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유리막 뒤로 무수한 별빛이 쏟아졌다.

마치 은하수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황홀감.

이곳, [멀티 디멘션]의 [메인 홀]의 상징이기도 했다.

[메인홀]의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처음 들어온 사람은 언제나 이 압도적인 절경에 넋을 잃곤 했다.



플레이어 '페페'는 유리막 뒤의 별빛을 응시했다.

수많은 별들의 불규칙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 별들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각각의 별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세계'들이란 것이었다.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완몰가에서 이루고 싶었던 각각의 '소망'은 이곳, [메인홀]에서 수십억 개의 별빛이 되어 아름답게 빛났다.



그리고 그 별빛들을 보며, 저 세계의 주인이 '완몰가'에서 이루고자 했던 꿈이 무엇이었을까를 상상하는 것은 '페페'의 취미 중 하나였다.



"[디멘션 워커]....정말로 돼 버렸네, 너."

'페페'의 옆에 있던 소녀가 그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페페'는 그녀의 말에 자신의 머리 위를 쳐다보았다.

그의 머리 위에 떠있는' 푸른 보석' 옆에는 어느샌가 [디멘션 워커]라는 표식이 붙어 있었다.



"뭐어, 나도 동경하긴 했지만. [디멘션워커]. 귀찮아서 엄두도 못 내고 있었어. 킥킥. 쉬운 일이 아니잖아? 뭐든지 할 수 있는 완몰가에서 남의 부탁을 들어주러 다닌다는 게. 뭐, 가지고 싶은 특전이라도 있는 거야?"

소녀는 '페페'를 보며 킥킥 즐거운 듯 웃었다.



[디멘션 워커]란 <퀘스트 포인트 레이스>라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벤트 기간 동안 일반 플레이어에게 QP(퀘스트 포인트)를 받고 부탁을 들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레이스에서 우승하면 엄청난 상금과 명예를 얻을 수 있었고, 설령 우승하지 못한다 해도 모은 QP의 양에 따라 여러 특전이 있었다.

플레이어 '페페'는 이 <퀘스트 포인트 레이스>에 [디멘션워커]로서 도전한 것이다.



"꼭 갖고 싶은 특전이 있어야만 [디멘션 워커]를 하냐. 난 그냥 순수하게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에에에? 뭐야 그게~킥킥. 벌써 '완몰가 현타'라도 와버린 거야?"

그녀는 '페페'의 말에 킥킥 웃으며 말했다.



어느 부분이 그렇게 웃긴 거지. '페페'는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기분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지금 킥킥 웃고 있는 소녀의 닉네임은 '루다'. 그녀는 현실 세계에서부터 '페페'의 소꿉친구였다.

기다란 속눈썹과 기다란 검은 생머리, 오뚝한 코와 장난스러운 입.

확실히 오픈마켓에 올려도 인기가 많을 만한 예쁜 커스터마이징이었다.

그녀가 커스터 마이징이 귀찮다고 현실 모습 그대로 불러오기를 한 것은 오직 '페페'밖에 모르는 일이었다.

이 일이 알려졌다간 '루다'는 기만자라며 엄청난 욕을 먹게 되겠지.

완몰가에 오면서 코를 높이고 턱을 깎아도 "커마 잘 됐는데요?"소리 한 번 못 들어본 '페페'로서는 억울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인 할인되나요? [디멘션 워커] '페페'님? 한 1포인트쯤에 일일 애인 좀 부탁하고 싶은데에?ㅎㅎ"

'루다'는 뒷짐을 진 채로 장난스럽게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디멘션 워커]의 의뢰 비용은 보통 최소 100포인트에서 최대 1000포인트 사이이다.


"할인해서 5000포인트 정도면 생각해 볼게"

"에에엑? 그만한 포인트 없는데요?"

"그럼 일일 애인은 못 얻는 거죠 뭐. 아쉬워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메인홀]의 가운데에 있던 타이머가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벤트의 시작을 알리는 타이머다.


[이벤트, <퀘스트 포인트 레이스>까지 00:00:10]

[이벤트, <퀘스트 포인트 레이스>까지 00:00:09]

[이벤트, <퀘스트 포인트 레이스>까지 00:00:08]

......


"이제 시작이네, 나, 열심히 해볼게."

"응, 그래! 이왕 하는 거 우승을 노려보도록!"


'루다'는 장난스럽게 나에게 경례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이벤트가 시작함과 동시에, 메인홀의 둘레로 무수한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   -   -   -   -








/의뢰인 '다현'의 의뢰입니다.
==============================
제가 완몰가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세요.

보상: 1000코인
==============================
완몰가에서 학교 맵을 만들어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었는데,

현실세계에서도 붙임성이 좋지 못한 저는 완몰가에서도 친구 만들기에 애를 먹고 있답니다ㅠㅠ

부디 저희 세계에 전학생으로 들어와 제가 반에서 잘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



'페페'는 퀘스트 창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원래 <퀘스트 포인트 레이스>의 초반에는 이런 난이도가 낮고 포인트를 많이 주는 퀘스트들이 많다.

각각의 일반 플레이어는 1000포인트의 퀘스트 포인트를 지급받는데,
빌고 싶은 소원이 하나뿐인 플레이어는 초반에 이 포인트를 다 써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퀘스트 포인트 레이스>의 승패는 초반에 얼마나 이런 혜자 퀘스트를 많이, 빨리 붙잡느냐 하는 데에 있다.


"그나저나 고작 친구 만들어 주기에  이런 포인트라니, 스타트가 좋구먼."


'페페'는 중얼거렸다.

뭐, 이런 경우는 그가 [디멘션 워커]가 아닐 때도 종종 봐왔다.


이게 바로 "현실에서도 친구를 못 만드는데 현실과 똑같게 구현한 완몰가 속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게 문제" 인 경우였다.


흠흠. 하지만 해결법은 간단하다.

그가 의뢰인과도 친구가 되고 완몰가의 NPC와도 친구가 되면,

결국 "친구의 친구는 친구"란 공식에 의거해 의뢰인과 NPC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자, 오는 전학생이 왔다~~"


교사 NPC의 말에 '페페'는 자신감 넘치게 교실로 들어갔다.

이런 간단한 퀘스트 빨리 해치우고 다음 의뢰를 잡아야지, '페페'는 생각했다.


"안녕~ 나는 이번에 전학오게된 '페페'라고 해~ 잘부탁ㅎ........."


그리고 그다음 순간, '페페'는 이번 의뢰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교실에 구석자리에 있는 한 조그만 소녀.

책상에는 보고 있기도 힘든 욕설이 적혀있고,
어디서 물세례라도 받았는지 교복과 머리는 물에 푹 젖어있었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금방 울듯한 눈으로 '페페'를 쳐다보는 소녀의 머리 위에는

'플레이어'에게만 있는 표식인 푸른 보석이 둥둥 떠다녔다.



그러니깐, 요컨대, 완몰가 속에서 의도치 않게 '왕따소녀'가 된 플레이어를,
최대한 자연스럽고 빠르게 '인싸'로 만들어 놓는 것이 이번 의뢰의 목표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