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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게임 갤러리는 한때 평화로운 놀이터였다. 똥겜이라도 서로 깔깔대며 이야기하고, 고전 게임 질문에는 고인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훈수를 두던 곳. 그랬던 갤러리가 언제부터인가 싸늘한 긴장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폴라리스'라는 닉네임을 쓰는 유저가 있었다.

중라리스는 갤에 거의 상주하는 것처럼 보였다. 새벽 3시에 썼던 글에 아침 7시에 답글이 달리고, 다시 점심때쯤 그 답글에 대한 답글이 달리는 식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고갤의 왕"**이라고 불렀다. 그는 항상 친근한 반말을 사용했다. "야, 너 그 게임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오늘부터 이거 한번 해보자" 같은 식이었다. 처음엔 다들 그의 넘치는 에너지를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하지만 점차 그의 친근함은 섬뜩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갤러들에게 보내는 비밀 댓글이나 쪽지가 시작이었다.
"야, 최웅희. 너 요즘 고갤에 너무 쓸데없는 글 많이 올리는 것 같아. 자제 좀 해라. 다른 애들도 싫어하는 눈치야."
"김충수, 너 어제 올린 '어둠의 전설' 질문 말이야. 그거 이미 몇 년 전에 해결된 떡밥인데, 좀 찾아보고 올리지 그랬냐? 고갤 수준 떨어뜨리지 마."
지령은 사적인 메시지 형태로 은밀하게 전달됐다. 당사자는 처음엔 의아해했지만, 이내 다른 갤러들의 시선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주눅 들었다. 중라리스는 마치 갤러들의 마음을 읽고 있는 듯했다. 그의 메시지는 언제나 “다른 갤러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마무리되었고, 이는 받는 이에게 극심한 가스라이팅으로 작용했다. 갤러들은 자신이 갤에서 미움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고, 결국 중라리스의 지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중라리스의 통제는 날이 갈수록 교활해졌다. 그는 갤러들이 올리는 모든 게시글을 감시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비위에 거슬리는 글, 고갤의 질서(중라리스가 정한)를 해치는 글은 가차 없이 신고하여 삭제시켰다. "게시판 취지에 맞지 않는 글입니다", "분란 유도성 게시물" 등의 이유로 삭제되는 글들은 중라리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고갤을 쥐락펴락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갤러들은 이제 글을 올리기 전에 중라리스의 눈치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혹시라도 중라리스가 싫어할 만한 내용은 아닐까, 혹시나 내 글이 삭제될까 봐 노심초사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의 이미지 메이킹 방식이었다. 어느 날, '고갤러1'이라는 비회원 아이디로 "님들, 옛날 그 '용의 기사' 게임 버그 어떻게 고쳐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몇 분 뒤, 중라리스가 나타나 친절하게 답글을 달았다. "야, 그 버그? 내가 예전에 한번 겪어봤는데, 이렇게 저렇게 하면 돼. 잘 모르겠으면 나한테 물어봐라."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고갤뉴비123', '지나가는고갤러', '궁금맨' 등 다양한 비회원 아이디로 질문 글이 올라오고, 중라리스가 마치 백과사전처럼 모든 질문에 척척 답을 달았다. 갤러들은 중라리스가 고전게임에 대한 지식이 압도적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물론 그 질문자들은 모두 중라리스, 즉 양철진 본인이었다. 잠들지 않는 밤, 양철진은 홀로 고갤을 감시하고, 질문하고, 답하며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있었다.

고갤의 밤은 깊어졌다. 모니터 불빛 아래, 양철진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이제 고갤의 모든 게시글은 그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갤러들은 중라리스가 던지는 먹이에만 반응했고, 그의 그림자 아래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했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춤추는 무대가, 사실은 양철진이라는 한 중년남자의 병든 놀이터라는 것을.
고갤은 더 이상 평화로운 놀이터가 아니었다. 그것은 양철진, 즉 중라리스의 손아귀에 완벽히 길들여진 거대한 인형 극장이었다. 그리고 그 인형들의 줄은, 잠들지 않는 양철진의 손에 꽉 쥐어져 있었다.

고전게임 갤러리는 양철진, 즉 중라리스의 손아귀에서 서서히 질식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의 친근한 반말 뒤에 숨겨진 차가운 눈빛과, 은밀한 지령이 품고 있는 가스라이팅에 굴복하며 자기 검열에 익숙해져 갔다. 갤러리에는 활기 대신 묘한 침묵과 불안감만 가득했다.

그때, 침묵을 깨고 나타난 존재가 있었다. 바로 몬티였다. 몬티는 닉네임처럼 개구리 이모티콘을 즐겨 썼고, 자유분방한 글솜씨로 갤러들의 답답함을 뻥 뚫어주는 듯했다. 뜬금없이 피자 나눔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자신의 흑역사를 신나게 풀어놓는 자학 개그로 폭소를 유발했다. 중라리스의 지배 아래 경직되어 있던 갤러들은 몬티의 글에 조금씩 생기를 되찾는 듯했다. 몬티는 마치 고갤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 같았다. 작은 파동이 점차 퍼져나가며 멈춰있던 물결에 잔잔한 움직임을 불어넣는 것처럼 말이다.
몬티는 중라리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의 삭제된 글 목록, 이상하리만치 비슷한 시기에 올라오는 비회원 질문 글들, 그리고 갤러들에게 은밀히 전해지는 지령에 대한 웅성거림까지. 몬티는 중라리스가 고갤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는 이 굳어진 고갤을 다시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야, 중라리스! 너 자꾸 우리 고갤러들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고갤은 누구 한 명의 것이 아니야!" 몬티는 거침없이 중라리스를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친근함과 도발이 뒤섞인 몬티 특유의 문체였다. 중라리스는 처음에는 몬티의 글을 삭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몬티는 지치지 않았다. 글이 삭제되면 또 올리고, 또 올렸다. 그의 끈질김과 튀는 행동은 갤러들 사이에서 은밀한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몬티는 중라리스의 교활한 수법을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도 로그아웃했다. 그리고 비회원 아이디를 만들어 중라리스의 행동을 비판하는 여론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중라리스 저거 너무 독단적인 것 같지않음?", "고갤이 예전 같지 않네요" 같은 글을 올리며, 다른 갤러들의 동조를 유도했다. 그의 계획은 얼핏 성공하는 듯 보였다. 일부 갤러들도 중라리스의 통제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갤 분위기가 미묘하게 중라리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중라리스는 단순한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양철진은 24시간 고갤을 감시하며 갤러들의 모든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에게 몬티의 시도는 마치 투명한 막 위를 기어가는 개구리처럼 훤히 보였다. 중라리스의 눈에 비친 몬티의 어설픈 여론 조작은 그저 가소로운 반항일 뿐이었다.
어느 날 새벽, 몬티가 비회원 아이디로 중라리스를 저격하는 글을 올리는 순간, 중라리스의 컴퓨터에 알림이 떴다. 양철진은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다음 날 아침, 고갤은 발칵 뒤집혔다. 중라리스가 올린 공지글 때문이었다.

"야, 이정현. 너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재밌냐? 네가 올린 비회원 글들 다 확인해봤다. IP 돌려봤는데, 다 네 거더라? 니가 그 개구리 같은 놈인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냐? 고갤러들 기만하지 마라. 그리고 너부터 제대로 해라. 너 같은 애들이 고갤 망치는 거야."
공지글에는 몬티가 사용했던 비회원 아이디들과 그가 올렸던 비판적인 글들의 스크린샷, 그리고 결정적으로 동일 IP 주소가 명확히 박혀 있었다. 갤러들은 충격에 빠졌다. 몬티가 중라리스와 똑같은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사실에 실망했고, 그가 숨겼던 교활함에 배신감을 느꼈다. 몬티를 지지했던 갤러들은 비판으로 돌아섰고, 중립을 지키던 갤러들은 '역시 중라리스 말이 맞았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폭로로 인해 몬티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그의 자유분방함과 자학 개그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몬티는 몇 차례 해명 글을 올렸지만, 갤러들의 싸늘한 반응과 중라리스의 끈질긴 반박에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갤을 떠났다.
몬티의 패배는 중라리스의 지배를 더욱 확고히 했다. 양철진은 자신의 권위가 더욱 강화되었음을 깨달았다. 잠들지 않는 그의 눈은 이제 고갤의 모든 구석을, 심지어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반항의 기미까지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고갤은 완벽하게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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