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첫 선을 보인 KBS2 드라마 <장사의 신-객주 2015>(이하 <객주>)는 김주영 작가의 소설 <객주>를 지금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다. 구한말 격동기 시대의 정의로운 상인 천봉삼을 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변주했을까. 기대감이 들었다.

<객주>는 청나라와의 무역이 열리며 포부를 가지고 길을 떠나는 천가 객주의 장정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길을 떠나기도 전에 천가 객주는 개성 유수에게 발목 잡힌다. 느닷없이 술을 강권하는 유수는 어느 틈에 수도 한양으로 달려와 육의전 행수에게 아양을 떤다. 정경유착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경제 권력에 빌붙는 정치권력의 모습을 그리며 2015년의 대한민국을 포착했다. 강력한 재벌 사회와 그에 눌리는 힘없는 서민 경제를 말이다.

험난한 경제 정의, 과연 이뤄질까

이런 비굴한 현실에서 드라마가 지향하고 있는 바는 어떤 것일까? 모처럼 열린 책문을 향한 길은 험난하다. 개성 유수의 협박을 아들 천봉삼(장혁 분)의 기지로 넘기고 길을 떠난 천가 객주의 길을 장마로 허물어진 길이 막아선다. 이 과정에서 객주 천오수(김승수 분)는 목숨을 잃을 위기를 맞기도 한다. 그의 목숨을 구한 것은 송파 마방의 조성준(김명수 분)이다.

소가죽 밀거래를 위해 책문으로 떠났던 조성준은 목숨 값으로 자신들과 함께 밀거래를 할 것을 제의한다. 그 제의에 환전 객주 김학준(김학철 분)에게 빌린 돈으로 인해 고통을 받던 천오수의 의형 길상문(이원종 분)은 흔들린다. 하지만 길상문의 회유에도 천오수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밀거래로 인한 이익이 탐나지만, 그걸 취하면 더 이상 다리품을 팔아 물건을 팔러 다니는 객주로서의 일을 계속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첫 회부터 드라마는 장사의 도를 지키려는 천오수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조성준, 김학준 등을 대비시켜 진짜 돈 버는 법에 대해 논했다. 드라마 공식 소개란에 천봉삼을 '정경유착 재벌에 항거하는 700만 자영업자의 대표'로 설정했듯 드라마는 제대로 돈 버는 게 무엇인지 말하고자 하려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대표로 그려진 객주의 길은 험난하다. 천봉삼의 아버지는 오늘날 금융권을 상징하는 환전 객주의 빛 독촉에 시달린다. 심지어 환전 객주는 천가 객주의 흑충(말린 해삼)을 미리 사들여 값을 떨어뜨리는 등 천가 객주를 위기로 몬다. 흡사 골목 상권을 차지한 오늘날 재벌들의 행태와도 흡사하다. 2015년 대한민국 재벌이 그러하듯 돈을 위해서는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정의인 양 행동한다.

드라마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조명하는 의도는 최근 KBS2 수목 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는 공통적 코드기도 하다. 비록 시청률은 낮았지만 드라마 <어셈블리>는 강직한 울림으로 '참정치'에 대한 갈망을 되살려 주었다. 그 전작 <복면 검사> 역시 권력과 돈의 시녀가 된 법의 세계에서 얼굴을 가린 채 정의를 부르짖는 젊은 검사를 통해 대한민국 사법 정의 실현 가능성을 말했다.

<객주>를 통해서는 경제 정의를 말하고자 한다. 경제 정의 실현은 사실 정치 혐오주의 타파보다 더 어려운 과제다. 돈 놓고 돈 먹는 게 당연시 되는 요즘 가진 자들에 대한 조롱이에 과연 시청자들이 귀를 기울일까. 과연 '참되게 돈 버는 방식을 보이겠다'는 야심찬 의도가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진행될지... 일단 애정을 갖고 지켜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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