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무슨 슈퍼휴먼 개조를 해서 완전기억능력을 갖춘게 아니면야 인간은 어차피 대부분의 걸 다 잊어버림


그러니 완몰가에서 아무리 신나게 지냈어도, 너무 오래 한거 아니면야 어느정도는 결국 희미해질수밖에 없음. 따라서 경험은 다른 경험으로, 기억은 다른 기억으로 다시 덮을수 있음. 굳이 새로 지워버릴 필요도 없음


거기에 또 중요한게 뭐냐면 심리학에서는 대비효과라는게 있음

대비 효과는 개인이 어떤 대상을 평가하거나 인식할 때, 이전에 노출된 대조적인 대상과의 비교에 의해 인식이 변화하는 현상을 말함


복잡해보이지만 이렇게 이해하면 됨. 배고플때 먹는 라면이나 진짜 힘들게 운동한 후 마시는 물이 평소에 먹는 거보다는 더 맛있게 느껴지잖음? 그런 거임

그러니 기억 삭제보다도 안전하게 더 큰 즐거움을 느끼고 덤으로 도파민 디톡스용으로도 더 좋은 방법이 있음

바로 안전한 선에서 고통을 겪거나 절제를 하는 거임



-리철수 동지와 함께하는 아오지 탄광 8시간 체험코스

이 월드에 접속하면 일단 시커먼 화면이랑 귀를 찢는 기계 소음부터 시작하는 거임. 눈앞엔 리철수 동무라는 빨갱이 NPC가 썩은 표정으로 서 있고, 네 손엔 녹슨 곡괭이 하나 쥐여줌. 목표는 단순함. 8시간 동안 할당량 채울 때까지 그냥 석탄 캐는 거임. 중간에 배고프다고 하면 멀건 죽 한 사발 던져주고 끝. 쉬고 싶다고? 리철수 동무의 "간나 새끼!" 같은 갈굼만 돌아옴. 육체적 고통, 배고픔, 지루함, 희망 없는 노동의 반복. 이걸 8시간 동안 강제로 겪는 거임. 로그아웃 가능 여부는 본인이 정하되 할거면 오래 빡세게 하는게 좋을듯

-이반 데니소비치 동지와의 굴라그 투어

아오지가 육체적 고통에 집중했다면, 여긴 좀 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정신적 압박에 초점을 맞춘 월드임. 시베리아 벌판 한가운데 있는 낡아빠진 수용소가 배경이고, 넌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는 수감자 중 하나가 되는 거임. 뼈를 에는 추위 속에서 이반 데니소비치 동무랑 같이 의미 없는 강제 노역을 하고, 하루 한 끼 멀건 수프랑 딱딱한 빵 조각으로 연명해야 함. 잠자리는 당연히 차가운 마룻바닥임. 그리고 심심하면 소련군이 존나 갈굼. 패진 않겠지만 일 시킴

여기서 딱 버티고 다른 완몰가 월드로 돌아오면? 그냥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드는 것만으로도 극락 체험이 가능해짐. 평범한 식사 한 끼가 얼마나 풍요로운 축복인지 깨닫게 되면서 도파민 수용체가 아주 깔끔하게 리셋되는 거임

이외에도 사막 조난 코스나 진짜 하드코어하게 아우슈비츠 체험, 스탈린그라드 기아생존 같은게 있긴 한데 고통을 겪는게 좀 부담된다 싶으면? 명상코스가 있음 


-고승과 함께하는 히말라야 사원 면벽수련

극도의 심심함과 자극 차단을 이용하는 방식임. 히말라야 설산 어딘가에 있는 고요한 사원이 배경이고, 넌 여기서 며칠 동안 말 그대로 벽만 보고 앉아있는 거임. 네 옆에는 인자해 보이는 고승 NPC가 가끔씩 알쏭달쏭한 화두나 던져주고 설법좀 함. 

그냥 가상 템플스테이라 생각하면 됨. 식사는 최소한으로 제공되고, 외부 자극은 거의 없음. 들리는 거라곤 바람 소리나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 정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경험이 목적인거임. 화려하고 정신없는 다른 완몰가 세계에 쩔어있던 뇌를 한번 싹 비워내는 거지. 여기서 며칠 있다가 다시 네온사인 번쩍이는 사이버펑크 같은데 들어가면 그 현란한 색감과 복잡한 소리들이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렬하고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일종의 감각 리프레시 ㅇㅇ

-심해 명상 완몰가

히말라야 면벽수련이랑 비슷한 맥락인데, 환경을 극한의 고요함과 단절로 설정한 월드임. 특수 캡슐 같은 거 안에 들어가서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감. 창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고, 가끔 심해어들 보이는거 말곤 없음. 여기서 최적의 명상 상태로 멍때리다가 다시 밝고 활기찬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거임. 위에는 리조트라 여차하면 올라와서 다시 빛과 지상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을거


이외에도 다도 체험, 사막 성지 순례, 수도원 체험 같은게 있음. 기억삭제같은 불안한것보다 더 낫다고 본다


이런 완몰가 콘텐츠 나오면 해볼 의향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