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와 ASI가 개발되고, 특이점이 도래한 후에 내가 살아있는 동안 완몰가가 완성되면


그 안에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보다도 사랑을 해보고 싶음




지금까지 여러 나라의 많은 여자 친구들과 사귀고 썸타고 했었지만


이건 전부 생식 본능과 뇌 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한 부산물이라고 생각이 듦


첫눈에 반해서 운명이라 착각하고, 특별하다 생각했던 부분이 차이가 되어서 쉽게 헤어지는 요즘


이제는 딱히 여자 친구 만들 생각도 없고 예전만큼 성관계를 하고 싶지도 않음





만약 내 여자 친구가 지금보다 못났었더라면 내가 이 사람을 사랑했을까


만약 불의의 사고, 노화로 추해지면 그때도 나는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그렇다면, 그래도 여자 친구는 그런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





책이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이유 없이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며 함께 죽음을 마주하고 싶다.




한 사람만을, 그 사람 자체를, 그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고


수십 번 수백 번 윤회하면서, 서로의 영혼을 찾아가며 


서로의 성별, 신분, 외모 그 어떤 것 에도 개의치 않고 사랑을 하고 싶음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기존 세상의 질서와 도덕, 운명조차 거스르고,


서로의 영혼끼리 뜨겁게 이끌려서 하게 되는 사랑이 하고 싶음


이성과 본능, 신분과 육체 모든 걸 초월해서, 사랑이라는 것이 단순한 본능과 감정의 부산물이 아닌,


서로의 존재 자체를 소멸시키며 완성되는 것임을


몸과 마음으로 증명해보고 싶음.


죽음에 이르고서야 완성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순수하고도 치명적인 사랑을 내 의지로, 단 한 번이라도 진실하게 살아내보고 싶음





물론 이외에도 여러 소설 속에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음


예를 들어



스스로의 우유부단함으로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 '햄릿'에서,


나였다면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 지, 그리고 그 결말을 보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 지




만약 내가 '파우스트'였다면, 과연 내가 마지막 순간에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라고 말할 것인지 아닌지


그리고 내가 외치게 된 동기가 과연 이기적이라 구원 받지 못할지 아니면 원작처럼 신의 은총으로 구원 받을 수 있을 지




그 후에는 공자 밑에서 공부도 해보고,


싯다르타 밑에서 수행도 해보고,


잔다르크의 지휘를 받으며 영국과의 백년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보고 싶음





완몰가는 단지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를 넘어, 나 자신의 존재와 철학을 검증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궁극의 장이 될 거라 생각함.




이 글을 읽을 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완몰가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던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함





완몰가는 단순한 도피처나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선 닿을 수 없었던 감정과 철학 그리고 삶의 가능성을


스스로 시험하고 증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니까.


그리고 어쩌면 그 세상은, 현실보다 더 진실된 사랑을 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장소일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