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잘 보일려고 사는 삶을 버리기로 했다.

계기는 부모인데 그냥 안 보고 살라고 해. 매일 남의 자식들이랑 되도 않는 비교만 하는 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기들은 대학교 문턱도 가본 적 없으면서 학점이 어떻니 어디 사는 누구는 명문대 나와서 잘 나가는 데 넌 왜 그 모양이냐 ㅇㅈㄹ
후..  난 대한민국 중위권 국립 대학교를 어정쩡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중소 기업에서 일하다 스트레스가 심해 퇴직금이랑 실업 급여 받고 요양을 좀 길게 했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갈등을 빚던 와중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낼 방 구해서 나간다.
내가 게으른 것도 아니고 바보같이 다른 사람들 일도 떠맡고 잔업도 뻰 적이 없고 하다보니 점점 일이 나한테만 몰려드니까 번아웃이 와서 몇달 정도 쉬었는 데 이런 취급 당하니까 2차 가해가 뭔지 알겠더라. 그렇다고 내가 집안 돈 축낸 것도 아니고.. 걍 운동 다니면서 정신과 치료 좀 받고 지내니까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네 마네.
내가 그렇게 대단하진 않지만 떳떳하게 살았어. 어디 모난 짓 한 것도 아니고 대학도 내가 알바하고 장학금 받고 다녀서 졸업했고.
없는 집안 형편 좀 보태볼려고 방학 땐 과외고 물류센터고 건설 현장이도 안 해본 게 없다. 남들 MT 가고 놀 때 난 낮에 시멘트 나르고 저녁엔 과외하러 다녔어.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건데.
이제 연애도 하기 싫고 결혼이니 집을 마련하니 하는 것도 다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네.
걍 내가 행복한 게 최고 아니냐. 굳이 잘 나가고 큰 집 있어야 해?
그냥 힘들지 않은 일자리 적당히 구해다가 나 하고 싶은 데 돈도 쓰고 찔끔찔끔 적금 들어놓고 살라고 한다.
그렇게 아무런 부담 없이 살다 죽을 때 되면 가는 거지.
누구한테도 기억되기도 싫고 그냥 나 하나 행복하고 즐거워지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을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