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갈림길에 서있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구악을 일소하고 세상을 다시 세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원히 범죄와 폭력에 짓밟혀 신음하는 것이다.









앞서 나는 이번 게이트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게이트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정치와 범죄가 한 몸이 되어 금융을 통해 주류경제 편입에 성공하여 거대한 세력이 되었기 때문이고,



지난 근 십 년 간의 전례없는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자본시장의 폭발적 성장, 그리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검은돈 세탁과 양지화를 가능케 한 코인의 등장 때문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이 나라 정치권의 부패 게이트를 발본색원하지 못해 축적되어 온 세력과 검은돈이 이 나라의 근간에 뿌리내려 안착했기 때문이다.



즉, 이번 게이트는 과거 모든 게이트의 연장선이다.









벌써부터 국민들 사이에서 너무 게이트의 규모가 크다, 연루된 사람이 많다, 정치권이 연루되어 있으면 버닝썬처럼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자조적인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도 버닝썬처럼 끝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이번 게이트를 발본색원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이번 게이트가 버닝썬처럼 시선 돌리기로 무마된다면, 그것은 곧 6공화국의 확정적 종말을 의미한다.



이번 게이트는 이 나라를 지배하는 정치권과 검은돈의 완전한 유착을 증명하며, 이 불결한 혼인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말한다.



“정치가 묻으면 재미가 없다, 정치가 여기에 왜 끼냐”



분명 여당과 야당 지지자들이 또 다시 난입하여 불길이 상대 진영으로 향하도록 본질을 호도하고 손가락질하는 모습은 꼴보기 싫은 것이 사실이다.



또 정치권이 오랜 기간 우리 국민에게 반복적인 깊은 실망과 좌절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온라인에서 열성으로 자신의 당을 지지하며 이 모든 부패의 원인을 상대 당에게 돌리고,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총선에서 뽑게 된다면 나라가 다시 바로 설 수 있다는 뻔한 거짓말을 하는 양치기 소년들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각 당의 지지자들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은 카메라 앞에서 목청 높여 소리지르고 싸우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서로 형동생 하며 물고 빠는 끈적한 관계라는 점을 말이다.



내가 말했듯, 지금까지 여당과 야당이 번갈아 집권했음에도 나라가 이 지경으로 썩은 것은 이들이 한 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는 삶의 연장이다.



또 정치는 곧 이 나라의 질서다.



세상이 왜 무너져내리는가에 대한 질문에 정치를 제외하고 답할 수 없다.



정치란 양당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정치권의 일관된 저급한 모습 때문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정치를 외면하게 된다면 그 공백을 범죄집단과 검은돈이 장악하게 된다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또 말한다. “검찰과 금감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



검찰과 금감원 위에는 정치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결탁한 대형 게이트를 담당하던 중수부가 폐지되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금융범죄 수사를 담당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되고,

수사권이 조정되는 현실에서 알 수 있듯이,



검찰 위에는 정치가 있다.









그렇다면 왜 과거에는 검찰이 정치권에 칼날을 겨눌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해졌는가?



왜 과거에는 전국민을 열광케 한 모래시계 검사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불가능해졌는가?



검찰이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가능케 했던 정치적 자산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검찰의 정치적 자산이란 부패 척결에 대한 국민의 열망, 또 검찰이라는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그리고 법치를 존중하는 정치권의 합의를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해지기만 하는 국회의 독주에서 보듯,



우리는 국가권력 분배가 삼권분립으로 이뤄진다고 배워왔고 그렇게 알고 있지만,



삼권분립은 오래 전에 무너졌고 이 나라는 국회가 왕을 참칭하며 군림하려고 드는 국회 독재 국가가 됐다.



실질적 내각제 국가가 됐다.



몇 년 내로 대대손손 권력을 상속할 수 있는 내각제 개헌이 제시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6공화국 헌법은 5년 단임제를 택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설계다.



5년 단임제가 실질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5년마다 행정부 최고권력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렇다.



왜 5년마다 바뀌는가?



바로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심리 때문이다.



대통령은 나라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



기본적으로 국정의 실권을 행사하며 동시에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한 대통령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 때문에 국민들은 다음 선거 때 반대 진영의 후보를 뽑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 검찰은 비록 헌법이 명시적으로 부여한 역할은 아니지만, 이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6공화국 체제의 균형을 잡고 부패를 견제하며 국회의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기 때문에, 정권의 힘이 빠지는 정권 후반부에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여 눈에 보이는 부패는 척결해왔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임기 말에는 대통령과 관련된 부패 범죄를 수사하여 엄단해왔고, 이러한 부패에는 항상 국회와 정치권이 연루되어 있기에 이들도 함께 단죄하려고 노력해왔다.



국회의원 대부분이 연루됐던 박연차 게이트가 한 예시다.









이렇게 5년마다 나라가 뒤집어지고 처벌 받던 국회, 그리고 여당과 야당은 어느 순간 이러한 생각을 한 듯 하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상대방에게 칼을 겨눌 필요가 있을까



결국 또 다시 정권이 교체되면 언젠가 그 칼은 나를 겨누게 될 텐데?



그리하여 이들은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 몸이 되자”



“칼을 없애자”









박근혜 대통령은 부산의 토착세력이 모두 가담한 엘시티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엄정 수사를 지시했고,



그러자 당시 여당의 김무성은 “엘시티 수사지시 옳지 못하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야당의 문재인 역시 강력하게 반발한다.



그리고 수사를 지시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박 대통령 탄핵의 중심이 되는 문제의 태블릿이 모종의 경로로 중앙일보 홍석현이 소유한 JTBC에 입수되어 최초로 보도된다.









탄핵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당위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또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다고 해서 탄핵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탄핵은 주류언론의 집중적인 여론 조성과 선동, 국회의 탄핵안 가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정치권이 기획하고 의도하고 행동해야 된다.



다시 한 번 대통령 관련 혐의가 반드시 탄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통령 관련 혐의가 반드시 탄핵으로 이어진다면, 모든 대통령이 탄핵되었어야 하지 않겠는가









탄핵을 왜 거론하는가



탄핵의 의의는 이것이다.



6공화국의 전면적 붕괴를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옳지 못했다.



탄핵으로부터 7년차에 접어드는 지금, 그 사실은 더욱 명백하다.



앞서 말했듯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는 무척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고, 탄핵 이후 전국민이 7년 동안 지켜본 국가 시스템의 붕괴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왜 탄핵 이후 대형 게이트가 일상이 되고 국가가 붕괴하는가?



질서가 사라진 것이다.



무고한 대통령을 정치권이 살해한 것이다.









정치권의 기획 하에 언론은 모두 가담하여 여론몰이와 선동을 했고,



국회는 여당과 야당이 야합하여 탄핵을 결의했으며,



사법부는 그 어떠한 견제도 하지 못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도 정치권은 비슷한 시도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때는 헌법질서가 제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를 했던 자들, 노무현을 손가락질하고 욕하고 탄핵했던 자들은 노무현을 제물로 삼아 박연차 게이트로부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정치권의 기획과 야합에 따른 무고한 대통령의 탄핵은 곧 6공화국의 근간이 되는 헌법질서와 삼권분립의 전면적 붕괴를 의미한다.



권력의 균형과 견제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당과 야당, 언론이 이권을 두고 야합했다는 말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정치권의 불결한 혼인의 시작점이 바로 탄핵이라는 말이다.



정치권의 손에는 이들이 살해한 무고한 대통령, 그리고 6공화국의 피가 묻어있다.









지난 한 달 간 언론을 지켜보니, 초록뱀게이트와 코인게이트에 대한 피상적인 얕은 보도, 그리고 유튜버와 연예인에 대한 시선 돌리기식 보도만 이뤄진다.



유튜브와 인터넷을 통해 전국민이 주목하고 있지만 언론은 본질을 보도하지 않는다.



버닝썬 때와 양상이 비슷하다.



많은 분들이 예상했던 대로다.



은현장으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난 이번 게이트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게이트다.



그러나 이미 국가기관은 정치권에 의해 거세된지 오래고,



박연차 게이트부터 엘시티 게이트, 버닝썬 게이트, 부산저축은행,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사태의 무마로 인해 우리 사회에는 학습된 무기력이 팽배하다.



나 역시 이번 게이트는 발본색원될 것이고 다시 우리 사회에 정의가 확립되고 정직한 노동의 숭고함이 존중 받게 되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찬 말을 하고 싶지만,



그 말은 거짓말이다.



이번 서사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 결말은 다시 한 번 만천하에 대한민국과 6공화국의 죽음을 선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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