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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세계의 흐름에 단 한 톨도 역할을 미치지 못하는 계급이지만서도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오늘은 비관주의자의 블로그 게시글을 읽으며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다가 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푸른 야채와 빨간 토마토, 하얀 닭가슴살 그리고 블랙 올리브가 뒤섞인 ‘**샐러드 볼**’이다.

아마 도덕이나 사회 교과서에 나왔던 삽화가 아닐까 한다. 이 직관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는 ‘지구촌 사회’라는 워딩과 함께 뇌리에 영원히 남아 있다. 러브 앤 피스… 누가 그걸 바라지 않겠어.

그런데 요즘 방구석에서 세상을 보면 별로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온갖 정보가 부풀려지고 조미료를 쳐서 내보여지는 인터넷만 보면 세상은 이미 대충 망한 것 같기도 하다. 지금에선 지구촌 사회라는 말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고 심지어는 조롱받는다. 국경은 점점 단단해지며 이미 있는 국가들도 분열되고 있다. 널리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인의 말씀은 벌집 같은 주택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치일 뿐이며, 아예 타인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그 웹툰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지옥은 죽어서 가는 거잖아. 마침 고시원에서 살고 있을 적이었지만서도 댓글창에서 공감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짜증이 났다고.

이런 사고가 계속된 끝에 결국 기분 좋은 이미지로만 남아 있던 샐러드 볼마저 더럽혀지고 말았다.
나는 편식하는 아이가 **특정 재료만을 골라내 버리는** 장면을 떠올리고 말았다.
순수한 조각이 물들어버리고 말았음을 자각할 때는 무척 서글프다.

나쁜 습관이다.

어떤 비유나 관용구는 그 자체로 존재할 뿐 건드리면 안 된다 싶다. 그런데 꼭 꼬치꼬치 꼬투리를 잡고 비틀어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시도가 있다. 비관에 찌들어 버린 내가 그러고 있다. 삐딱한 시선은 종종 거두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세계화라는 과제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난이도라서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초저출산의 한국도 서방의 극우들이 선망하던 단일민족국가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으니 앞으로는 그런 갈등이 점점 드러날 테다. 일단은 이슬람과 기독교의 충돌, 화교의 살인 정도나 알음알음 일어나고 있지만 결국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샐러드를 만들어야 하리라. 보통 다채로운 맛이 섞여 있는 것이 맛있고 훌륭한 샐러드라고 여겨지니까.

그런데 맛을 해치는 재료가 있다면 어떨까? 성향상 도저히 입에 맞지 않는 재료는 또 어떨까. 가끔은 오롯한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지 않을까?

또 그런다.

세계화는 뷔페가 아닌 걸까. 아무래도 샐러드 볼이 자꾸만 거슬렸던 이유는 쓱쓱 섞어 만드는 간단한 이미지와 복잡한 현실이 맞지 않았음이다.

어쨌든 애써 낙관적인 사람이 되자면 인간은 문제를 겪으며 조금씩 발전해 나갈 테다. 한편 인간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오래된 비관도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 국가에서 그런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유복한 놈이 성격 좋다는 말은 서글프도록 영원하다. 일단 먹고살만 해야 이웃이란 개념이 바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거 아닌가.

하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러브 앤 피스… 이웃이니 가족이니보다 일단 나부터인가. 자신을 자신을 사랑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아야 함인가. 그런데 왜 일말의 여유도 없는 내가 세상을 걱정하고 있는 걸까. 언제나 거슬리는 자기모순이다. 아마, 대들보도 없이 불타버렸는지, 자유롭게 나와 떠돌고 있는 정신적 홈리스의 처지가 아닐까 싶다. 가혹한 자학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