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최초의 핵폭탄이 점멸했다. 이어서 대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외친다. 일본의 수치를 지켜본 강대국들은 1,000회 이상의 대기 중 핵실험을 자행했다.
전 지구의 대기에 낙진이 퍼져나갔다. 자연계에 존재한 적 없던 방사성 물질들은 일부 비를 통해 땅에 녹아들었고, 대부분은 대기 그 자체에 스며들었다.
아주 심각한 일은 아니었다. 인간들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지금에서는 오래된 와인을 감별하기 위해 방사능을 측정하기도 한다.
한편, 강철의 제련 과정에는 대기 중의 산소를 이용한다. 40년대 이후 제련된 강철은 모조리 미량의 방사능에 오염된 것이다.
그 결과 부작용이 발생했다.
가이거 계수기같은 방사선 검출 장비나, 극도로 정밀한 우주탐사장비 따위에는 40년대 이후에 제련된 강철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과 low-background-steel(저배경강철)이라는 신개념이 탄생한다. 40년대 이전에 제련된 강철을 뜻하는 것이다.
저배경강철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로 2차 세계대전 때 좌초된 군함이나 잠수함, 즉 난파선의 인양에서 얻는다.
신품보다 비싼 고물... 저배경강철은 그 희소함으로 매우 비싸게 거래된다. 배에 실린 보물이 아니라, 배 자체가 가라앉은 황금이 된 것이다.
2023년 5월에는 중국 선박이 말레이시아 연안에서 난파선을 약탈하다가 걸리는 사건도 있었다.
여러모로 시대를 가른 핵의 여파를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잡생각도 들었다.
그림과 텍스트를 넘어 영상에 소리까지 모든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AI의 대폭발이었다.
예전에 존재한 적 없던 AI 컨텐츠들이 기존의 컨텐츠 사이에 섞이고 녹아들었다.
이제는 블로그에서 짜증나는 AI 게시글을, 쿠팡 리뷰에서 끔찍한 AI 리뷰를, 디씨에서 병신같은 AI 봇을 마주할 수 있다.
분명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닐 테다. 여전히 사람들은 살아갈 테고. 이제 AI 그림에는 위화감도 별로 없다.
하지만 어쩐지...
난파선
https://www.youtube.com/watch?v=-8ti65TXzP8&ab_channel=AkinaNakamori-Topic
대일본
감히 나랑 눈을 마주쳐
방사능이 지층처럼 남았다 - dc A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