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가장 어려웠던 질문은 ' 너의 꿈이 뭐니? '라는 질문이었다. 그 당시 나는 곤혹스러웠다. 나에게는 꿈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의사? 우주비행사? 그럴듯한 직업들을 대충 대답했지만 난 아무것도 되고 싶은 게 없었다. 이루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그렇게 입력된 기계처럼 살아갈 뿐이다. 그 사실에 딱히 절망하진 않았다. 특출난 재능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야


어디에서나 있을법한 엑스트라 A 그게 나의 인생이야. 이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살다가 언젠가 죽겠지. 그거면 된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살던 어느 날 나는 어떤 사이트에서 이상한 글을 발견했다.


그 글은 ' 가상현실 ' 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머리에다 고글 같은 걸 뒤집어쓰는 그런 가상현실이 아닌 매트릭스에서나 나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가상현실에


대해 다루는 글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면서도 나는 어느새 그 내용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난 아무것도 바라고 있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는걸. 애초에 병신 같은 내가 뭘 할 수 있을  없으니까. 


난 조연조차 못 되는 엑스트라니까. 그냥 포기하고 있었던 거야.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도 폼나게 살고 싶다고, 만화 속 주인공처럼 뜨겁게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멋있게 살고 싶었다고 지금까지 나 자신에게 거짓말 하며 살았던 회색빛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깨달았다. 딱히 오래 살고 싶지도 않았던 인생에 처음으로 의욕이란게 생겼다. 그렇게 살았다. 군대에서 개고생 하면서도, 공장에 들어가서 주야간 


으로 일하며 몸을 버리면서도, 난 그렇게 살았고 지금도 살고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바보 같은 짓은 절대 하지 않아. 어떻게든 살 거야.


언제가 올 그 날을 기다리며 난 살고있어. 그리고 정말 만약, 정말로 그 때가 온다면. 내가 머리에 구멍을 뚫었든 몸속에 나노봇을 주입했든 그 때가 온다면.


나는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나온 그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처음으로 자신이 태어난 이유와 그 바람을 깨닫고 목놓아 울겠지. 


그러니 난 오늘도 버틴다. 내가 태어난 이유를 깨달을 그날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