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린 시절부터 공상을 자주 했음.

예를 들면 원피스의 루피랑 같이 모험을 떠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근데 나이를 처먹다 보니(지금 92년생임) 생각이 엄청 많이 달라짐. 거기에 위고비를 맞아서 그런지 몰라도 도파민이랑 행복이 죽지 않을 정도로만 생성이 되는 정도로만 살아서인지 완몰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짐

예전같으면 죠죠나 원피스 블리치같은 개쩌는 만화에서 '안녕, 친구들! 해결사가 왔어!'혹은 만화 주인공이 날 가리키며 '이 새끼라면 내 마누라도 맡길 수 있음 ㅇㅇ'이란 느낌이었겠지.

근데 나 많이 늙었나봐. 이젠 그냥 적당히 따뜻한 동남아의 해변에 오두막 지어놓고 하릴없이 사는 거지.

아침이 되면 대충 냉장고에서 남은 반찬이랑 밥솥의 밥이랑 해서 먹던가, 혹은 식빵에 잼발라 먹던가 하는 식으로 아침식사 해결하고

내 침대엔 내 연상의 여친이(애칭은 누나) 잠들어 있음. 누나가 '아가. 일찍 일어났네?'라고 하면 난 'ㅇㅇ. 오늘은 눈이 딱 떠지더라'라고 하면서 누나그저 서로 부둥켜 안고 있거나, TV로 영화 보거나, 해변 산책, 싼값에 업어온 카누타고 해변 일대를 둘러볼 거임. 물론 섹스도 하긴 하는데, 요즘은 이런 정서적 교감이 더 크게 다가오더라. 섹스는 '도파민 우우우!' 이 느낌이라면, 정서적 교감은 마음의 깊은 곳을 저며오는 영혼의 치료제임.

점심 쯤 되면 누나랑 같이 카누타다가 운좋게 잡은 뭐시깽이 생선을 들고 '이거 먹을 수 있나?'라고 고민하다 챗gpt랑 유튜브로 막 찾아보다가 '아, 그냥 시켜먹자 ㅋㅋㅋㅋㅋ'라고 하면서 물고기 놔주고 배달시켜 먹음. 배달 메뉴는 현재 내 컨디션 기준으로 죽 종류임.

점심 먹고는 식곤증이 몰려옴. 누나는 '아가. 자고 싶으면 자도 돼. 저기 가서 자자'라고 날 이끌어줌. 해먹에 누우면 은근 따뜻한 바람 덕에 눈이 감김. 아, 자기 전에 소변 보고 입술이랑 손같이 잘 트는 곳에 바세린은 무조건 발라야 함. 해먹 옆 테이블에 물 가져다 놓고.

깨어나 보면 한 오후 4시 쯤 될 거임. 마침 누나 손님들이 와서 같이 놀고 있음. 누나는 '아가. 잘 잤어? 여기 누나 친구들이야. 인사해'라고 하면 서로 조금은 어색하게 인사를 하겠지. 하지만 오두막 안에서 플스나 닌텐도로 같이 게임을 하거나 해변에서 모래성 쌓기, 물총놀이, 바나나 보트 정도 하다 보면 서로 친해질 거임.

저녁엔 누나 친구들이 오두먹 안의 냉장고 보고 '이새끼들 식재료를 존나게 허비하네. 병신들 ㅋㅋㅋㅋㅋㅋㅋ'라고 하더니 요리를 해줌. 근데 의외로 속이 편해서 나도 생각보다 많이 먹을거임. 같이 설거지를 하고 저녁이 될때까지 서로 노가리 까거나 보두게임하면서 시간 보내겠지.,밤 9시 쯤 되면 누나 친구들이 '어라? 시간이 벌써? 와, 존나 재밌게 놀았나 보네 ㅋㅋㅋㅋㅋ'라며 우리랑 헤어짐, 누나랑 난 누나 친구들이 해놓은 거 솔솔하게 정리하고 잘 준비를 하는 거임. 누나가 '아가. 씻고 자자'라고 하면 난 누나가 해주는 대로 어거지로 씻은 뒤 잠을 자려다 생각 외로 잠이 안 오면, 누나가 '그러니까 낮잠자니까 잠이 안 오잖아' 라고 하면서 나랑 같이 밤이 깊은 해변을 걷는 거임.

밤의 해변을 걸을 때마다 누나는 '우리 아가는 왜 이렇게 예뻐? 응? 귀여워라'라고 하면서 날 토닥임. 그럼 난 괜히 눈물이 차오르고, 누나는 '아가. 울보 녀석'이라고 하면서 웃으며 날 토닥임.

아무튼 이런 삶이 완몰가에 있었으면 해.

예전엔 정말 콜오브듀티의 소프나 프라이스처럼 '나쁜 놈 다 주겨라. 아하하하 탱고다운' 혹은 화산귀환처럼 무공의 초고수 이런 거 좋아했다면, 이젠 나이를 먹어서(그리고 위고비) 때문에 완몰가에서 바라는 삶이 굉장히 소박해졌어.

아무튼 92년생 아조씨의 존나 쓸데없는 망상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