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나이트런 처럼 이미 인류가 우주를 한참


개척해놓은 시대에서


인류 연합과 괴수가 치열한 전쟁을 하는


설정의 완몰가를 하고 싶다







나는 어릴 적에 괴수의 침공으로 도시가 다 부서져서


가족을 잃었지만 기적적으로 혼자 살아남았고


때마침 우리 행성으로 파견 나온


인류해방 기사단에게 발견됨.




원래는 그냥 난민촌으로 보내져야 하는데,


검처럼 쓰는 대 괴수용 무기에 대한 적합도가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게 우연히 밝혀진 이후로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사단에 정식 입단이 정해지고


훈련과 교육을 받게 됨.








그렇게 몇 년 지내다가 나는


어느 여자애를 만남.





나랑 나이도 똑같은데,


이미 전사한 기사단 간부의 딸이기도 하고


전례가 없는 엄청난 무기 적합도와


신체 능력 때문에 나보다 훨씬 일찍


전장에서 괴수와 싸워온 거지.




괴수만을 죽이는 도구가 되길 자처한 듯


다른 감정은 전부 배제한


한없이 공허하고 차가운 눈을 가진 아이.



그게 그녀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음.



하지만 난 이때부터 왠지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되어버림.






결국 나한테도 처음으로 실전을 뛰는 날이 찾아왔는데,


기사단은 나를 그녀의 페어로 지정해줌.




원래 그녀와 연계 따위가 가능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혹시 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윗선에서 도박을 걸어본 거임.







임무에 투입되던 그날


그녀가 나에게 한 말은 딱 한마디일뿐.



"방해는 되지마."




난 그 말에 오기가 발동해서 어떻게든 그녀를 따러가려고


필사적으로 괴수와 싸움.





원래 같았으면 처음으로 목숨의 쟁탈전을


벌이는 거라 움츠러들고 사망할 확률도 높았는데,



그녀에게만큼은 절대로 꼴사나운 모습은


보이기 싫다는 일념 하나였던지라 공포도 잊어버림 .




역시 그녀는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마이페이스로 괴수를 배제할 뿐이었지만,


그래도 난 성공적으로 첫 작전을 성공시키게 됨.





그 후로는 계속 그녀의 페어가 되어서 임무에 투입됨.








하지만 어느 날 그녀가 부상을 입고


체력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강한 괴수와


맞닥뜨리게 되어 답이 없는 상황이 됨.




그 괴수는 막을 수 없는 일격을 그녀에게 날렸고,


그녀는 체념하고 눈을 감는데


내가 그때 뛰어 들어와서 그 공격을 되받아침.





"뭐, 뭐하는 거야 이 바보야...어서 가!!




그녀는 도대체 내가 왜 도망 안 간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외침.




"바보는 너잖아 이 멍청아!!! 뭘 멋대로 포기하고 지랄이야!!!"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계속 괴수에게 덤벼들지만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해서 계속 치여서 날아감.




흐르는 빨간 피가 내 시야를 가리고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든 일어나서 싸움.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네가 상대가 될 리가 없잖아! "



"그래서 어쩌라고."


"뭐?!"


"무슨 일 있어도 널 죽게 놔두지 않아!! 우린 페어잖아!!!!"



그러자 마치 있을 수 없는 것을 본 것처럼,


눈을 부릅 뜨고 날 바라보는 그녀.



"...너...이상해."




그리고 그때 기적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해방되어서


나는 그 강력한 괴수를 죽여버리는 데 성공하고,


그대로 기절해버림.









눈을 뜨니까 보이는 건 낯선 실내의 천장.


나는 기지의 의무실 침대 위였고, 그 옆에 의자에 앉아


날 내려다보고 있는 건 나와 페어인 그녀.





"아, 눈 떴네"



어딘가 안심하는듯한 어조.



"어? 너는..."



설마 그녀가 나를 걱정해서 그동안 나를 간호했던 걸까.


그리고 뭔가 태도가 평상시랑 조금 다르게 부드러운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그녀는 내 시선을 휙 피하더니.



"차, 착각하지 마. 그냥 네가 날 구해놓고 그대로 죽어버리면 찝찝해서 그런거 뿐이니까..."



"그렇구나. 하하"



"머리라도 다친거야? 뭐가 그렇게 재밌는데?"



"아니 그냥...아무것도 아니야."



"하아 진짜 이상해.


"미안."


"...그래도 뭐, 어쨋든 그...


"응?"


"도와준건...고마워...그럼 쉬어."



그 말을 끝으로 마치 도망가듯 방에서 나가는 그녀였다.







이때부터 그녀와 나는 조금 더 대화를 자주 하게 되고


페어로서의 연계도 좋아지기 시작함.






그렇게 몇 년 동안 같이 싸우다 보니까


서서히 둘은 거리가 좁혀지고,


그녀는 어느새 완전히 나한테 마음을


열어버리게 되는 거지.





예전에는 임무 투입되기 전에는 꼭


"방해되지 마. 그리고 알아서 살아남아 "


라고 말했었는데




이제는 방긋 웃으면서


"이번에도 잘 부탁해, 파트너! "






내가 조금이라도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면


원래는 마치 벌레를 보는듯한 눈으로.




"약해. 이럴 거면 기사 그만둬."


이렇게 말하던 그녀였지만.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그리고 어느 날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강한 괴수와 빈사 상태가 될 때까지


싸우게 되었는데, 내가 눈 뜨자마자








그녀는 나에게 뛰어들어 끌어안으면서


"아..다행이야...살아서 다행이야..."


하면서 펑펑 우는 거임.






이 정도로 그녀가 나한테 애정을 갖게 된 거고,


결국 우리는 그날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연인이 됨.









그렇게 또 몇 년이 지나,


우리가 성인이 될 때 쯤 되니까


나랑 내 여자친구는 기사단의 비장의 무기이자,


인류의 최고 전력 중 하나가 되어버림.




둘이서 페어가 되어 명령을 받고 우주를 돌며


괴수로부터 행성을 탈환하거나,


침공을 저지하는 작전에 자주 투입됨.






아군이 괴수에게 종이처럼 찢겨나가는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가혹한 전장.




가면 갈수록 괴수들은 강해지고 지능도 높아지고


인류는 계속해서 소모가 늘어나고 피폐해져 감.




그러나 나와 내 여자친구는 기사단에 속해있긴 해도


딱히 기사단에 대한 충성심 같은 건 없음.




그런데도 우리 둘이 잠자코 기사단의


명령대로 움직이며


그런 위험천만한 전장에 나서는 이유.




처음에는 둘 다 별생각이 없었지.


나야 뭐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영문도 모른 채


기사단에 입단하게 된 거였고,


그녀도 그냥 어릴 때부터 기사 간부 딸로


자라온 것 뿐이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라짐.




우리 둘이 나서지 않으면 인류가 망하니까.


그리고 인류가 망하면


우리 둘이 함께 살아갈 곳이 없어서.




거창한 대의명분이니, 인륜이니,


기사단에 대한 충성이니,


그딴 것과는 관계없이


전장에서 서로의 목숨을 지켜줘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 뿐이었음.




아군의 목숨,


혹은 하나의 행성에 살고 있는


수천만 수억 명의 목숨 VS


옆에서 함께 싸우는 자기 연인의 목숨




이렇게 저울질한다면


비교할 가치도 없이 서로를 고를 정도로


나에겐 그 무엇보다 소중한 건 그녀이고


그녀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건 나임.







어느 날, 괴수들이 태어나는 별 중 하나.


퀸이 있는 하이브를 공략하는


거대한 작전에 투입됨.










하지만 작전 중에 이제껏 만난 적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괴수의 상위 개체와 만나게 되었고


결국 싸우던 와중에 그녀가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어버리게 됨.






나는 얼굴이 새파래져서 곧바로 그녀를 안고


필사적으로 기지로 도망쳐왔고,


침상에 누워 있는 그녀 옆에서 한시 코도


떨어지지 않고 눈뜨기만을 기도함.





다행히 부상이 그렇게 심하진 않았는지,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눈을 뜨게 되었는데


나는 그때 감정에 너무 북받쳐 오르게 된 거임.





필사적으로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걸 참으며 말했어.




"있잖아... 내 부탁 하나 들어줬으면 해."


"응?"



어딘가 기존과는 다른,


평상시의 차분한 나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흔들리는 나의


분위기에 불암감을 느끼는 그녀.






"너 이번 작전에서 빠져. 그리고...기사 그만둬주라"




"뭐...?"



청천벽력과도 같은 그 말에 귀를 의심하는 그녀였다.




"그치만 우리...페어잖아..."



"우리 페어 이제 그만하자. 내가 네 몫까지 싸울게."





얼굴에 핏기가 가시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뻐끔거리는 그녀.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아?"




이윽고 이슬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역시 내가 못 미더워서 그런 거지? 내가 약해서,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 나한테 정 떨어진 거야..."




그녀는 커다란 착각에 빠져버린 모양.




"...미안해...진짜 너무 미안해..."




그러고 내 손목을 꽉 쥐고서는 마치


매달리는 아이처럼 호소하기 시작한다.





"나 있잖아!! 더 강해질게. 꼭 더 강해져서...


절대 다시는 네 방해가 되지 않을게. 응?


아까처럼 강한 괴수랑 만나게 돼도


끄떡 없을 정도로 강해질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버리지 말아줘...옆에 있게 해줘..."





더 이상 이런 그녀를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나는 신음 섞인 한숨을 흘리며 강하게 고개를 젓는다.





"그런게 아니야 이 바보야..."




그녀를 덥석 껴안고선.




"이제와서 방해고 뭐고 그딴건 아무 상관없잖아."



"...그러면?"




"난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건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서 그래. 그만큼 네가 소중하니까."




"아..."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야."





나는 가까스로 그 말을 짜냈다.












"...나보다 늦게 죽어주라."



"..."






"한참은 더 나보다 오래 살아줘."



"..."



영원과도 같은 몇 초.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미안, 그건 안될 것 같아."




"...왜야."



내가 바라지 않는 그 대답에 낙담해버리고 만다.




"네가 죽으면."




눈물로 젖은 눈에 다시금 강한 의지를 담는 그녀.






"나도 죽을 거니까"



"뭐?"



상상도 못 한 대답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나.




"나한테는 이제 너밖에 없어서"



그리고 그런 나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하는 그녀.




"갑자기 네가 전장에서 죽고, 나 혼자 너 없이 살아가라고 해봤자 어쩔 도리가 없는걸...응 그건 무리겠다. 못해, 미안."




"난 괴수한테 안 죽어!! 난 강하니까...이젠 너보다도."





"으...분하지만 네가 조금 더 강하다는 건 인정할게"




"빌어먹을 괴수 새끼들은 내가 알아서 할게. 넌 안전한 곳에서 기다려. 솔직히 너도 무서울 거 아니야 저딴거랑 싸우는 거"



나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설득하려 한다.




"뭐, 가끔은... 나도 괴수가 무서울 때가 있기는 해.



"그렇지? 그러니까 - "



"그치만 그거랑은 비교도 안될 만큼 무서운 게 뭔지 알아?"





"..?"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네가 혼자 싸우는 거.


그 공포에 비하면 괴수랑 싸우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이미 그녀는 자신 안에서 답을 정했다.



"그니까 나도 싸울 거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와 너 둘이 한 페어가 되어서. 널 지킬 거야."







결국 어느 정도 회복한 그녀와 함께


다시 전선으로 나아가게 되었고.


지금까지 싸워온 그 어느 전장보다도 많은 죽음을


흩뿌리는 치열하고 긴 싸움을 펼침.




그 상위 개체는 우리 둘이서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 물리쳤고,


인류는 그 별의 해방을 기적적으로 성공시키게 됨.











그리고 연이은 전투로 피로하고 상처투성이인 우리 둘은


이동하는 군용 트럭의 뒤에


붙어 앉아 서로에게 기댄 채로 잠에 드는거지.


다음 전장으로 다시 향하기 전의


일시적인 평화를 만끽하면서.










대충 이런 상황을 겪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