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ON]












봄의 햇살이 얼음을 거의 녹여놓아,


그 원천의 녹색으로 빛나는 드넓은


스타리카 왕국의 평야.





본래라면 평화롭고 아름다웠을 터인 그 광경은 곧,


피로 물들여질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면,


우리의 시선 끝에 보이는것은 적의 대군이었으니까.





두 거대한 군단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고,


그둘을 감싸는 분위기는 팽팽해져있다.



초원의 신선한 바람이 그 둘 사이로 흐르고,


중천에 떠 있는 해가 피부를 태운다.



언제라도 서로의 목숨을 빼앗는


살육전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그때 나는, 아군 진형의 맨 앞으로 나와서,


병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도 자신들의 왕이 앞으로 할말을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병사들이여, 그대들에게 묻는다. "





결코 크게 내질러진것이 아닌, 오히려 차분한 그 말.


하지만 그것은 모든 병사들의 귀에 똑똑히 박히고 있었다.





"스타리카의 전사라는것은 무엇인가."





그의 진지한 분위기와 위엄에


서서히 압도되어가는 병사들.






"그것은 단순히, 한낱 종이쪼가리가 증명하는가?



그것은, 하나의 형식적인 명칭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나는 그 본질이...다른곳에 있다고 보고 있다."






병사들은 숨을 쉬는것도 잊으며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대들이 이 자리에 서있다는것."





순간 두르고 있는 분위기가 더욱 날카롭게 변하는 왕을 병사들은


입을 벌리며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 선 그대들은, 만족들이 그 더러운 발로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를 짓밟는것을 용서할 수 있는가?!


그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 소중한 이들을 유린하는것을 그대들은 용서할 수 있는가?!


그대들의 긍지가 그것을 허용하는가?! !"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


그 고개를 자연스레 좌우로 흔드는 병사들.






"아니! 단언컨데 아니다! ! ! ! ! !"





햇살에 비춰진 왕의 황금빛 갑옷이 더욱 빛나보였다.





"그대들은 이 땅을 사랑하고,


이 땅에 사는 이들을 사랑하고,


스타리카인이라는 긍지를 품고,


그를 위해 그 목숨을 태우기 위해 이 자리에 서있는것이다! ! ! "









병사들의 눈빛이 서서히 달라진다.


손에 들고 있는 검과 창을 더욱 강하게 쥔다.






"그런 그대들의 용기! !


그대들의 검! !


그 몸! !


그리고 그 혼...


그대들을 이루는 그 모든것이, 스타리카의 전사 그 자체이니라! ! !"






나는 칼을 칼집에서 뽑아들었다.






그때 시작되는것은,


스타리카인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싸움에 임하기 전에 시행하는 전사의 작법.





그 동작 하나 하나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





나의 칼을 오른쪽 수평으로 뻗었다.


'이 늘어선 전사들의 웅장한 패기와 용기를 보시오. '






그 후 칼을 나의 고개와 함께 하늘 높이 치켜든다

'신들이, 우리를 굽어 살피지어니. '






그리고 이번에는 칼을 쥔 그 주먹을 나의 가슴팍에 두었다.



'나, 한명의 전사로써 여기에 서 있노라.


이 전장에, 내 전사의 혼을 불사를지어다. '






왕이 스스로 전사의 작법 따위를 하는것은 전대미문.


그러나 그 아름답고 유려한 동작은 확실히 병사들의 눈에 각인되었고,


그들의 가슴을 울리기에는 충분했다.






"전사들이여, 나와 함께 싸우지 않겠는가! ! 내가, 그대들의 선두에 서리다 ! ! !"





이런 믿음직스러운 왕이 앞에서 달리는데,


본인들이 어찌 패배를 의심하리.






"전사들이여! 외치거라! ! !"




지켜보일것이다. 이 나라를.







"전사들이여! 달리거라! ! !"



이 목숨을 걸고, 반드시 .





"우리가 누구인지,


저 어리석은 적들에게 증명하라! !"



자신은 스타리카의 긍지 높은 전사니까. 





와! ! ! ! ! ! ! ! ! ! ! ! ! ! ! ! ! !






적을 향해 달려가는 병사들의 눈은,


이미 역전의 용사 그 자체였다.


















[BGM OFF]

























잠시후,


본영에서 나의 부관이 초점이 없는 눈으로 조용히 묻는다.






"그...폐하, 선두에 서시는게 아니었습니까?"












"...내가 미쳤어?!! 죽으려고 환장한것도 아니고 무슨 왕이 선두에 서."







사실 싸우는게 무서워서


처음에는 같이 달리는척하다가


몰래 뒤로 돌아온것이다.











"으에...빨리 집에 가고 싶어."


















주인의 그 한심한 모습을 모니터 넘어로 지켜보며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쉬는 아기에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