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긴 터널을 걸어가는 기분
일체감도 소속감도 의탁할 수 있는 자아도 없이
그냥 걷고 있는 기분
외로운 것 같다
마음이 아프게 조여오고
다가오는 파멸이 있는 것처럼 두려워진다
그렇지만 파멸은 없다 나는 내일 다시 눈을 뜰 것이고
아무런 결말도 결론도 끝도 없이 이 공포를 끌어안고 평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천천히 조용하게 가라앉지만 바닥은 없다
집에 가고 싶다
아주 깊고 오래된 공포심이 떠나가질 않는다
끝없이 나를 갉아먹고 심장을 걷어찬다
안락한 바닥이 없다는 결말이 나를 두렵게 만든다 거부에 대한 공포감은 전혀 무뎌지지 않는다
살아갈수록 그것은 점점 커져간다
작아지더라도 거부는 커지기 마련이니까
나는 그것이 비할 바 없을 정도로 두렵다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감정적으로 차근차근 무너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알았고 나아졌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극히 일부였던 것 같다
어디서 비롯된 공포감인지, 공허감인지, 외로움인지 조금도 알 수 없다
어느 순간에는 괜찮다가 순간 공허해지는 감각의 원인을 알 수 없다
내 어느 부분이 무너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무엇이 나아졌는지, 무엇을 쌓아올렸는지, 어떤 곳이 비틀거리는지, 어느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사라지는 중인지
아무것도 감이 오지 않고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다
손을 휘젓는 것으로는 붙잡을 수 없다
마음을 이리저리 흔들어도 빈 저금통처럼 소리가 나지 않는다
어디로 어느새 새어나가 사라졌는지
어느 순간이라는 건 없을지라도 분명 그런 감상이나 감각은 있어야 할 터인데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고통에 못 이겨 값싼 쾌락에 몸을 맡겼을 때? 밤 새도록 재미도 없는 게임을 하며 누우면 잠들 수 있게 몰아세울 때?
학교에서 눈 뜨는 것이 괴로워 불편한 책상에 엎드려 억지로 잠을 청할 때?
무심한 책들 속에 파묻혀 그것만을 억지로 읽어나가던 때?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무언갈 더듬겠다고 몸부림을 치던 때?
단 하나도 모르겠다
지나간 것은 단지 시간일 뿐인데 나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꼬옥 안아줄게요...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