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저녁, 노랑은 함께 목소리를 높였던 여러 노인들과 인근 식당으로 향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노인들은 식당에 들어서면서도 '이재명 그 빨갱이', '나라를 망쳐먹을 놈'이라며 유능한 정치인을 향한 근거없는 욕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노랑은 집회 내내 예의 바르고 조용했지만, 노인들의 대화에 간간히 맞장구를 치며 어울렸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한식당에 도착하자, 노인들은 익숙하게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으며 떠들썩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노랑도 그들 틈에 섞여 자신의 운동화 끈을 풀었다. 그리고 신발을 벗는 순간,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노랑의 발가락은 정상적인 형태라고는 할 수 없었다. 기형적으로 뒤틀리고 서로 엉겨 붙어 마치 괴물의 발처럼 보였다. 두꺼운 굳은살과 변색된 발톱은 그 기괴함을 더했다. 순식간에 노인들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왁자지껄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억눌린 비명과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이고 이게 뭐야!"


"세상에, 이게 사람 발이여?"


몇몇 노인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어떤 노인은 손으로 입을 막으며 뒷걸음질 쳤다. 가장 가까이서 노랑의 발을 본 할머니 한 분은 새파랗게 질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다른 할아버지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더니 가슴을 움켜잡았다. 패닉은 빠르게 번져나갔다. 식당 안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절하는 노인들이 속출했고, 심지어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는 노인, 숨이 멎은 듯 축 늘어지는 노인까지 생겼다. 순식간에 여러 명의 노인이 노랑의 발가락을 보고 충격으로 쓰러지거나 심장마비를 일으킨 듯 보였다.


끔찍한 광경 속에서 노랑은 달라져 있었다. 집회 내내 보이던 조용하고 예의 바른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자신의 발가락을 보고 혼비백산하는 노인들을 향해 노랑의 얼굴에 차가운 조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청년의 것이 아닌, 차갑고 저열한 욕설로 가득 차 있었다.


"야, 이 씨발 늙은이 새끼들아! 이게 그렇게 대단하냐? 평생 그 곱게 쳐 늙은 발로 어딜 싸돌아다녔길래 이것 가지고 지랄들이야!"


그는 쓰러져 신음하는 노인들을 향해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거친 말을 쏟아냈다.


"어이, 거기 기절한 할카스! 내 발가락이 네놈들이 혐오하는 빨갱이보다 더 무섭냐? 뒤지려면 곱게 뒤지든가, 애꿎은 식당에서 지랄이야, 지랄이!"


노랑의 입에서 쏟아지는 상스러운 욕설은 노인들의 비명과 신음 소리, 그리고 식당 주인의 당황한 외침과 뒤섞여 기괴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정치 집회 후의 끈끈했던 동질감은 노랑의 '괴물 같은' 발가락과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저주의 말들로 인해 산산조각 나 버렸다. 식당 안은 충격과 혼란, 그리고 증오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