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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말하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 부품이니만큼 가격이 파운드리보다 훨씬 더 중요함. 때문에 비용이 비싼 미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훨씬 더 적합하지 않음. 그러다 보니 하닉도 미국 오리건에서 디램 FAB을 철수시켰고, 심지어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도 미국에 제조 FAB이 없고 대만/일본/싱가폴에 제조 FAB이 있음.

그렇게 보면 최근에 미국 정부가 마이크론에 보조금을 엄청 퍼 줘서 뉴욕주에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돈 많이 지원해줄 테니 더 이상 비용 싸다고 외국에만 메모리 공장 짓지 마라)하게 했는데, 이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내수 자급을 위한 생산 라인 구축(현재 미국 내 메모리 CAPA 0)이지, 삼전과 하닉을 밀어 내고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1등을 먹겠다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임.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은 메모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가 경쟁력에서 매우 열세일 뿐더러, 제조 엔지니어 인력 역시 충분하지 않음. 그리고 투자규모 역시 열세임. 마이크론이 뉴욕주에 투자하는 금액이 20년 동안 1000억 달러(약 130조 원) 수준임. 그런데 삼전과 하닉은 향후 20년 동안 한 1200조 원 정도를 국내에 투자할 텐데 그 대부분이 메모리 CAPEX임. 대규모 보조금이 없는 이상 메모리 회사들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요인이 거의 없음.

그래서 PC, 스마트폰 등 가격이 가장 중요한 범용 메모리는 굳이 미국이 자국에 공장을 지어달라고 강요할 것 같지는 않음. 더구나 파운드리와는 달리 메모리 선단공정은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 역시 잘 하는데 굳이 한국 기업들에서 기술력을 빼먹을 게 있나 싶음.

그 대신 HBM처럼 인공지능 AI, 챗GPT 등 초고성능 컴퓨팅을 위한 초고성능 메모리는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할 것 같음.

요새 더더욱 느끼는 건데 미래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에서 HBM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필수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임. HBM을 꽂는 순간 컴퓨팅의 Level이 아예 차원이 달라짐. 컴퓨팅의 병목 구간은 CPU가 아니라 메인 메모리에서 가장 크거든. 첨부 1에 나온 컴퓨팅 계층구조에서 레지스터(CPU)의 연산 속도를 1이라고 하면, 메인 메모리인 디램은 그 속도가 200배 이상 느림.

그러니까 저 병목 구간을 해결하려면 HBM만이 유일한 해결책임. 그리고 HPC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로직 반도체인 CPU, GPU, TPU, ASIC 등등이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워도 그 무엇이 이기든 무조건 HBM을 메모리로 탑재할 수밖에 없음. HBM 제조 업체들은 어떤 경우에든 꿀을 빠는 상황임.

이제 HBM은 범용 메모리 따위가 아니라 미래 기술 경쟁에서 필수불가결한 일종의 전략 물자가 되었음. 지금 미국이 중국에 메모리 수출을 막지는 못 하는데, 왜냐하면 메모리는 석유와 같은 수준의 가장 중요한 범용 공산품이라서 대중국 수출을 막는 순간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멈춰 버리고, 그러는 순간 전 세계 경제 역시 나락으로 가버리기 때문임. 그런데 미국이 딱 하나 막는 게 있는데 그게 바로 HBM임.

첨부 2에 나온 것처럼 미국이 작년 말부터 중국에 AI 연산에 필요한 초고성능 GPU 수출을 막고 있는데, 거기 들어가는 HBM 수출도 같이 막고 있음. 그 정도로 HBM이 미래기술 경쟁력에 중요한 전략 물자라는 뜻임. 여담으로 이때 중국 GPU 개발 업체들이 수입 중단을 먹기 전 HBM을 싹쓸이해 가서 꽤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음.

여튼 이렇게 중요한 HBM을 지금 삼전과 하닉이 독점하고 있음. 한국 반도체의 최고 수준 전략물자이자 필살기임. 마이크론은 감히 범접조차 못 함. 여기에서 특히 하닉의 기술력이 가장 뛰어남. 삼전은 HBM-PIM으로 AMD GPU에, 하닉은 HBM3로 엔비디아 GPU에 독점 공급중인데 마이크론은 GDDR만 물고 빨다가 HBM 진입 타이밍을 완전히 놓침. 메이저 고객사들에서 아무도 안 사감. 얼마 전 현업 이야기 들어보니 최소 3년 이상 경쟁력 격차가 벌어졌다던데 ㅋㅋㅋㅋㅋㅋ

그러다 보니 미국은 HBM 제조를 미국에서 하도록 삼전과 하닉에 압박을 넣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함. 첨부 3에서 미국이 의미하는 고급 컴퓨팅을 위한 고용량 최첨단 디램은 당연히 HBM밖에 없고, 거기에서 삼전과 하닉은 그 누구도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거든. 여기에는 진짜 한국인으로서 크게 자부심을 가져도 됨. 막말로 삼전과 하닉의 HBM이 없다면 더 이상의 컴퓨팅 발전은 힘들다고 생각함. 당연히 저 두 회사의 HBM 제조 라인을 미국 내에 두려고 할 수밖에 없음.

더불어 삼전과 하닉 입장에서도 미국에 HBM 제조 라인을 지어서 얻는 이득 역시 있긴 함.

첫 번째로 미국은 앞으로 HBM의 최대 수요처가 될 것이니 시장 근처에 공장을 짓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함. 현재 중국이 범용 메모리 최대 수요처이니 중국에 메모리 공장 지었던 것처럼 말이지. 그리고 일반 범용 메모리가 아니라서 가격보다는 퍼포먼스가 최우선이고, 때문에 미국의 비싼 제조비용에 덜 민감함.

두 번째로 지난 글에서 Mother FAB과 Child FAB 개념에 대해 설명했고, 미국의 메모리 FAB 역시 선단공정 적용이 늦는 Child FAB일 수밖에 없음. 그런데 HBM 생산에는 선단공정이 필요 없음. 원래 서버향 메모리는 선단공정으로 생산하지 않음. 서버향 메모리는 신뢰성과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데, 아직 수율이나 양산 안정화가 덜 된 선단공정은 그게 떨어지기 때문임. 그래서 선단공정으로는 신뢰성이 덜 중요한 PC, 모바일향 메모리를 생산하다가, 공정이 안정화된 이후 서버향 메모리를 생산함.

HBM은 일반 서버향 메모리보다도 신뢰성과 안정성이 훨씬 더 중요해서 준-레가시 공정으로 생산함. 지금 디램 주력 선단공정이 14나노(1αnm)인데 HBM은 그 이전인 15/16나노(1z/1ynm) 공정으로 생산함. 이미 서버향 디램도 EUV 적용한 14나노 공정으로 대량 생산하고 있는데 말이지. 그래서 HBM은 미국 Child FAB에서 생산하기가 훨씬 더 쉬움. 선단공정이 필요 없으니까. 여담으로 이 때문에 지금 같은 다운턴에서 디램 업체들이 HBM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데, 이제는 적자만 나는 레가시 공정으로 엄청나게 이익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어서 일석이조이기 때문임.

세 번째는 HBM은 파운드리처럼 일종의 고객사 맞춤형 반도체라서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GPU 팹리스(AMD, 엔비디아) 회사들과 훨씬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만 함. HBM을 파운드리 라인으로 보내서 첨부 4처럼 GPU 칩 위에 SoC로 실장하고, 그걸 패키징하고 테스트해서 최종 완제품으로 만드는 구조임. 팹리스 회사들이 있는 미국에 HBM 제조 및 연구소가 같이 있는게 당연히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음. 그래서 하닉도 미국 텍사스에 FAB은 아닐지라도 HBM 패키징 라인과 연구소를 지으려는 것으로 알고 있음.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HBM 제작에 파운드리 선단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임. 첨부 4에서 HBM은 메모리 셀 부분(DRAM Die)과 회로 부분(Logic Die)이 있는데, 이걸 따로따로 웨이퍼를 만들어서 패키징 라인에서 위아래로 합친 후 TSV 공정으로 구멍을 뚫어 연결함. 그런데 HBM 회로 부분은 초고속/초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3~5나노급의 파운드리 선단공정으로 생산해야 할 것으로 보임. 마치 지금 CIS 고화소 제품(예컨대 삼전 아이소셀)은 회로 부분을 파운드리 외주 맡겨서 핀펫 트랜지스터 구조를 적용하거나 그러는 것처럼 말이지.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GPU를 만드는 파운드리 선단공정 라인에서 HBM 제조도 일부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 CHIPS Act 세부 지침에 따라 초고성능 GPU는 미국 내 파운드리 라인에서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 HBM을 제조하는 메모리 FAB도 같이 세우는 게 비용 측면에서 나을 것으로 보임. 특히 삼전은 향후 테일러에 반도체 FAB을 여러 개 지을텐데, 거기에 메모리 FAB도 지어서 HBM 메모리부터 GPU 파운드리까지 그 모든 GPU 제조 과정을 테일러에서 원큐에 하는 게 낫겠지.

그런데 미국에 HBM 공장을 지으면 이런 장점들이 있다 쳐도 결국 미국은 한국의 HBM 기술력을 흡수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임. 솔직히 말하면 이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함. 좀 희망회로 돌리면 충분히 감당 가능한 피해라고 생각하거든.

지금 미국이 반도체에서 하려는 행동은 반도체의 모든 것을 독차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것으로 보임. 국가 안보를 위해 말이지. 이 둘은 큰 차이가 있음. 미국은 자기가 부족한 점을 얻기만 한다면(국가 안보를 위해 미국 내에서 자급자족할 수준에 도달한다면) 남은 걸 굳이 다 빼앗지는 않기 때문임. 타노스의 인피니티 스톤하고 똑같음. 현재 우주(미국)에서 인피니티 스톤 6종류를 다 모아서 인피니티 건틀렛을 완성한다면 다른 멀티버스 우주에 있는 스톤은 건들지 않는 것이지. 그런데 짱깨는 다른 우주의 스톤까지도 다 쳐먹으려는 개새끼들이고.

최근에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의 반도체 보조금 법안 관련 강연에 대해 한국 언론사에서 "미국을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만들겠다."라고 번역해서 큰 이슈가 되었는데, 해당 강연 전문을 영어 원어로 다 들어본 사람 입장에서 보면 미국을 반도체 원료 생산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모든 반도체 제조 밸류 체인을 타국에 의존하지 않고 원큐에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한 것으로 해석됨. 모든 최첨단 반도체를 자기가 다 생산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보면 지금 미국이 반도체 제조 밸류 체인에서 가장 부족한 게 파운드리/메모리 제조 라인, 파운드리 선단공정 기술력, 그리고 초고성능 메모리(HBM) 기술력임. 파운드리 제조 라인은 외국 기업들은 삼전과 TSMC를 압박해서, 자국 기업으로는 인텔을 대대적으로 지원해서 대규모 파운드리 제조 라인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음. 메모리는 마이크론에 돈을 퍼 줘서 뉴욕 주에 대규모 제조 라인을 건설하려고 함. 그리고 파운드리 선단공정 기술력은 특히 TSMC에서 뜯어내서 인텔에 넘겨 주겠지. HBM도 비슷한 수순을 겪을 것임.

그런데 TSMC는 파운드리 선단공정 기술력과 제조라인을 미국 기업들에게 양보하지 않고 독점했기 때문에 모난 돌이 되어 미국에 개같이 쳐맞고 있다고 생각함. 라몬도 장관이 “미국은 최첨단 칩의 92%를 대만 회사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취약점이다.”라고 대놓고 저격했듯 TSMC는 파운드리 선단공정의 거의 90%를 독점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만약 인텔이 파운드리 선단공정에서 메모리에서의 마이크론만큼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면 TSMC의 점유율은 거의 30% 이상 날아갈 것으로 보임. 망하지는 않겠지만 엄청난 타격을 입는 것임. 그리고 다른 나라도 아닌 천조국은 그렇게 시장 구도를 재편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메모리는 마이크론이 있기 때문에 한국 회사들이 미국으로부터 훨씬 견제를 덜 받는다고 생각함. 결국 마이크론의 지분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 줘야만 한국 메모리가 역설적으로 안전할 수 있음. HBM도 마찬가지임. 양보해야만 안전해짐. 더 길게, 더 넓게 봐야만 함.

또한 결정적으로 미국은 중국이라는 인간 백정 개깡패한테서 한국 메모리를 지켜 주는 좀 더 착한(?) 깡패이기 때문에, 일부 보호비를 좀 뜯긴다고 해도 무조건 미국 편에 서는 게 맞다고 생각함. 중국이라는 개깡패한테 물어줄 깽값을 생각하면 메모리에서의 일부 기술력과 지분을 미국한테 보호비로 좀 뜯겨도 훨씬 더 이득이라고 생각함. 미국한테 보호비 좀 뜯겨도 메모리 산업 지분의 70%를 지키느냐? vs. 중국이라는 개깡패한테 메모리 지분을 다 털리느냐? 하면 당연히 선택은 전자라고 생각함.

PS. 내가 글에서 인용한 러몬도 장관의 발언은 전부 다 지난 2월 23일의 조지타운 대학교 강연에서 나온 것들임. 밑에 링크를 걸어 둠. 영어 원문으로 1시간 짜리 강연인데, 전달력이 좋고 어휘가 그리 어렵지 않아서 영어 좀만 하면 충분히 들을 만 함.

https://youtube.com/v/ROfq4KFViNg

Feb 23rd 2023: The CHIPS Act and a Long-term Vision for America’s Technological Leadership.”I'm reposting this public speech because it is important. U.S. Secretary of Commerce Gina Raimondo delivers a speech titled “The CHIPS Act and a Long-term Vi...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