니다. 일단 마법과 관련된 기억들을 모두 평범한 기억들로 바꾸고, 즐거운 기억만 남겨두도록 하죠.”
“그럼 안나는 제가 마법을 가졌다는 것을 잊게 되나요?”
“그게 최선입니다. 잘 들으세요, 공주님의 힘은 계속해서 커질 겁니다. 그건 아름다운 일이지만 위험하기도 하지요. 통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두려움은 곧 공주님의 적이니까요.”
트롤이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할 일을 끝마쳤다는 듯 뒤돌아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마지막 말이 아그나르의 말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두려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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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매가 떨어져서 지낸 지 13일이나 지났다. 왕비는 자신의 힘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다른 이들을 해칠까 봐 괴로워하는 엘사를 떠올리며, 안나를 품에 안은 채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그날 이후로 도저히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남편의 결정이 옳은 건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녹듯이 그녀의 마법도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가정해 보았지만, 그것은 문제를 회피하려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제멋대로의 생각일 뿐이었다. 오히려 외로움과 두려움은 아이를 더 힘들게 할 뿐일 터였지만 딱히 뾰족한 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을 때, 돌연 14년 전에 만났던 적갈색 머리의 여자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그녀에게도 주변을 얼어붙게 만드는 병이 있던 언니가 존재했었다. 이두나는 생명의 은인이 들려주었던 그 놀라운 이야기를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안나가 다섯 살 때 사고를 당한 경험까지 너무 비슷해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언니가 그 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이 뭐라고 했더라?
‘내가 진심으로 언니를 구하려 했던 진정한 사랑의 행동이 치료제였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거기에 다다르자 이두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어째서 이런 쉬운 정답을 떠올리지 못했던 것일까? 사람을 진정시킬 수 있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은 그녀의 경험 속에도 숨어있었으나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왕비는 남편을 깨웠다.
“여보,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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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이번화는 두개로 잘라서 올립니다
오늘 안에 나머지 부분도 올라갑니다
오... 슬슬 에필로그인건가... 한번 문학대회 제본러한테 물어봐서 출판해주면 안돼? 소장가치 충분히 있는 띵작인데
ㄹㅇ
ㄹㅇ루
변화가 생긴다!
ㅁㅎㅊ
퍄퍄 시달안추
시달안은 개추!
Up
시달안추
재미지당
시달안추! 새벽이라 못 날았네요 안나가 이두나에게 해준 이야기 때문에 의도친 않았지만 과거가 바뀌려는 걸까요.. 늘 생각하지만 소재 진짜 잘 활용하시는듯 명작입니다
문학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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