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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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건 너무 하드하게 설정해놓은거 아닌가..?



설마 설정잠금을 해놔서 재설정을 못하는건가?

그렇지 않다면 호감설정을 건드리든지 NPC에게 도우미역할을

맡기면 되니까 디멘션워커가 필요없다.


설령 설정잠금을 해놨다고 하더라도

그냥 세계를 삭제하고 다시 만들어도 될텐데..


이 세계에 대한 애정이 있거나 도전의식이 충만한 사람이다.

아니면 단순히 NPC가 아닌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든지.



충격적인 의뢰인의 모습을 보고 여러생각이 드는동안

담임이 나에게 앉을 자리를 알려주고 아이들에게

당부의 말도 해 놓는다.



" 자~ 페페는.. 그래 유리 앞자리가 비었으니까. 거기 앉도록하고.

페페는 외국에서 왔다고 하니

다들 학교생활 잘 할수 있도록 도와주렴. 알겠지?"



유리는 의뢰인의 이름이다. 풀네임은 나유리.

가까운 자리에 앉게 돼서 다행이네.

반 아이들이 예~ 하고 대충 대답하는 소리에 담임이 말을 잇는다.



"그래 그래. 모르는거 있으면 친구들이랑 선생님께 물어보고. "



담임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이제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한다.

자리에 앉자 담임은 몇마디 더 하더니 '아침 조회 끝!' 이라며

마무리 멘트를 하고 교실을 나갔다.



담임이 나가자 교실이 금방 시끌시끌 어수선해진다.



나에게 흥미가 있는 애들은 곧장 내자리로 오더니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페페? 어디서 왔어?? 부다페스트?? "


" 스페인? "


" 페루?"


" 혹시 우리나라 사람처럼 생겼는데. 혼혈이야??"



아오 시끄러. 그냥 평범한 이름으로 들어올걸 그랬나..


근데..이렇게 멀쩡해보이고 활달한 얘들이 이지메를 하는건가..?


역하다 역해..



대충 넘기고 의뢰인에 대해 물어보자



"아. 어디서 왔는지 얘기를 안했구나. 캘리포니아에서 왔어.

아버지는 미국인. 어머니는 한국인. 혼혈 맞아.

근데 쟤는..?"



내가 흘끗 뒤를 보는 시늉을 하자

옆에 있던 아이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 한 아이가

바싹 붙어서 귓가에 소곤소곤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다.



"쟤 사이코야 사이코.

갑자기 물건을 집어던지지 않나. 화를 내지 않나.."


"그래서 저렇게 괴롭힘 당하는 거야? 책상에 낙서도 있고

홀딱 젖어 있고.."



"... 후... 누가 쟤를 괴롭히는게 아니라.

쟤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니까?

오늘은 또 무슨 컨셉인지 물을 홀딱 뒤집어 썻더라고.

좀.. 무서운 얘야. "


말을 마친 아이는 뒤를 흘끗보더니 '으으' 하고 살짝 몸서리쳤다.



...?



도대체 무슨말이지...?


더 물어보려는 찰나에 1교시 선생님이 들어와 대화가 중단됐다.



뭐.. 의뢰인이랑 이야기해보면 무슨 사정인지 알게되겠지.




아이들이 자리에 다 앉고 1교시 수업이 시작할 무렵..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졌다..



조용해진것 뿐만이 아니다.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 마치 석고상처럼 모두가 굳어있다.


이건.. 세계의 주인만이 쓸 수 있는 능력중 하나다.



시간정지다.



" 안녕하세요.. 와주셨네요.."



의뢰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니까 이게 8번째 시도라는 거죠..?"



끄덕끄덕



간단한 인사를 나눈뒤 의뢰인과 몇마디 나눠봤다.

의뢰인의 첫인상은..기가 죽어 있다고 해야하나..

음침하다고 해야하나.. 표정도 우울하고.

나까지 축축 쳐지는 느낌이다.

말할때 시선도 계속 바닥에 가있고.

음.. 왜 붙임성이 좋지 못하다고 하는지 알겠다.



"시간설정을 제외한 다른 설정권한은 제한을 해놓은 상태고요?"



끄덕끄덕



보아하니. 의뢰인은 나름대로 노력해본것 같다.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간을 잠시 돌리는 식으로.

더 되돌아가야겠다 싶으면 학기초반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이번이 8번째라는 것이다.



"그냥 세계를 다시 만드는건 어때요? 플레이어게 호감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설정을 해서 말이죠."



"마침.. 그럴참이었요.. 리셋은 뭔가 지는거 같아서.. 원래는

안하려고 그랬는데.. 이제 좀 지치네요.. 그래서 리셋하려던 참인데..

이참에 워커를 불러보자 해서요.

딱히 포인트 쓸곳도 없고.. 뭣보다 궁금 했거든요.. 디멘션 워커가."


의뢰인의 어둡고 음침한 말속에서도 디멘션 워커 라는

단어는 빛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으음. 디멘션 워커라고 해서 뭐 특별한게 있는건 아닌데..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하하."



그렇다. 디멘션 워커라고 뭔가 거창한게 있는건 아니다.

똑같은 사람이다. 의뢰인의 기대어린 눈빛에 멋쩍게 웃었다.



"근데. 반 아이 말을 들어보니 이상한 기행에..

사이코라고 그러던데.. 책상의 낙서며

비 맞은 차림새도 본인이 그런거..?"



"그냥.. 스트레스가 쌓여서요."



흠. 자신감이 바닥에 붙어 있구만.

쉬운 퀘스트라고 생각했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퀘스트를 수락했지만

시간을 좀 들여야 할거 같다.

괜히 1000포인트 퀘스트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시 처음부터 해보죠. 그.. 기행을 일삼기 전인

새학기 첫날로요. 흠흠.

로그아웃해 있을테니 준비되면 메시지 주세요.

같이 학기 첫등교날부터 시작해봐요.

제가 옆에서 친구로서 도와줄게요."


나처럼 이곳의 과거행적이 없는 외부 플레이어는

시간을 돌리면 밖으로 나가질테니까

미리 로그아웃해 있는게 편하다.

의뢰인에게 자신감 있는 미소를 보여주며 말했다.



친구라는 말에 바닥에 있던 의뢰인의 시선이 올라와

내 눈과 잠깐 마주치더니 다시 내려갔다.



"..친구요..?"



"네. 그러면..

흠흠. 잘 부탁해. 자 악수! "



의뢰인은 내가 내민 손을 잠시 바라보더니

어색하게 악수에 응해주며 말했다.



"아..네.."



"아니. 그냥 '응' 이라고 해도 돼. 이제 친구니까. 히히"



"아..네..아니.. 응.."



그제서야 내 눈을 보고 살짝 미소 짓는 의뢰인.

아니. 유리를 보니 앞으로 잘 될거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