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글 써봄.
1.시작은 어릴 때 TV에서 나오는 영화, 터미네이터 2였다. 그 영화에는 독특한 악역이 나온다.
닿는 모든 사람의 외양을 카피할 수 있는 신형 터미네이터, T-1000
그 악당이 다른 모습을 취해가며 필요한 정보를 캐내고 다닐 때 나는 뭔가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바뀐 것은 외모 뿐인데, 그 로봇은 경찰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주인공의 가정에 아무런
저항도 없이 들어갔다가 휘젓고 나온다. 차원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된다는 상상을 하게 된 것이
알라딘의 요술 램프가 이루어주는 소원 3가지를 다들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능력을 얻는 것은 나의 1순위였다.
신으로 변한다거나 하는 것은 어린 나의 상상력으론 너무 무리였던 것 같다.
2. 죽음이 무서웠다. 죽음이 순리라는 생각은 전혀 와닿지 않았다. 생각이 변하지 않는
기성세대를 보면 죽음이라는 것이 인류종 전체로 보면 선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내 문제라면 달라진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죽어야 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납들이 가지 않는다.
태어난 건 내 맘대로가 아니었지만, 언제 가는 것 조차 내 맘대로가 아니라니
인생의 종착역은 책에서 보는 것처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숨을 거두는게 아니었다.
호흡 곤란으로 인해 헐떡이다가 죽는게 대다수인 것 같았다.
호흡 곤란이라니.. 대체 어떤 느낌일까? 숨을 쉬기 힘들다니.. 물에 빠져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 느낌 아닐까?
어떻게 생각해도 좋은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길가메시 서사시라는 이야기가 있다. 2/3은 신, 1/3은 인간인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이런 오래된 이야기가 가장 믿음직스럽다.
후대의 이야기는 수많은 당위와 도덕, 가치가 덧씌워진 것이 많다.
남자라면 이래야지, 여자라면 이래야지, 사람이라면 이래야지, 순리와 법칙이 어쩌고..
이 이야기에선 모든 것이 다 솔직하다. 가감없는 욕망들이 그대로 기록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듯 한 주인공. 두려워 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친한 친구가 천벌을 받아 죽고 난 뒤, 영웅은 원초적인 두려움에 맞닥뜨린다.
코에서 구더기가 나오고 있지만 전혀 움직일 줄 모르는 영웅의 친구.
5000년 전의 기록임에도, 죽음에 의해 친구와 갈라선 영웅의 슬픔은 구구절절 전해진다.
'자기 옷을 찢고 머리를 뜯으며, 독수리처럼 친구의 시신 주위를 돌고 돌았다'
'죽은 새끼를 서러워하는 암사자처럼 돌고 돌았다'
친구를 잃은 영웅의 다음 행선지는 바로 죽음의 정복이었다. 하지만 수없는 모험 끝에
그는 결국 실패하고 만다. 체념한 영웅은 돌아와서 나라를 잘 다스리지만 결국은 그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도래하고 만다.
상심한 영웅을 위해 신들은 저승의 판관 자리를 내 주기로 하지만, 곧 이승을 떠나야 하는
영웅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신들은 죽음을 앞둔 영웅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이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고난의 길임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너는 이것이 너의
탯줄이 잘린 순간부터 정해진 일임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인간의 가장 어두운 날이
이제 너를 기다린다. 인간의 가장 고독한 장소가 이제 너를 기다린다. 멈추지 않는 밀물의 파도가
이제 너를 기다린다. 피할 수 없는 전투가 이제 너를 기다린다.'
3. 미래는 알 수 없고,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정할 수 없다. 결국 미래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영화 테넷은 이렇게 말한다. '무지가 우리의 무기야'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운명에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영위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아픈 곳이 생기거나, 주변에서 질병에 걸려 죽는 사람이 생각나면 나에게도 정해진 운명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된다.
세상엔 젊은 나이에도 별 희한한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심지어 20대에도 루게릭에 걸리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아무리 희박한 가능성이라고 해도
저 확률에 당첨되는 사람이 있구나. 나는 어떤 상태지?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두려움.
처음 들어보는 병명들, 그걸 인터넷에 쳐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내 일상 자체가 외나무다리 위에서
위태위태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미래는 나에게 '두려움' 이라는 말 뿐이었다.
4. 학교 도서관에서 본 '특이점이 온다' 라는 책. 아무도 읽지 않아서 깨끗했다.
별 기대 없이 열어본 책인데 내용은 정말 대단했다. 사람이 죽지 않는 시대가 온다?
자신의 육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오고, 그게 근 미래 안에 온다???
말 그대로 눈이 튀어나올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도 제대로 쓰이지 않던
2008년에 이 내용이 실제로 실현되리라곤 잘 믿어지지 않았다.
믿어지지 않는다기보단, 죽음의 정복.. 이 엄청난 일이 내가 살아있을 때 올 수도 있다고?
내가 그렇게 운이 좋단 말인가? 이런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끊임없이 자료를 찾아보았고,
커뮤니티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렀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고, 착실하게 인생을 살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특이점' 이야기를 하면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뀜을 느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몇년 전부터 정말 뭔가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글을 정말 감사하게 보고 있지만, 솔직히 전문 용어까지 다 이해하진 못한다.
그래도 뭔가 흐름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당당히 노화가 질병이라고 말하는 학자들과
인공지능 개발에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
어릴 때의 나의 소원도 이뤄질 날이 올까? 여전히 미래는 두렵지만, 미래에서 한 가닥 희망을 본다.
완붕이들이 모두 소원을 이루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T-1000 보다 더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으며 길가메시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것. 그리고 그 가능성이 보인다는것. 그건 정말 가슴 설레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이점이 온다면 못하는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