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떡밥이 있는 듯 해서 글 하나 얹어봄


일단 난 AI관련 전공자는커녕 이과도 아님 ㅇㅇ 옛날에 특이점이 온다 읽고서 특갤 념글 좀 훑어본 정도의 배경지식만 가진 문과고 전공도 학부 사과대, 대학원 법학임

그런 만큼 기술적 얘기는 다 건너뛰고, 세 가지를 전제하고 이야기함

1.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 기술은 인류 모두에게 완벽한(=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줄 수 있다.
2. 그것이 우리 세대가 죽기 전에 실현되려면 인간의 뇌를 온전히 이해해야 하는 만큼 기술적 특이점이 달성되고 초지능이 등장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초지능의 등장이 완몰가에 선행한다.
3. 초지능은 인류가 직면한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 자원 및 노동, 수명(노화) 문제를 포함해서.


그리고 상기한 전제들 하에서 나는 작금의 추세대로의 검열이 지속될 수 없음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함.



우선 초지능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소위 기술적 특이점 담론에서 초지능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격인 존재고 지금 인간의 지능으로는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무언가임. 수많은 사회문제가 일소될 것이고, 역사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바꿀 영구적인 게임 체인저쯤 됨.

지금의 우리가 지닌 이념과 정치체제를 기반으로 초지능 이후의 사회를 재단하려는 건 기원전의 인류가 도시국가를 세웠다고 거기에 적용된 체제에 기반해서 21세기 현대국가를 들여다보려는 것보다도 훨씬 더 무리한 일이지. 최초의 도시국가와 디지털 혁명의 차이보다 초지능 전후의 차이가 더 클 텐데, 왜 지금의 국체와 정치가 초지능 등장 이후에도 유지되리라고 생각함?

초지능이 등장해서, 본디 국가가 담당할 갖은 문제들을 죄다 일소시켰는데, 국가의 틀이라는 것 자체가 언제까지고 의미있기나 할까? 법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사회유지를 위한 도구인데, 그게 별 의미 없게 되었는데도 사람들이 언제까지고 준법의식이라는 걸 유지할까?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면 초지능이 등장해서 국가도 법도 사실상 용도폐기시켜버렸는데 한국에 영원히 갇혀 있을 건가? 자본도 국가도 이념도 정치도 싸그리 다 격변했는데 오직 한국의 국적과 법만큼은 영원히 남아서 한국인들을 구속한다고?

설령 관성적으로 기존의 법이 유지되는 기간이 있더라도 결국 기존의 틀은 끝장나거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격변할 수밖에 없을 거임. 애초에 지금의 패러다임 자체가 초지능 등장 이후에는 무의미하게 될 확률이 대단히 높은데, 그 와중에 검열 놀음이라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는 없음.




한데 여기서 끝내면 좀 밋밋하니 초지능이 도래했음에도 오직 한국의 정치 시스템과 국적과 법령만큼은 영원히 지켜진다는 가정을 한 번 해 봄. 이러면 한국의 검열이 완몰가를 언제까지나 억죌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진로가 내수용 진로만 아니었다면 당장에 한국 뜨고 싶을 만큼 각종 검열에 비판적인 입장이고, 페미니즘의 위력도 경시하지 않음. 페미니즘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한국의 국가 시스템을 대부분 장악한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고, 기술적 특이점이라도 도래하지 않는 이상 한국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고 그 파국에는 페미니즘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리라고 생각함. 한국의 페미니즘이 검열지향적이라고도 생각하고.

하나 모든 사회운동이 그렇듯, 어떤 이념에 철저히 순수한 이들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음. 대다수는 이해득실을 따르지.


각종 검열장치와 법안은 그냥 딸깍 처벌로 끝나지 않음. 비단 페미니즘에 기반한 것뿐 아니라 그 어떤 검열도 항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자본(대체로 세금)을 끌어들임. 그런 법안들은 산업과 자유를 제한하는 와중에 그 자체로도 일종의 사업임.
예컨대 검열법안 A가 만들어졌다고 가정하면 그 A법안을 실현시키기 위해 각종 정부사업이 부가되고, A 관련 위원회가 신설되거나 튀어나와서 정부 예산을 끌어다 쓰고, 각종 단체가 숟가락을 얹고, 관련 교육을 하겠다고 또 인력과 예산을 끌어가고, A 관련 감시장치를 만들거나 관련된 각종 조직을 꾸리는 데도 다시 인력과 예산을 끌어감. 물론 그에 기반해서 정치권력을 확대하는 데도 써먹을 수 있을 거고.

그런데 만일 초지능이 정말로 도래해서, 자본도 자원도 노동도 무의미한 시대가 되었으며, 모든 개인이 스스로의 모든 욕구를 자신만의 세계에서 100% 충족할 수 있게 된다면, 이해득실에 민감한 절대다수의 정치인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회운동가들에게 위와 같은 이득이 여전히 이득으로 남을까? 사실상 무의미해진 현실자본? 가상현실 속에서 훨씬 더 잘 누릴 수 있을 정치권력이나 성별권력?

초지능과 완몰가는 현실에서의 검열로 인한 이해득실에서 현실적 이득 부분을 끝장내버림. 남는 것은 검열로 인한 자유의 침해 뿐인데, 지금 같은 추세가 초지능 이후에도 반복될까? 누가 어떤 계산으로 거기에 동력을 공급하는데? 인간이 인간의 본능을 갖는 이상, 기존의 검열조차도 철폐하고 싶겠지.


그럼 순수하게 이념만을 따른다고 자부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사실 이들도 내면을 파고 들어가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 아닌가?

예를 들어 영원히 페미니즘에 충실하다고 자부하는 여성 '갑'이 있다고 할 때, 그녀가 남성에 의한 불쾌한 경험을 거의 하지 않았고 + 인터넷의 수많은 페미니스트 동지가 없고 + 모든 것이 풍족하고 비교에 의한 열등감조차 느껴본 적 없는 삶을 살았다면 과연 갑이 끝끝내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또는 철저한 안티 페미니스트 남성 '을'이 있다고 할 때, 이 남성이 페미니즘이 제대로 퍼지지도 않은 이세계 한국에 살았고 + 각종 성검열법안의 표적이 된 바 없고 + 여성에 의한 불쾌한 경험을 별로 해 본 적이 없다면 그래도 을이 페미니즘에 대한 철저한 적대감으로 무장한 안티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그런데 초지능과 완몰가 이후에는 위 가정들이 전부 가능하겠네? 그럼 아무리 치열한 검열주의자라도 언제까지나 검열주의자로 남아있긴 어려울 테고.

심지어 종교조차도 기복적인 측면, 즉 이해득실의 측면이 매우 크게 자리잡고 있잖아. 신도들 뿐 아니라 검열지향적인 종교 지도자들도 초지능 이후에는 이해득실을 다시 계산해야 할 거고.



나아가서, 법이 무슨 불변하는 바위 같은 게 아님. 윗분들이야 자기들 필요할 때마다 법적 안정성을 외치지만 정작 입법자들이 민심 따라 이슈 따라 떼법을 양산하는 건 물론이고 헌재도 민심에 너무 신경쓴다고 한두 번 비판받은 게 아니잖아.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는 건 파워게임에서 검열을 원하는 세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현재의 한국에서 청년 위주 일부 남성층을 제외하면 검열에 강하게 반대하는 계층 자체가 없음(그나마도 상당수는 남들에 대한 검열에는 별 관심이 없고). 어디에나 이레귤러는 있지만, 경향성을 봤을 때 노인들이나 여성들이 각종 검열법안에 강하게 비판적인 스탠스라는 소식은 별로 못 들어 봤을거임. 반면에 실질적으로 법제를 움직이는 정치권과 언론에는 검열을 더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아주 많이 포진해 있지.


그런데 초지능과 완몰가는 남녀로 갈라지기는 커녕 100살 넘은 노인에게도 젊음을 포함해 모든 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데, 이것에 대한 검열이 과연 특정 계층만의 문제일까? 게다가 상기했듯 초지능이 도래하면 검열을 시행하거나 추동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이해득실상의 이득을 전혀 가져다주지 못 하는 상황이 될 텐데, 그렇다면 검열을 원하는 이들이 지금보다 많아질까? 반대로 그런 걸 원치 않는 이들이 다수로 수렴하는 게 상식적 추론이겠지. 결국 초지능 도래 이후에도 검열을 둘러싸고 지금같은 파워게임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거임. 입법자들 스스로부터가 아무런 이득도 없는 검열을 원하지 않게 될 거고.

물론 사람들에겐 정신적 관성이라는 게 있으니 초지능이 등장했다고 곧바로 검열이 끝장나고 완몰가 속 유토피아가 도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근데 사람들이 일단 완몰가 속에서 모든 것을 무제한적으로 충족할 수 있고 검열이 스스로에게 이득이 되기는커녕 대단히 불편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무슨 검열의 화신 같은 존재라서 이득은커녕 자기 자신의 자유마저 기꺼이 포기하면서 모두에게서 자유를 빼앗는 것에서부터 완몰가가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더한 절대적인 희열과 충족감을 느끼는 정신병자나 광신도 정도를 제외하면 더 이상 검열의 확대에 동력을 공급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완몰가에 대한 검열이 급격히 축소되는 방향으로 수렴하리라고 생각함.



결론적으로 초지능과 완몰가가 모두 도래했음에도 완몰가에 대한 검열이 변하지 않고 한국에서 태어난 원죄로 끝내 제대로 된 완몰가를 즐기지 못한다는 명제가 성립하려면, 다음과 같은 가정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봄.

- 초지능으로 인해 인류 역사의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상황에서도 오직 한국 정치와 국적과 법령만은 언제까지나 굳건히 한국인들을 구속할 것이고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원죄로 어디에도 쉽사리 갈 수 없을 것이다.

- 한국의 정치인들과 사회운동가들은 대다수가 통상적인 이해득실에 신경쓰지 않는 초탈한 자들로서, 완몰가에서 얻을 수 있는 쾌락 따위는 무가치하게 여기며 자신의 자유마저 제한받으면서 오직 한국인들을 검열망 속에 가둬 놓는 것으로부터만 효능감을 얻을 수 있으니 초지능이 도래한 이후에도 검열의 유지와 확대를 추동하는 데 한없이 적극적일 것이다.

- 한국인 상당수는 마찬가지로 이해득실에 신경쓰지 않는 초탈한 자들로서 오직 남들의 자유를 옥죄는 것에서부터만 효능감을 얻으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완몰가 속 젊음과 무한한 편익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자신의 자유마저 영구히 포기하면서 이웃 한국인들의 자유를 영원히 옥죄라는 여론을 형성할 것이고 그 여론이 정치적 파워게임에서 자유를 원하는 목소리를 압도할 것이다.


난 당장 위 가정 1번부터가 실현될 수 없다고 생각함. 정말 초지능이 도래했는데 위 가정 1, 2, 3이 전부 다 맞아떨어질 정도면... 그냥 아 한국인들은 다들 전생에 큰 죄를 지었나보구나, 운명이니 받아들이자 생각하고 한국에서 도망칠 기회나 노리는 게 맞다고 봄ㅋㅋㅋ



3줄요약

1. 애초에 완몰가에 선행할 초지능의 도래는 역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 놓을 기술이니 지금의 상황에 기반해 생각하는 건 별 의미가 없고, 현 시점에서의 법이고 검열이고 무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2. 오직 한국의 법령만은 영원히 굳건하다는 비합리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지금의 이해득실은 초지능 도래 이후 무의미하게 될 것이니 정치권이나 사회운동가나 국민여론이나 검열의 유지나 확대를 계속해서 원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다수가 검열 축소를 원하게 될 것이고 법제는 생각외로 빠르게 반응할 것이다.

3. 그러니 지금의 검열이나 향후의 추세 등을 초지능+완몰가 이후에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 당연히 위 내용은 전부 사견이고, 그냥 놀이삼아 내 생각 풀어내면서 사고실험한 것이니 여기저기 빈틈이 있을 수 있음. 근데 뭐 빈틈이 있더라도 전반적인 내 생각은 그대로일 거고, 만에 하나라도 정말로 기술적 특이점이나 초지능, 완몰가 등이 현실화되고 나면 결국 검열을 걱정할 필요는 없게 되리라 확신함.

다만 예상을 뒤엎고 초지능 및 노동 해방 등등보다 완몰가가 먼저 실현됐다 이러면 한국에선 꽤 오래 검열에 시달리리라고 봄. 지금도 검열이 과도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마 당분간은 제대로 된 브레이크 없이 심해지기만 할 듯 하고, 완몰가도 자유롭지 못할 테니까... 그 경우에도 궁극적으로는 검열 축소로 수렴하리라 생각하지만 삶의 낭비도 그런 낭비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