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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래전부터 동네에서 흔히 보이는 인물이다. 담벼락에 기대 앉아 술기운에 훈계질을 하는 모습이 익숙할 정도로, 사람들은 이제 그의 존재를 배경 소음처럼 여긴다.

언젠가 그는 길을 지나던 젊은 부부에게 고함을 질렀다.
"야, 너희가 뭘 안다고 그렇게 사냐? 나 때는 말이야, 여자들이 줄을 섰어. 내가 얼마나 잘나갔는데...!"

그의 옷은 군데군데 찢어져 있고, 땟국물이 흐른다. 손엔 빈 소주병이 들려 있고, 눈은 불안하게 떨린다. 말은 점점 흘러간다.
"우리 집은 원래 강남에 집이 두 채였어. 다 날린 거야, 나만 아니었으면..."

하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그의 눈빛에서 뭔가 정상이 아님을, 그의 말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본능적으로 안다. 어떤 이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어떤 이는 잠시 시선을 주다 고개를 젓는다.

사실 그는 오래전에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몇 번의 입원을 반복했다. 그를 돌보던 가족들은 하나둘 삶에서 멀어졌고, 결국 아무도 남지 않았다. 복지 체계는 그를 어정쩡한 빈틈 속으로 밀어냈고, 그는 '밖으로 나온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어느 골목의 풍경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의 훈계는 이제 누구에게도 닿지 않고, 그의 과거는 망상과 뒤엉켜 희미한 신기루가 되었다. 그를 스쳐 지나가는 이들에겐 그저
'아무것도 아닌 헛소리를 외치는 인간'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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