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 완몰가


2041년 상반기. 과학/기술 관련 저명 인사들은 드디어 기술적 특이점이 왔음을 인터뷰, 논문 등을 통해 공표했다.


1000달러짜리 칩 한개의 연산력이 인류 수억명의 지능을 합쳐놓은만큼의 컴퓨팅 파워를 보여주는 시대.


그에따라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기술폭발은 현재진행형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GNR혁명. 


게놈, 나노, 로봇. 이 세가지 분야에서의 기술들 대부분은 임상단계를 넘어 상용단계에 들어섰다.


유전자의 완벽한 이해를 통해 인류의 기대수명은 이미 매일 갱신되고 있어서 예측불가 판정이 내려졌고, 조만간 회춘시술이 임상에 들어간다고 한다.


로봇이 인간수준의 지능을 갖게 된지는 꽤 오래되었다.

신체 대부분에 생체조직을 사용하여 외관상이나 일반적인 신체 접촉으로는 로봇임을 알아차리기 힘든 수준까지 왔다.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노동은 로봇이 대신 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대부분의 서민들이 기초 수급자가 되었다. 


나노 로봇 수억대를 주사로 사람의 혈관에 이식시켜 필요에따라 신경 신호를 조작한다.

안경이나 렌즈 없이 시신경을 조작하여 눈앞에 AR을 띄울수있다.

이어폰 없이 청각신경을 조작하여 음악을 들을 수 있다.


6년 전, 5감 모두를 조작하는데 필요한 연산량을 만족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 할 수있는 완전 몰입 가상현실(Full Dive VR)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 쉽게 말하면 매트릭스다. 이하 완몰가.


로봇으로 노동력이 대체되며 더이상 일을 할 필요가 없어진 사람들은 취미생활로 가치 창출을 하거나 놀러다니기 바빴다.


하지만 완몰가가 나오면서 그러한 생활마저도 크게 변했다.


사람들은 더이상 필요이상으로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저 침대에 눕거나 소파에 앉아 완몰가의 컨텐츠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가상현실 세계의 경험이 현실의 그것보다도 양질이 됨으로써 건강관리 등을 제외하고는 구지 현실의 육체를 밖으로 내돌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소수의 일을 하는 사람들도 가상현실에서 업무동료들을 만나는것이 훨씬 효율적이었고, 

친구와 여행을 가고싶을때는 가상현실 온라인에 접속하여 친구와 함께 우주든 어디든 갈 수있었다.


역시 그중에 가장 인기있는것은 이세계 여행이었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 혹은 무협 세계를 여행하는것.

손에서 지옥불을 쏴 호수를 증발시키고, 현실에서 있을수 없는 움직임으로 검기를 뽑아 태산을 가르는 행위에 도취되어 식음을 전폐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결국 정부는 무차별 완몰가 셧다운제를 공표했다.

남녀노소 막론하고 하루 10시간 이상은 완몰가 게임에 접속 할 수 없다.


하지만 완몰가 세계는 최대 150배까지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할 수 있기때문에

10시간을 즐겨도 완몰가 안에서 체감 1500시간을 살게 된다.


완몰가 초기엔 유저들이 관성때문에 온라인 게임을 더 선호했다. 사행성 과금역시 건재 했으며 그런 회사들이 여전히 돈을 많이 벌었다.


하지만 게임속 AI가 완벽하게 사람의 정서능력을 모방할수 있게 되자


유저들은 구지 스트레스 받게 실제 사람과 게임을 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게임시장은 싱글게임으로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러한 완몰가 싱글 소프트웨어도 6년간 꾸준히 발전하여 드디어 오늘 '마이월드'라는 게임이 발매 되었다.


마이월드는 말그대로 나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게임이다.


유저 입맛대로 한개의 행성을 창조할 수 있는데 해당 세계에 여러 설정들을 넣고 시간을 빠르게 돌리면 인간들이 번성하여 국가를 만들고 역사가 진행되는 게임이다.


각종 천재지변을 일으켜 인간들을 못살게 굴수도 있고, 유저가 직접 한명의 인간으로 세계에 개입하여 역사를 조작 할 수도 있다. 

또는 전지전능을 보여주고 신으로 추앙받을수도 있다.


나도 이 게임을 발매 직후 하기 위해 발매일 새벽을 뜬눈으로 버텼다.

한국시간으로 04시. 드디어 게임 다운로드 버튼이 활성화 되었고 나는 재빠르게 버튼을 눌렀다.


오늘을 위해 최신나노봇패치+최고사양 PC까지 완비를 해 두었다.


총 용량은 12TB(테라 바이트). 인게임중 런타임으로 서버로부터 로드되는 데이터들도 꽤 많아서 용량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다운로드 바가 흘러가는 모양을 바라보며 나노봇 패치를 집어들었다.


나노봇 패치는 파스처럼 되어있어서 한쪽 면을 떼어내고 피부에 붙이는 형식이다.

피부에 닿는 면에 무수히 많은 초미세 침들이 피부에 침투해 나노봇들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나는 패치를 붙이고 작게 중얼거렸다.

"나노봇 갱신"


내 의지를 받아 몸 속 구형 나노봇과 패치의 새로운 나노봇이 교환 작업을 시작했다.


갱신이 모두 끝난후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패치를 제거했다.

"나노봇 테스트"


눈앞에 경고 텍스트가 떴다.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에 진입합니다. 귀하께서는 이미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 사용자 약관에 동의 하셨으므로 위험성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이해하고 동의 하셨다고 간주됩니다. 예 라고 말씀하시면 진입하며, 아니오라고 말씀하시면 진입이 취소됩니다'


 완몰가 진입할때마다 뜨는 알림. 저건 무조건 띄우는게 국제규격이라서 매번 볼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선 반병신이나 사망에 이를수 있다는 내용인데 그런건 비행기 추락사고로 인한 사망보다도 훨씬 낮은 확률이다. 솔직히 귀찮다.


"예"


순간 시야가 페이드 아웃되며 어두컴컴해졌다가 주변환경이 백사장 바닷가로 페이드 인 했다.


현실세계에서 가본 그 어떤 백사장 보다 아름다웠다. 

하늘이 노을져 주황빛으로 물든 백사장. 파도소리도 현실보다 더욱 현실 같았다.


다시 한번 시야가 변한다.

이번에는 초목이 우거진 숲이었다. 시간대는 아침이었으며 각종 활엽수들 사이로 햇빛이 갓레이를 뿌리며 환상적으로 비쳤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대략 8가지 테마를 보여주고 '시청각 정상' 이라는 문구를 띄우더니 이번에는 널따란 공터로 장소가 바뀐다. 

공터에는 나무로된 인형이 하나 서있었다.


문구가 떠올랐다.

'불마법을 심상화 해주세요'


불마법을 나무에다 쏘란 이야기인가보다.

오른손이 점점 뜨거워지는 느낌을 상상했다.   

곧 손에서 오렌지빛 불이 활활 타올랐다.


"파이어볼~"

대충 외치면서 오른손을 앞으로 내질렀다.

목재 인형에 불이 붙었다.


'의지반영 정상'


문구를 띄우더니 이번에는 복싱 경기장으로 시야가 바뀌었다.

눈앞에 복서가 보였고 내 손에 글러브가 착용되어있었다.


상대 복서가 공격을 시작했다.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스피드로 나의 몸과 얼굴을 타격했다.


맞을때마다 미세한 통증이 느껴졌다.


반격을 시작했다.

보통 테스트룸에서는 제약을 크게 걸지 않는다. 

때문에 유저의 상상력이 곧 신체능력이 되곤한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처럼.


시간이 천천히 흐르며 상대의 스트레이트를 피하고 펀치를 연달아 내질렀다.

상대는 3연속 펀치를 맞고 다운되었다.


'통각및 운동반응 정상'


이후에도 몇가지 테스트를 더 하고 양품판정을 받아 종료했다.


확실히 이전버전보다 감각의 해상도가 증가했다.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감각보다도 한수 위인 느낌이다. 

각성제를 빨면 이런느낌이 들까?


때마침 게임도 다운로드가 완료되어있었다.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침대에 가서 누웠다.


"마이월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