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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웅 라이징

'치르르륵~'



먹기좋게 다져진 고기덩이들이 부엌에서 튀겨지며 시끄러운 소리와 끈적한 기름을 사방으로 튕기고 있었다.

그 고기덩이들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 구역질을 하게 될것이다. 그것은 인육. 사람고기였다. 철웅씨는 이따금씩 거리에서 희생자를 찾아내 그것의 고기를 발려먹는것을 즐겨했다

보통 사람들이 그런 내용을 알고 고기덩이들이 튀겨지는 소리를 들을라 치면  소리가 마치 그 살덩이들의 원래 주인들이 저승에서 비명을 외치는듯 하여 귀를 막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철웅씨는 그의 집 부엌 한 가운데서 묵묵히 고기를 튀겨내고 있을 뿐이었다.

철웅씨는 인육을 즐긴다. 원래는 주로 그냥 육회나 구워먹었지만 언젠가 재미삼아 한 손정도 고기들을 튀겨 먹어 봤는데 그게 입맛에 썩 맞은 뒤로는, 구해온 고기들을 대부분 튀겨서 먹고있다.

게다가 회로 먹을땐 병균이라던가 찝찝함이 없잖아 있기도 했고, 고기를 오래 두고 먹을 수도 없었다.(한번 작업한 후에 나온 고기덩이들은 하루이틀에 먹어치울 양이 아니었다) 또 구워서 먹는 방법도 고기를 오래동안 저장해 두면 맛이 매우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처럼 튀긴다음 각종 양념을 발라 먹는 방식이라면 고기를 오래 저장해서 고기의 질이 떨어저도 그럭저럭 먹을만 했던 것이었다. 이런저런 이유가 맞물려 철웅씨의 매 저녁상엔 튀긴 고기종류가 올라오게 되었다.

철웅씨는 그 튀긴 고기들에 탕수육 소스를 부어먹기를 즐긴다. 아마 그의 고향 중국에대한 향수와 관련이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탕수육을 즐기는 철웅씨는
역설적이게도 그의 고향을 격하게 부정한다
아마도 그에게 중국은 너무나 괴로운 굶주림과 가난의 기억들이 맞물려있는 장소였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철웅씨는 그렇게  배고픔에 쫓겨 외국행 배에 몰래 몸을 숨기게 되었고 그렇게 이곳 한국에 도착 하게 된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한국나이로 18세 아직 ,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을 어린 나이었다.

청소년 철웅씨에게 한국은 그야말로 유토피아었다 이곳은 그의 고향과 비교하면 너무 풍족해 보이는 곳 이었다. 그의 삶을 위협하던 기아는 이곳에선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듯 하였다.

철웅은 그런 한국에 한눈에 반하게 되었다. 철웅씨가 그의 고향 정체성을 애써 부정하는건 바로 그때부터였다.

철웅씨가 한국에서 근근히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 몸을쓰는 일들이라 쉽진 않았지만, 그의 고향에선 죽을동 살동 일해도 하루 먹고살기 힘들었던 기억에 비하면 철웅씨에게 한국에서의 생활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물질적으론 만족스러웠지만, 한국생활을 하면서 철웅씨의 일상을 새롭게 괴롭히는 요소가 생겼다. 바로 조선족에 대한 차별의 눈초리였다. 언젠가는 철웅씨는 도살장에서 동물들을 거세하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일하면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물들을 괴롭히는 일은 그 당시 철웅씨의 성격과는 맞지 않았었고, 결국 철웅씨는 이리 저리 내빼기 바빳는데 그게 사장 눈 밖에 난 모양이었다.
사장은 평소에도 조선족 조선족 하면서 철웅씨를 상당히 하대하곤 했다.
거기다 이따금씩 뉴스로 조선족관련 범죄 보도라도 뜨는 날에는 철웅씨는 하루종일 알지도 못하는 자에 대한 욕을 동족이란 혐의 만으로 대신 들어줘야 했던 것이다. 위에서 밝혔지만 심지어 철웅씨는 중국 정체성을 부정하런 터라 이런 상황은 철웅씨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이때부터 철웅씨는 한국인들에 대해 분노와 한편, 한국인의 울타리에 속해있는 그들에 대한 시기심을 조금씩 키워왔다

철웅씨는 인터넷하기를 매우 좋아한다. 제 할일만 하고 그 나머지 시간은 하루종일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것은  현실에서 자꾸 위에서 같은 일들이 일어나자 철웅씨가 자신의 정신의 안식처를  찾아 파고드는 것으로 보는것이 맞다.  인터넷이란 곳은 IP주소만 존재할 뿐. 그 누구도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철웅씨가 조선족인지 몰랐다. 가끔 그의 어색한 어투 때문에 종종 인터넷속에서 시비가 붙긴 했지만, 철웅씨는 적어도 한국인의 울타리에 들어온듯한 느낌에 그런것을 은근 즐기기도 하였다.

그가 자주 가는 사이트중에는 반한감정을 많이 가진 자들이 모이는 곳도 있었다. 철웅씨는 그곳에서 그를 괴롭히던 한국의 어두운 모습을 욕하며 현실의 불편함을 덜곤 했다. 그런데 그 반한 사이트 라는 곳들은 으레 친일성향을 가진 자들도 많아 철웅씨도 자연스레 일본문화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철웅씨가 조그마한 캐릭터를 가학하는 일본의 기괴한 인터넷 만화를 좋아하게 된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그가 가는 사이트에는 극우성향을 가진 곳도 있었는데, 이는 철웅씨가 그래도 가난을 벗어나게 해준 한국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러나는 발자취인듯하다. 즉 철웅씨의 한국에 대한 애증의 증거가 그의 컴퓨터기록에 고스란히 남아있는것이다. 이런것은 철웅씨가 인터넷에서 그렇게 한국에대해 욕하면서 강력하게 스스로가 '남쪽한국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었다.


그러던중 철웅씨를 괴물로 만들어 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여느날 처럼 인터넷을 하다가 시비가 붙은 차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상대가 옛날에 철웅씨가 도살장 사장네의 조카놈이었던 것이다.



이따금씩 철웅씨가 일하던 도살장에 놀러와 사장인 큰아버지 옆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같이 하대하고 멸시하던 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인터넷애서 철웅씨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 내었고(어쩌면 철웅씨의 특이한 말투가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의 정체를 인터넷에 떠벌리기 시작 한것이다.

이것은 철웅씨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인터넷은 그의 정체성을 잊을수 있는피난처였다. 그런곳이 일순간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도망칠 곳이 없어져저린것이다.

이 사건은 철웅씨의 마음을 크게 뒤틀어 버렸고 그간 그의 마음속에서 조금씩 쌓여온 한국에 대한 애증과 질투가 뿜어져나오게 하는 방아쇠가 되었다.

철웅씨는 옛 사장의 조카를 찾아 갔다.  그의 피난처를 부순 광분자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있는곳은 그의 일터 근처였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사장 조카의 집 근처로 가서 그를 불러 내었다

이윽고 철웅과 그가 조우하게 되었다.
사장 조카는 집앞까지 찾아온 철웅을 보고 움찔 하였다
하지만 여태껏 억압된 위치를 살아윤 철웅이라 막상 대면하게 되자 철웅은 음츠려 들었고, 그것을알아챈 사장조카는 이내 기세가 오르게 되었다.

"뭐야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집앞까지 온거야"


"김씨..인터넷..말씀이 심하십니다."


"뭐가 새끼아 조선족보고 조선족이라 했는데 뭐가 불만이야? "

"나는 남쪽한국인입니다"

"미친새끼! 넌 조선족이야 중국사람이라고 미개한 나라 새끼 거둬서 우리 큰아저디가 일시켜주고 그랬더니 조선족이라는 사실 말했다고 쪼르르 달려와서 불만 토로하는꼴은! 조선족 놈들은 이래서 안돼!"

이 후에도 사장 조카는 철웅씨에게 갖은 욕설과 그의 본적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철웅귀에 그것이 제대로 들리진 않았다 그의 귀엔 오직

'ㅡㅡㅡ조선족.ㅡㅡㅡ너는 조선족ㅡㅡㅡㅡ조선족'

이렇게 조선족이란 단어만 들렸던 것이다.

조선족이란 단어가 10번쯤 나왔을까 철웅씨는 결국 참지못하고 그의 목을 졸라버렸다.


철웅씨가 정신을 차리고 난 후엔 이미 사장 조카는 새하얀 얼굴이 된 채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철웅씨는 조금씩 정신이 들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일단 그는 시체를 구석으로 끌고간 뒤 어두워지기 까질 기다렸다. 그후 인적이끊긴 새벽이 되어서야 시체를 그의 거처로 옮겼다.(철웅씨가 살던곳과 옛일터가 가까운것은 철웅씨에게 천운이었다)

시체를 집에 가져온 후 철웅씨는 더욱 난감하였다. 자수를 해야하나.. 아니다 자수를 하면 그 악랄한 한국인들이 철웅씨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지는 불보듯 뻔하였다.

그렇게 한참 시체를 바라보며 고심하던중 철웅씨는 배가 고파졌다. 철웅씨는 시체를 눈앞에두고 배가 고파질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 순간 철웅씨 머리속을 스치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그가 자주가는 인터넷 지식사이트에서  본 식인 문화 항목이였다.

"..식인행위를 하는 아프리카 부족들은 사자의 신체를 먹는 행위를 하며 사자의 몸에담긴 지혜와 정체성을 흡수한다고 믿었다... "

이내 철웅씨의 머리속에 기기묘묘한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인을 먹으면 한국인이 될 수 있다."

이미 마음에 병이생긴 철웅씨는 그런 뒤틀린 생각을 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게다가 철웅씨는 너무 배고프던 차였다. 본능이 이성을 난자하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칼을 가져와 비교적 만만해 보이는 허벅지살을 떼어냈다.

떼어놓고 보니 과연 도살장에서 보던 고기들과 다를바 없는 물건이었다.


철웅씨는 조심스럽게 그 핏덩이를 혀위에 올려놓고 씹어보았다. 철웅씨는 한국인의 고기가 자신의 살과 피가되어지는것이 느껴지는듯 하였다.

그때가 철웅씨의 첫번째 작업이라 할만한 것이었다. 철웅씨는 그날 새벽의 기억을 그의 낡고 헌 한국어 연습장 한켠에 적어두었다. 그 행위는 훗날 그의 인터넷 아이디의 모티브가 되었다.

첫번째 작업은 힘들기도 하였고 우발적인 것이었지먼 두번째 작업부터는 수월했다. 작업의 횟수를 거듭 할 수록 그는 점점 능숙해 졌고 요즘 들어서는 과연 '인간도살자' 라는 명칭을 붙이기에 적합한 상태에 이른것이아

철웅씨에게 한국인의 고기를 씹는 행위는
가난했던 기억의 중국인으로써의 정체성을 지우는 일과 한국인과 일체화 되어가는 의식행위 같은 것이었다. 게다가 부수로 나오는 각종 장기나 뒷고기들을 중국에 내다팔면 큰 돈을 벌 수도 있었다. 이러한 내용이 철웅씨를 이 분야에 몸담게 만든 이야기었다.

오늘도 철웅씨는 자신을 한국인으로 만들어 줄 한국인의 고기덩이들을 인터넷에서 찾고있다.

하지만 철웅씨는 그 무서운 짓을 할때마다 자신이 한국인에는 가까워 질지언정 점점 사람과는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