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의미
완몰가 출시 이후 몇년동안 온갖 재미를 다 본 나는 문득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완몰가 주민인 NPC에게 이 세상은 컴퓨터로 만들어진 세상이고 너도 디지털 덩어리에 불과하다라는걸 알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라는것.
이를 실험해보기 위해선 완몰가 세계를 현대 시점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컴퓨터가 발명되기도 전이면 그 세계의 주민은 컴퓨터가 뭔지 디지털이 뭔지도 이해를 못 할 테니까.
나는 늘 하던대로 완몰가에 접속해 인스턴스월드를 창조했다.
시점은 20년 전쯤인 2020년대 정도의 시대로.
현실세계의 일론 머스크같은 사람을 찾아서 사실을 밝혀보기로 했다.
과연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주장하는 사람조차도 절망할 것인가?
나는 게임을 관리하는 AI비서에게 요청했다.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주장하는 NPC를 찾아줘"
AI는 0.1초만에 인물 한명을 찾아 내게 추천해주었다.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물리학 교수였다.
"그가 일하는 연구실 앞으로 이동시켜줘"
나의 시야가 바뀌고 내 눈앞에는 연구실 입구가 나타났다.
"의심하지 않도록 나를 꾸며"
내 복장은 순식간에 단정한 정장으로 바뀌었고 손에는 어느새 서류더미가 들려있었다.
-똑똑.
"들어오세요."
노크를 하자 안에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흰머리가 드문드문 섞인 교수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누구시죠? 무슨일로?"
나는 서류더미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소파 위에 편하게 앉았다.
교수는 나를 의문의 시선으로 계속 쳐다봤다.
교수가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이봐요' 하고 입을 여는 순간 나는 그의 말을 잘라먹으며 말했다.
"당신에게 진실을 알려주러 왔습니다."
교수는 당황한듯이 한쪽 눈을 찡그리고 팔짱을 꼈다.
"어디 한번 말해 보세요"
나는 다리를 꼬고 무릎에 양손을 깍지껴서 올린 후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세상은 당신 주장대로 시뮬레이션이 맞습니다."
교수는 흥미롭다는듯한 얼굴로 물었다.
"호오. 근거가 뭘까요?"
나는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며 명령어를 외쳤다.
"렌더링 변경"
순간 세상이 폴리곤 덩어리로 바뀌었다.
교수는 숨들이키는 소리를 내곤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당신과 저에게만 이 세상의 실체가 보이도록 했습니다."
교수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않더니 힘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럴수가... 그렇다면... 당신은 신입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저는 그저 일반 시민에 불과합니다. 개인용 컴퓨터로 이세상을 만들었지요."
교수는 한동안 맥빠진 웃음소리를 내더니 문득 생각난게 있는듯 내게 물었다.
"그, 그럼 이 세상은 언제 만들어졌나요?"
나는 오른손을 쫙 펴서 그에게 보여줬다.
그는 경악한듯이 내게 물었다.
"... 5년?"
나는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5분 전입니다."
"하, 하지만 저는 오늘 점심을 먹고 30분전에 연구실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제 아내는....!!"
나는 또다시 고개를 젓고 한쪽입꼬리를 말아올리며 그를 조소했다.
"당신도 아시지 않습니까. 기억이란 얼마든지"
나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날조될수 있다는것을"
교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표정은 세상을 잃은것처럼 허망해졌다.
그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돌아가세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이세상을.... 삭제 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이상 놀아나기 싫다는 쓸데없는 자존심일까.
내가 새디즘끼가 있나보다.
잔인하다고 생각되면서도 묘한 고양감이 치솟았다.
만약 일반인에게 밝혔다면 제발 세계를 없애지 말아달라고 울고불고 했을까?
다음엔 일반인에게도 밝혀봐야겠다.
나는 인스턴스 월드를 삭제하고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띵동~
마침 배달시킨게 왔나보다. 치킨 뜯고나면 어제 저장해놨던 마법사 놀이나 계속 해야지~
현관문을 열었더니 배달부가 치킨을 들고 서있었다.
나는 고맙습니다 하고 치킨을 받으려는데 그가 갑자기 나를 밀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엇. 뭐하세요!"
나는 당황해서 그를 쳐다봤는데 그는 한쪽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나에게 말했다.
"하위세계에서 재미좀 보셨더군요?"
나는 이 인간이 뭔소릴 하나 싶어서 한쪽눈살을 찌푸렸다.
"네?"
치킨배달부는 오른손을 들어올려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순간 세상이 폴리곤 덩어리로 바뀌었다.
"당신도 이제 진실을 마주하시죠."
그는 나를 바라보며 조소했다.
나는 너무나 큰 패닉으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공포;;;;;;;;;
(๑╹v╹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