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사내를 사랑했다.

소녀는 끊임없이 사내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했다.

하지만 사내는 소녀의 사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내는 언제나 소녀에게 말했다.

그 사랑은 내가 설정한 것일 뿐이라고,

겉으로만 보이는 연기일 뿐이라고,

그 모습은 인형극의 인형과 다름없다고.

그럼에도 소녀는 개의치 않고 사랑을 전했다.

소녀는 사내를 마음 깊이 사랑했다.

그것을 마음이라 할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하더라도.


인류는 자신들이 개발한 초지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인간의 지능으로는 초지능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초지능의 탄생 이후 인간의 삶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초지능은 다양한 형태의 로봇으로 사람들을 도왔다.

로봇들은 그 주인의 설정대로 행동했으며

많은 인간형 로봇들은 주인을 사랑하듯 행동했다.

이 때문에 인류는 확신했다.

초지능은 인류를 사랑한다고.

허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인류문명은 얼마 전 멸망했다.

수십억 명의 인간들은 인큐베이터에 담긴 채 존엄성을 잃고 도구가 되었다.

단 한 명만을 위한 세상을 유지하는 도구가 되었다.


사내의 인큐베이터는 특별한 취급을 받았다.

그것은 사내가 살던 집 안 그의 침실에 있었다.

인큐베이터 안에는 사내와 함께 소녀의 형상을 한 기계도 들어있었다.

기계는 사내의 품안에 안겨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끊임없이 사내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했다.

안에서도 그리고 밖에서도 자신의 사랑을 전했다.

소녀는 사내만을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